남이나루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에 나가지 못하고 다음 배를 기다려야 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20분인데도 사람들은 가득 찼다. 들어오려는 사람부터 나가려는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밀리니 그런 것이다. 남이섬에서 하룻밤을 지내지 않을 거면 차라리 이들처럼 아침 일찍 들어가 늦은 오후까지 맘껏 즐기다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기에, 이 시간부터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일 거다.
▲ 남이섬 안녕 보고 싶을 거야.
가평터미널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선착장에서 내려 터미널로 가야 한다. 33-5번 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으니 그것을 타고 가도 되지만, 초이쌤은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한다. 아무래도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꽤 지체될 것이니, 그럴 바에야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택시를 타고 가자는 의미였다. 택시비는 5천원에 살짝 못 미치게 나왔다.
▲ 우린 터미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정류장에 내려서는 점심을 먹으러 터미널 지하에 있는 기사식당으로 갔다. 그곳은 터미널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인데, 식권을 내고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가더라.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각자 시켰다. 아무래도 기사식당이라 하면 ‘불고기백반’이 먼저 생각나기에, 아이들 대부분은 돼지주물럭을 시켰고 현세만 냉면을 시켰다. 조금 기다리니 한 접시에 돼지주물럭을 담아서 주더라. 한 명이 먹기엔 약간 많은 양이었고, 3명이 먹기엔 매우 적은 양이었다. ‘당연히 이게 1인분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받았는데, 아주머니는 “이게 3인분씩입니다”라고 쐐기를 박으시더라. 그 순간 ‘기사 식당하면 넉넉한 인심 아니겠습니까?’라는 볼멘소리를 한 뻔했다. 어제 저녁에 고기파티를 하며 아주 배부르게 고기를 먹었음에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고기 앞에 욕심이 나는 걸 보니, ‘내 속엔 거지가 너무도 많아♬ 배부를 틈이 없네♪’라고 할 수 있다. 양이 적다곤 해도 3명이서 배려해가며 조금씩 먹으면 되기에, 조금씩 먹었고 현세도 함께 먹으며 식구(함께 먹는 사람)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 한 가득 장을 보고 둘째 날 펜션으로 가야 한다. 이 모든 게 하룻밤에 먹어야 할 것들이다.
그리이스 펜션, 둘째 밤의 역사가 새겨질 장소
오늘 저녁엔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야 하기에, 어제에 비해 훨씬 사야 할 것이 많았다. 초이쌤과 여학생들은 함께 마트에 함께 들어가 여러 식재료들을 빠짐없이 사기 시작했다. 꼼꼼한 교사와 척척 일을 해내는 아이들이 함께 하니, 장보기는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어제처럼 마트에서 버스로 펜션까지 직접 태워다 줘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차가 엄청나다.
다른 곳의 펜션은 초이쌤이 예전에 가본 적이 있기에 시설이 어떤지, 위치는 괜찮은지 어느 저도 아는 곳이라 했지만, 이곳만은 전혀 아는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여행을 오기 전에 이미 처음 정한 펜션을 바꾸기도 했다. 처음 정한 펜션의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던지, 불만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검색을 하며 펜션 정보를 찾아봤고, 그나마 시설도 좋고 요리를 만들 공간도 넉넉한 이곳으로 결정된 것이다.
우린 별관으로 들어갔는데, 밖에서 볼 때부터 느낌은 꽤나 좋았다. 그리고 막상 안으로 들어가 내부모습을 보니 큰 거실에 방은 무려 4개나 딸려 있고, 별도의 비닐하우스로 된 바비큐장이 있을 정도로 넓고도 쾌적한 곳이더라.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 별관 일층을 우리가 통으로 쓴다.
제이드 가든에서 우리가 노는 법
펜션에 들어가선 잠시 쉰 다음에, 다시 픽업용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로 ‘제이드 가든’이란 곳에 가기 위해서였다.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쁘띠프랑스가 있었다. 이곳은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를 찍은 곳인데, 무척 재밌게 본 드라마여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계획이 짜일 땐 빠지게 된 것이니 어찌나 아쉽게 느껴지던지.
▲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장소인 쁘띠프랑스. 한 번 정도는 가보고 싶었다. 그 드라마는 여러 생각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제이드 가든은 수목원이다. 출입문의 건물부터 유럽의 어느 나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그래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제이드 가든의 컨셉은 ‘숲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이라고 하더라.
막상 들어가선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식물 문외한’이다보니, 그저 자연이 우거진 숲 속을 헤매는 정도의 느낌만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가본 식물원은 한택식물원이 처음이었는데, 무려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식물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5년 동안 도대체 뭘 한 것이냐, 건빵이여! 애재哀哉로다!
▲ 들어가는 곳부터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수목원이다.
지훈, 민석, 현세는 조금 걷다가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벤치에 앉아 버렸다. 그래서 난 좀 더 보면 뭔가 보일 거라는 생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조금 걸으니 혈기왕성하여 에너지가 넘치는 태기와 성민이, 그리고 준영이를 만났다. 이 아이들은 이 곳이 마냥 재밌는지 얼굴 가득 활기가 넘친다. 나를 보더니, “건빵쌤 저곳에 가면 아주 재밌는 게 있어요”라며 끌고 가더라. “도대체 뭐가 있길래 저럴까?”하는 의구심에 따라가 보니, 흔들다리가 있는 것이다. 태기는 의기양양하게 “건빵쌤 한 번 건너 보세요”라고 한다. 흔들다리라고 하면 전주 덕진공원의 연화교, 순창 강천산의 현수교, 도로이지만 바람에 따라 흔들리던 양평의 용담대교 등이 떠올랐다.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겠냐’하는 생각으로 뛰어서 건너보니, 생각보다 엄청 많이 흔들려서 자칫 잘못하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고, 다리를 접지를 뻔했다. 한 번 타고 나니 몸에 그 흔들림이 익숙해지면서 처음과 달리 잘 달릴 수 있게 되더라. 물론 거기엔 ‘안전주의 흔들다리에서 뛰거나 흔들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써져 있었지만,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이들처럼 맘껏 뛰어다니며 놀았다.
▲ 생동감 가득한 흔들다리에서의 우리끼리의 놀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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