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불을 펴고 누우니, 잠이 소록소록 온다. 아이들도 저마다 자리를 펴고 누워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만약 이대로 놔뒀다면 한숨 푹 잤을 테지만, 다음 일정이 있기 때문에 30분 정도 쉬다가 일어나야 했다.
▲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아이들.
항우의 힘과 기개를 느낄 수 있던 잔디 축구
밖에 나오니 아이들은 콘도 바로 옆에서 공을 패스하며 놀고 있더라. 평소에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날엔 몸을 움직이고 싶긴 하나 보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공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승태쌤은 아예 팀을 짜서 미니 축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학생들과 준영이는 쉬고 싶다며 하지 말자고 했고, 그 외의 학생들은 의외로 순순히 게임을 하자고 했다. 더욱이 평소에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상현이까지 같이 하게 됐으니, 4월에 런닝맨 게임을 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들이 단체운동을 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우린 콘도 바로 옆에 있는 잔디로 자리를 옮겨 골대를 세우고 자리를 세팅했다.
▲ 운동을 하다 보면 우정이 샘솟는데, 이 때 공에 대한 집착력도 볼 수 있다.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날은 엄청 뜨거운 날씨는 아니어도, 더운 날씨였기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운동을 하며 흘리는 땀은 온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개운한 느낌이 들게 하여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이런 게임을 해보면 안다. 공에 대한 집착력, 그건 어찌 보면 과제집착력이라 할 수 있고, 그건 어떤 일이든 끈덕지게 해나갈 수 있는 저력이라 할 수 있다. 공을 쫓아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 일이든 뚫고 나갈 기세’처럼 보여, 항우의 ‘힘으론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하다力拔山氣蓋世’란 말이 실제론 어떤 모습인지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관리인이 오더니, “그곳은 잔디를 가꾸는 곳이라, 함부로 들락날락 거리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이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쯤에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 어쩔 수 없이 축구는 십분 만에 끝이 났다. 아쉽고도 아쉽다.
남이섬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공놀이를 하지 못하게 되자, 원래 계획대로 자전거를 빌려 남이섬을 돌기로 했다. 은행나무길을 지나 섬의 중앙에 도착하니, 놀이터와 함께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더라. 자전거 대여료는 30분은 3.000원이었고 1시간은 5.000원이었다. 남이섬은 넓지 않기에 30분만 타도 모든 곳을 돌아볼 수는 있지만, 그러면 시간에 쫓기느라 정신없이 돌아보기만 해야 하기에 비추다. 당연히 1시간을 타야 그나마 여유롭게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둘러보고 느낄 수 있다.
▲ 남이섬 산책로에서 만난 다람쥐. 이곳엔 다람쥐가 정말로 많다.
이렇게 자전거를 탈 때마다 자전거를 배워본 적이 없는 규빈이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14년에 여의도로 트래킹을 갔을 때도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일대를 라이딩 했었는데, 규빈이는 초이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그 시간을 보내야 했고, 15년 4월에 전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땐 규빈이가 커플자전거조차 타지 않으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태기와 성민이, 지민이와 규빈이는 커플 자전거를 각각 빌려 타기로 하며 규빈이만 타지 못하는 남겨지는 상황은 없게 되었다.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남이섬 일대를 편하게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과연 남이섬 전체는 어떨까?
▲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린다. 드디어 남이섬을 맘껏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이섬을 타고 자전거를 둘러 보다
자전거를 빌린 아이들은 각자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팀을 나눠 준 것도 아닌데, 네 팀으로 나누어져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민석이와 지훈이와 현세가 함께 달렸고, 지민이와 규빈이, 태기와 성민이는 각각 커플 자전거를 타서 함께 달렸으며, 준영이는 혼자만의 라이딩을 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즐겼고, 상현이는 승태쌤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민석이네 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달리는 길 앞으로 태기와 성민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나이들답게 전력 질주하여 쌩하니 스쳐 지나가 버린다. 커플자전거는 오히려 구르기 더 힘들 텐데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우린 남이섬 곳곳을 달리고 또 달렸다. 한 바퀴만 돌기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구석구석 모든 곳을 다 가보잔 생각으로 달린 것이다. 꼭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때와 멤버들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그 당시의 기분이 물씬 났다.
▲ 꼭 자전거 여행을 하듯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아이들.
남이섬 곳곳은 산책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얼마 달라지 않으니, 타조들이 살고 있는 곳이 보이더라. 아무래도 타조는 한국 땅에서 낯선 동물이고, 그만큼 신기한 동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주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한국이면서도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기차가 달려가더라. 처음엔 ‘전시물로 놓은 기차에 사람이 탄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건 꼭 에버랜드의 꼬마기차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참을 달려 남이섬 남쪽 끝까지 달리면 통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강 위로 설치된 통나무다리를 건너는 맛은 꼭 자연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비록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는 없기에 끌고 가야 하지만,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느낌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 기차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기차가 있다. 한 번 타는데 이천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가한 타조들까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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