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소설에 담긴 한시와 이후의 상황
1. 『주생전(周生傳)』 내용
주생이 과거에 실패하고 상인이 되어 배도(俳桃)와 사랑을 나눔→그 후 싫증이 나고 새로 선화(仙花)를 사랑하게 됨→배도에게 들켜 만날 수 없게 됐지만 배도가 죽을 때 허락함→주생은 선화의 동생인 국영(國英)을 공부시킨다는 구실로 만남을 이어오다가 국영이 죽어 만날 기회가 없어짐→우여곡절 끝에 노부인의 도움으로 혼인하기로 했지만 임란 발발로 다시 헤어짐
2. 주생의 사(詞)
小院深深春意鬧 | 작은 집 깊숙한 곳에 봄뜻이 시끄럽고 |
月在花技 寶鴨香烟裊 | 달은 꽃 가지에 있고 향기로운 향 연기가 어지럽네. |
窓裏玉人愁欲老 | 창속에 옥인 근심으로 삭아가려 하니, |
遙遙斷夢迷花草 | 아득한 꿈에서 깨니 꽃과 풀에 어지럽네. |
1) 주생의 이 시를 보고 배도는 몸을 허락함.
2) 권필의 솜씨를 빌린 주생의 시가 아름답지 못하면 소설의 개연성이 확보되지 못함.
3. 선화의 사(詞)와 그걸 받아치는 주생의 답으로 둘 사이에도 운우지락(雲雨之樂)이 펼쳐짐
1) 선화는 소식의 「하신랑(賀新郞)」 “주렴 너머 누가 와서 고운 문을 두드리나? 자칫 요대의 꿈을 깨게 하리니, 게다가 바람이 대숲까지 흔드니[簾外誰來推繡戶, 枉敎人夢斷瑤臺曲, 又却是風敲竹].”를 읊조림
2) 몰래 듣던 주생도 “바람이 대숲을 흔든다 마소, 바로 고운 임이 가리니[莫言風動竹, 直是玉人來].”라고 답함.
2) 애정을 소재로 한 전기소설을 이런 방식으로 시를 적재적소에 삽입하며 이야기를 전개함. 시가 얼마나 상황에 적합한지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달라짐.
4. 이후의 전기소설 풍경
1) 「운영전(雲英傳)」이 그 뒤를 이었으며 작가는 미상이나 대시인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됨.
2) 이후 걸출한 소설은 보이지 않음.
5. 「선언편(選諺篇)」에서 조생이 처녀를 보고 시를 읊조리자, 처녀가 화답하고서 동침하는 얘기가 있으나 시는 이 때 딱 한 번 등장함.
1) 여기선 시가 신표(信標)의 역할을 함.
2) 이후엔 시로 읽는 소설의 시대는 끝나고 서사적 구성으로 소설적인 재미를 대신하는 시대가 열림.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