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수 있는 용기를 생각하며
여유당기(與猶堂記)
정약용(丁若鏞)
그만 두는 두 가지 사례
欲己不爲, 不得已而令己爲之者, 此事之不可已者也; 欲己爲之, 欲人勿知而令己不爲者, 此事之可已者也. 事之不可已者常爲之, 然旣己不欲, 故有時乎已之; 事之欲爲者常爲之, 然旣欲人勿知, 故亦有時乎已之. 審如是也, 天下都無事矣.
두려워할 줄 모르고 내 멋대로 하던 나였다
余病余自知之. 勇而無謀, 樂善而不知擇, 任情直行, 弗疑弗懼. 事可以已, 而苟於心有欣動也則不已之, 無可欲, 而苟於心有礙滯不快也則必不得已之.
是故方幼眇時, 嘗馳騖方外而不疑也, 旣壯陷於科擧而不顧也, 旣立深陳旣往之悔而不懼也. 是故樂善無厭而負謗獨多.
嗟呼! 其亦命也, 有性焉, 余又何敢言命哉?
이제부턴 노자의 말을 따라 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하리
余觀老子之言曰: “與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鄰.”
嗟乎! 之二語, 非所以藥吾病乎. 夫冬涉川者, 寒螫切骨, 非甚不得已, 弗爲也; 畏四鄰者, 候察逼身, 雖甚不得已, 弗爲也.
매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만 두겠다
欲以書與人論經禮之異同乎, 旣而思之 雖不爲無傷也. 雖不爲無傷者, 非不得已也, 非不得已者, 且已之. 欲議人封章言朝臣之是非乎, 旣而思之 是欲人不知也. 是欲人不知者, 是有大畏於心也, 有大畏於心者, 且已之. 欲廣聚珍賞古器乎, 且已, 欲居官變弄公貨而竊其羨乎, 且已之 凡有作於心萌於志者, 非甚不得已, 且已之, 雖甚不得已, 欲人勿知, 且已之. 審如是也, 天下其有事哉,
余之得斯義且六七年, 欲以顏其堂, 旣而思之, 且已之. 及歸苕川, 始爲書貼于楣, 竝記其所以名, 以示兒輩.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十三卷
해석
그만 두는 두 가지 사례
欲己不爲, 不得已而令己爲之者,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데 부득이하여 자기에게 하도록 하는 것
此事之不可已者也;
이 일은 그만 둘 수 없는 것이고
欲己爲之, 欲人勿知而令己不爲者,
자기가 그것을 하고자 하지만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며 자기에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此事之可已者也.
이 일은 그만 둘 수 있는 것이다.
事之不可已者常爲之,
일이 그만둘 수 있는 것은 항상 그 일은 하지만
然旣己不欲, 故有時乎已之;
이미 자기가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그만두고
事之欲爲者常爲之,
일이 하고 싶은 것은 항상 그 일은 하지만
然旣欲人勿知, 故亦有時乎已之.
이미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또한 때로는 그만둔다.
審如是也, 天下都無事矣.
진실로 이와 같다면 천하에 도무지 일이란 없을 것이다.
두려워할 줄 모르고 내 멋대로 하던 나였다
余病余自知之.
나의 병은 내가 스스로 그걸 안다.
勇而無謀, 樂善而不知擇,
용감하지만 꾀가 없고 선을 즐기지만 선택을 모르며
任情直行, 弗疑弗懼.
정에 맡겨 곧장 행하면서도 의심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事可以已, 而苟於心有欣動也則不已之,
일이 그만둘 수 있음에도 진실로 마음에 기쁜 동요가 있으면 그만두지 못하고
無可欲, 而苟於心有礙滯不快也則必不得已之.
하고 싶지 않음에도 진실로 마음에 답답하여 불쾌함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두질 않는다.
是故方幼眇時, 嘗馳騖方外而不疑也,
이런 까닭으로 어렸을 시기에 당해 일찍이 방외로 내달리면서도 의심하지 않았고
旣壯陷於科擧而不顧也,
이미 장성하여선 과거공부에 뺘져 돌아보질 않았으며
旣立深陳旣往之悔而不懼也.
이미 서른살이 되어선 깊이 이미 지난 일을 후회를 진술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是故樂善無厭而負謗獨多.
선을 좋아하길 만족함 없이 했고 비방을 받길 홀로 많이 했다.
嗟呼! 其亦命也, 有性焉,
아! 이 또한 운명이고 본성이니
余又何敢言命哉?
나 또한 어찌 감히 운명을 말하리오?
이제부턴 노자의 말을 따라 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하리
余觀老子之言曰:
내가 노자의 말을 보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중함이여[與] 겨울에 냇가를 건너는 것처럼, 경계함이여[猶]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嗟乎! 之二語, 非所以藥吾病乎.
아! 두 마디 말이 나의 병을 치료할 만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夫冬涉川者, 寒螫切骨,
대체로 겨울에 냇가를 건너는 사람은 한기가 뼈에 사무쳐
非甚不得已, 弗爲也;
부득이한 게 심하지 않다면 하질 않고,
畏四鄰者, 候察逼身,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몸에 이를까 걱정하기에
雖甚不得已, 弗爲也.
비록 매우 부득이하더라도 하지 않는다.
매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만 두겠다
欲以書與人論經禮之異同乎,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 대강의 예[經禮]의 다름과 같음을 논의하다가
旣而思之 雖不爲無傷也.
이윽고 생각해보니 비록 하지 않더라도 없었다.
雖不爲無傷者, 非不得已也,
비록 하지 않더라도 해가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 아니니,
非不得已者, 且已之.
부득이한 게 아닌 것은 또한 그만둔다.
欲議人封章言朝臣之是非乎,
사람을 의론하는 봉장(封章)【봉장(封章): 왕 이외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밀봉하여 올리는 상소로, 중국 한(漢) 나라 때 검은 천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올리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 관료 또는 유생(儒生), 향교(鄕校)나 기타 사인(私人) 등이 글을 올려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제도이기도 하다. / 유의어 – 봉사(封事), 주소(奏疏), 장소(章疏), 진소(陳疏)】으로 조정 신하들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다가
旣而思之 是欲人不知也.
이윽고 생각해보니 이것은 남이 모르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是欲人不知者, 是有大畏於心也,
남이 모르도록 하려는 것은 크게 마음에 두려워함이 있는 것이니
有大畏於心者, 且已之.
크게 마음에 두려워함이 있는 것은 또한 그만둔다.
欲廣聚珍賞古器乎,
널리 진귀한 것을 모으고 옛 기물(器物)을 감상하려 하였지만
且已,
또한 그만뒀고,
欲居官變弄公貨而竊其羨乎,
관직에 거하며 편법으로 공적 재화를 농간하여 부끄러워함을 범하였기에
且已之
또한 그만뒀으며
凡有作於心萌於志者,
대체로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뜻에서 싹트는 것은
非甚不得已, 且已之,
매우 부득이하지 않았기에 또한 그만뒀고
雖甚不得已, 欲人勿知, 且已之.
비록 매우 부득이하더라도 남이 알지 않았으면 했기에 또한 그만뒀다.
審如是也, 天下其有事哉,
진실로 이와 같다면 천하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余之得斯義且六七年,
내가 이 뜻을 터득한 지 또한 6~7년째라
欲以顏其堂, 旣而思之, 且已之.
그 당에 편액(扁額)하려 했다가 이윽고 생각해보고선 또한 그만뒀다.
及歸苕川, 始爲書貼于楣,
소내[苕川]로 돌아옴에 이르러 비로소 글을 지어 문미(門楣)에 붙이고
竝記其所以名, 以示兒輩.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十三卷
아울러 이름 지은 까닭을 기록하여 자식들에게 보여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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