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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윤구병, 휴머니스트, 2010 본문

책/밑줄긋기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윤구병, 휴머니스트, 2010

건방진방랑자 2019. 6.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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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온 세상 교육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는 힘을 기르는 일은 뒷전에 두고, 남의 몫을 가로채는 법, 남에게 기대 사는 법, 몸 놀리고 손발 놀려 살길을 여는 게 아니라 잔머리 굴려서 불쏘시개감도 못 되는 돈만 산더미처럼 쌓아올리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여겨 주식시장, 증권시장 같은 도박판을 기웃거리면서 마지막에는 패가망신하는 노름꾼이 되는 법…… 들만 가르치고 있다. -1

 

으응, 올콩은 감꽃 필 때 심고, 메주콩은 감꽃이 질 때 심는 거여.”

이 말을 듣고 나는 정신이 번쩍 났다. 그래, 책을 보고 날짜를 따져서 씨앗을 뿌리겠다는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지역마다 토양이 다르고 기후도 온도도 다르고 내리는 비도 바람길도 다른데, 그래서 지역에 따라 씨 뿌리는 철도 거두어 들이는 철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마치 몇 월 며칠이라고 못을 박아야 정답인 것 같고, 다른 풀이나 나무가 자라는 시기를 기준으로 대답하면 틀린 것으로 여겨온 내 교과서식 지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 -20

 

때가 어느 땐데 그런 케케묵은 생활양식(산살림, 들살림, 갯살림 등의 살림교육을 하자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드느냐고 콧방귀를 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서 배우는 게 없는 사람은 평생을 살아도 제대로 철이 들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철 없는 사람은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할 수 없다. 요즈음 들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려 결국 자기가 빠져 죽을 구덩이를 파는 자연 파괴가 범세계적으로 자행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자연과 상생하는 길을 찾는 대신 기생과 약탈을 일삼는 철없음에서 비롯한 것으로 본다. -36

 

사람에게 철을 가르치는 것은 사람의 몫이 아니다. 아무리 슬기로운 사람도 제 힘으로 자식들을 철들게 만들 수 없다.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라는 말은 자연만이 바뀌는 생명의 시간 속에서 사람을 철들게 만들고 철나게 만들기 때문에 생겼다. 사람은 한 철, 또 한 철 자연과 교섭하는 가운데 밖에서 나는 봄철, 여름철, 가을철, 겨울철을 내면화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이 나고, 철이 든다. -36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그 뒤로 살아오면서 저는 바보가 되어 사람들을 웃기는 힘을 키워가는 대신 헛똑똑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상처와 슬픔만 주는 힘만 키워왔습니다. 울면 바보, 지면 바보고 이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모진 마음으로 매사에 앙칼지게 대들어야 한다고 배웠고, 정말 그섬나이 살길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사람들과 만나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지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려 온갖 궤변을 늘어놓고 상대방을 깔아뭉개지 못해 안달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161

 

저는 오랫동안 제가 꽤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있는 열다섯 해 동안 학생들과 한 번도 얼굴 붉혀본 기억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요즈음에야 제 잘못을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너그러운 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 번도 학생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만남이 없거나 스치는 관계에서는 마찰이 없거나 있더라도 상처 입을 일이 없지요. 만남이 있는 곳에는 크건 작건 늘 마찰과 저항이 있게 마련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왜 눈을 감았는지 모르겠어요. 만남은 관계의 고리가 생기는 곳인데, 관계는 늘 그 안에 모순을 내포하게 됩니다. 만나서 하나가 될 때까지는 이 모순이 갈등과 저항을 불러일으키지요. 압력은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접촉 면적에 반비례한다고 하던가요? 그래서 바늘 끝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살을 파고들고, 찔리면 그렇게 아프다고 하던가요? -167

 

무릇 모든 깨우침은 고통의 체험에서 출발합니다. 스스로를 해방하고 남을 건지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몸으로 남의 고통을 열 배, 백 배 더 뼈저리게 체험해야 합니다. 이 체험의 길이 백장선사가 이야기하는 짓는길입니다. 하루 지었는데 그것도 죽을힘을 다해서 지었는데 하루 먹을 수 없을 때 고통은 극대화합니다. 이 극대화된 고통을 관념이 아니라 살로, 몸으로 받아들일 때 부처를 이루는 길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부처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미륵불은 민중의 이 극대화한 고통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이 더러운 땅을 맑은 부처의 세상으로 바꾸려고 땀 흘려 일하는 분이 아닐까요?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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