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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우리 한시를 읽다 - 14. 시로 읽는 소설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14. 시로 읽는 소설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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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시로 읽는 소설

 

 

양반이 사랑을 시로 표현하는 법

 

 

1. 시의 정의

1) 음풍농월(吟風弄月)로 아름다운 자연물을 담아낸 것이 많음.

2) 사람 사는 모든 일(벗을 만남, 잔치, 죽은 영혼을 달램, 실의에 빠짐)에 시가 따라다님.

3) 점잖은 양반이기에 조심스러웠던 주제가 바로 사랑에 관한 시를 쓰는 것이었음.

 

 

2. 양반이 체통을 구기지 않으면서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

1) 고대 민간의 노래인 악부(樂府)를 본뜨는 것임. () 때 민간의 가요를 채집하던 관청이름이며, 그 관청에서 수집된 민간가요를 말함. () 때부터 악부 스타일을 흉내낸 의고악부(擬古樂府)가 지어졌고 양반들은 이 악부체를 빌어 사랑을 노래함.

2) 악부는 하나의 정황만 주어져 잇고 또 정황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기에 사랑을 노래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애정을 소재로 한 전기소설(傳奇小說)로 자세한 사랑 이야기를 담음.

 

 

3. 허난설헌(許蘭雪軒)채련곡(採蓮曲)

秋淨長湖碧玉流 가을 맑고 긴 호수는 푸른 옷처럼 흐르고,
荷花深處繫蘭舟 연꽃 깊은 곳에 목란 같은 배를 매어놓고
逢郞隔水投蓮子 낭군 만나러 물 건너편으로 연꽃 던지니,
遙被人知半日羞 멀리 사람에게 알려져 하루종일 부끄러웠네.

 

1) 사랑을 직접적으로 말하기 저어하는 양반들은 채련곡(採蓮曲)’을 지어 표현하였고, 더욱이 시적 화자가 여성이기에 자신의 얘기를 썼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음.

2) 허난설헌은 시적 화자와 작가가 동성이기에 지봉유설(芝峯類說)문장부(文章部)유탕(流蕩)하여 문집에 실리지 않았다고 씀.

 

 

4. 허난설헌의 유탕(流蕩)한 시: 전도가(剪刀歌)

有意雙腰合 多情兩脚開 뜻이 있어 두 허리를 맞대니 다정하여 양 다리가 열리네.
動腰於我在 深淺任君裁 허리를 움직이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으니, 깊고 얕음은 그대 자름에 맡기노라.

 

 

 

스토리의 보강을 위해 소설에 한시로 사랑을 담다

 

 

1. 전기소설(傳奇小說)로 담아낸 사랑이야기

1) 최치원(崔致遠)이 중국으로 가던 도중 두 여인을 만나 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태평통재(太平通載)』 「쌍녀분(雙女墳)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음.

2) 이 글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지어진 것으로 보기에 매우 이른 시기부터 남녀의 애정을 산문과 시로 엮는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음.

 

 

2. 애정 소재 전기소설의 백미(白眉)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獨倚紗窓刺繡遲 홀로 비단 창에 기대니 자수는 느리고,
百花叢裏囀黃鸝 흰 꽃 떨기 속에 누런 꾀꼬리 지저귀네.
無端暗結東風怨 끝없이 동풍에 원망이 맺어져
不語停針有所思 아무 말 없이 바느질 멈추고 그리워하노라.

 

路上誰家白面郞 길가 누구집의 얼굴 흰 낭군인가.
靑衿大帶映垂楊 푸른 옷깃에 큰 띠 두른 이를 수양버들에 비치네.
何方可化堂中燕 어느 때에 당 가운데 제비로 변하여
低掠珠簾斜度墻 스치듯 주렴 비껴 담장 건너랴.

 

1) 봄을 맞은 최씨의 심경을 토로한 작품.

2) 있지도 않은 님을 그리며 푸른 도포를 걸친 님을 담장 넘어로 날아가 보고 싶다는 맘을 담겨 있음.

 

巫山六六霧重回 무산 36봉우리는 안개에 겹겹이 둘려
半露尖峰紫翠堆 반쯤 드러나 뾰족한 봉우리와 자색 비취 언덕
惱却襄王孤枕夢 양왕의 외로운 배개의 꿈을 괴롭히지 마시게,
肯爲雲雨下陽臺 기꺼이 雲雨가 되어 양대로 내려오라.

 

1) 최씨의 노래에 마음이 흔들린 이생이 종이에 써서 기와에 묶어 최씨에게 던진 시.

2) 송옥(宋玉)문선(文選)19 고당부(高唐賦)전국 시대 초()나라 왕이 일찍이 고당(高唐)에서 낮잠을 자는데, 꿈에 한 여인이 와서 말하기를 저는 무산의 여자로서 고당의 나그네가 되었는데, 임금님이 여기에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 원컨대 침석을 같이 해 주소서[妾巫山之女也 爲高唐之客 聞君遊高唐 願薦枕席].’라고 하므로, 과연 그와 같이 하룻밤을 잤더니, 그 이튿날 아침에 그 여인이 떠나면서 말하기를 저는 무산의 양지쪽 높은 언덕에 사는데, 매일 아침이면 아침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내리는 비가 됩니다[妾在巫山之陽 高丘之岨 旦爲朝雲 暮爲行雨].’라고 했다.”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무산의 운우는 주로 남녀 간의 정사(情事)에 관한 일을 말한다. 여기에서 운우지몽(雲雨之夢)ㆍ운우지정(雲雨之情)ㆍ무산지몽(巫山之夢)ㆍ무산지락(巫山之樂)ㆍ무산운우(巫山雲雨)라는 고사가 생겼다.

2) 무산의 봉긋한 봉우리에 얼핏 본 처자를 빗대어 설명함.

 

 

3. 김시습(金時習)죽지사(竹枝詞)

儂如百尺陰崖氷 나는 백 척 응달의 얼음 같고
爾似一竿陽曦騰 너는 한 장대의 햇빛이 뜬 것 같네.
願借一竿朝陽暉 원컨대 한 장대의 아침 햇빛 빌려주어
銷我百尺陰崖凝 나의 백 척 응달의 응어리 녹여주소.

 

1) 자신을 응달의 얼음에, 상대편을 따스한 햇살에 비유하여 자신의 시름을 풀어달라고 함.

2) 이 작품을 최씨의 노래나 이생의 답시로 넣어도 무방할 만큼 사랑의 감정을 잘 담음.

3) 사랑의 노래는 소설의 스토리 속에 넣어 읽으면 더욱 재미있음.

 

 

 

이생규장전 이야기

 

 

1. 단편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

1) 최씨가 이생에게 하룻밤을 허락하겠다고 아래의 시를 읊음.

桃李枝間花富貴 복숭아와 오얏 가지 사이에 꽃은 부귀로워
鴛鴦枕上月嬋娟 원앙 배게 위에 달은 선명하네요.

 

2) 그리고 이 시를 듣고 약간 망설이며 이생이 아래의 시로 대답을 대신함.

他時漏洩春消息 다른 때에 봄소식이 흘러나간다면
風雨無情亦可憐 바람과 비 무정하리니, 또한 가엾어지리.

 

3) 최씨는 밝은 달밤 복사꽃 꽃그늘에서 원앙처럼 정다운 부부의 연을 맺자고 했지만 이생은 무정한 비바람에 꽃이 지는 게 두렵다고 하며 누설될까 몸을 사렸다.

4) 최씨는 이생에게 두려워 말라며 시를 지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됨.

 

 

2. 최씨의 방에 놓인 병풍인 쓰여진 18편의 시: 소설에서는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김시습이 지은 것임.

 

 

3. 소설과 시의 상보관계

소설
시간이 경과되면서 진행되는 서사체 시간이 정지된 상태의 묘사
시간을 시로 정지시켰다가 다시 산문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구조로 진행.

 

 

4. 이생규장전 줄거리

최씨와 정을 통함눈치 챈 부친이 감농(監農)을 이유로 울산에 보냄최씨녀는 기다리다가 상사병에 걸림최씨 부모가 이생이 쓴 편지를 발견하고 사정을 알게 됨최씨의 부모가 청혼을 청했고 마침내 성사됨살던 중 홍건적의 침입으로 피란길에 오름최씨녀가 도적에 죽임 당함이생이 홍건적을 물리치고 돌아왔지만 자신의 집과 최씨집이 모두 탐한밤중에 최씨 귀신이 찾아옴유해가 버려진 곳을 일러주어 장례를 치름몇년을 살다가 최씨는 시를 남기고 떠났으며 이생은 최씨의 유해를 수습하고 몇 달 후 죽음

 

 

5. 다시 만난 귀신 최씨가 한 말, 시적인 표현이 보임.

妾本良族 幼承庭訓 첩은 본래 양가집 가족으로 어려서 뜻의 가르침을 이어
工刺繡裁縫之事 자수와 바느질 일을 잘하고
學詩書仁義之方 시와 서, 그리고 인의의 방법을 배웠습니다.
但識閨門之治 다만 규방의 다스림만을 알지,
豈解境外之修 어찌 집 밖의 다스림을 이해하리오.
然而一窺紅杏之墻 그러나 한 번 붉은 은행의 담장을 엿보셔서
自獻碧海之珠 스스로 푸른 바다의 구슬을 드렸습니다.
花前一笑 恩結平生 꽃 앞에 한 번 웃고 은혜 평생을 맺었죠.
帳裏重遘 情愈百年 휘장 속에 거듭 성교 나누었으니, 정은 100년 동안 이어졌죠.

 

1) 4.6문으로 자신의 죽음에 이른 과정을 토로함.

 

 

6. 시에 포함된 소설의 특징

1) 산문 자체가 서정적인데다 시를 많이 삽입하여 독특한 서정소설이라는 양식이 됨.

2) 랠프 프리드먼(Ralph Freedman)서정소설론(抒情小說論)에선 서정소설은 소설을 시의 기능에 접근시킨 혼성적인 양식으로, 인과관계와 시간에 근거를 둔 서사의 틀 안에 서정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라고 함.

 

 

 

소설에 담긴 한시와 이후의 상황

 

 

1. 주생전(周生傳)내용

주생이 과거에 실패하고 상인이 되어 배도(俳桃)와 사랑을 나눔그 후 싫증이 나고 새로 선화(仙花)를 사랑하게 됨배도에게 들켜 만날 수 없게 됐지만 배도가 죽을 때 허락함주생은 선화의 동생인 국영(國英)을 공부시킨다는 구실로 만남을 이어오다가 국영이 죽어 만날 기회가 없어짐우여곡절 끝에 노부인의 도움으로 혼인하기로 했지만 임란 발발로 다시 헤어짐

 

 

2. 주생의 사()

小院深深春意鬧 작은 집 깊숙한 곳에 봄뜻이 시끄럽고
月在花技 寶鴨香烟裊 달은 꽃 가지에 있고 향기로운 향 연기가 어지럽네.
窓裏玉人愁欲老 창속에 옥인 근심으로 삭아가려 하니,
遙遙斷夢迷花草 아득한 꿈에서 깨니 꽃과 풀에 어지럽네.

 

1) 주생의 이 시를 보고 배도는 몸을 허락함.

2) 권필의 솜씨를 빌린 주생의 시가 아름답지 못하면 소설의 개연성이 확보되지 못함.

 

 

3. 선화의 사()와 그걸 받아치는 주생의 답으로 둘 사이에도 운우지락(雲雨之樂)이 펼쳐짐

1) 선화는 소식의 하신랑(賀新郞)주렴 너머 누가 와서 고운 문을 두드리나? 자칫 요대의 꿈을 깨게 하리니, 게다가 바람이 대숲까지 흔드니[簾外誰來推繡戶, 枉敎人夢斷瑤臺曲, 又却是風敲竹].”를 읊조림

2) 몰래 듣던 주생도 바람이 대숲을 흔든다 마소, 바로 고운 임이 가리니[莫言風動竹, 直是玉人來].”라고 답함.

3) 애정을 소재로 한 전기소설을 이런 방식으로 시를 적재적소에 삽입하며 이야기를 전개함. 시가 얼마나 상황에 적합한지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달라짐.

 

 

4. 이후의 전기소설 풍경

1) 운영전(雲英傳)이 그 뒤를 이었으며 작가는 미상이나 대시인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됨.

2) 이후 걸출한 소설은 보이지 않음.

 

 

5. 선언편(選諺篇)에서 조생이 처녀를 보고 시를 읊조리자, 처녀가 화답하고서 동침하는 얘기가 있으나 시는 이 때 딱 한 번 등장함.

1) 여기선 시가 신표(信標)의 역할을 함.

2) 이후엔 시로 읽는 소설의 시대는 끝나고 서사적 구성으로 소설적인 재미를 대신하는 시대가 열림.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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