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를 추도함
도망(悼亡)
제주에 유배된 지 2년째인 1842년에 11월 18일에 김정희는 아픈 아내에게 안부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린다.
김정희(金正喜)
那將月姥訟冥司 來世夫妻易地爲
我死君生千里外 使君知我此心悲
해석
那將月姥訟冥司 나장월노송명사 | 어찌 장차 월하노인에게 저승에서 말을 하여 |
來世夫妻易地爲 내세부처역지위 | 다음 생에서 나와 당신의 처지를 바꿔 |
我死君生千里外 아사군생천리외 | 내가 죽고 그대 천리 밖에 살아서 |
使君知我此心悲 사군지아차심비 | 그대에게 나의 이런 슬픈 마음 알게 하려나? |
해설
이 시는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지은 시로, 절구(絶句)라는 짧은 형식 속에 애도(哀悼)의 마음이 합축(含蓄)되어 있는 만시(輓詩)이다.
김정희는 1840년 제주도로 유배를 갔고 그의 나이 57세인 1842년 11월 13일에 예산(禮山)에서 부인이 죽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부인과 금슬이 좋았던 김정희는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현존하는 간(簡) 33통 가운데 31통이 부인에게 쓴 것이며, 13통은 제주도에서 쓴 것임】 제주도 음식이 맞지 않음을 투정하여 젓갈 등을 보내달라고 했던 것이다. 나중에 한 달 뒤인 12월 15일에야 부인이 죽고 난 뒤에 반찬 투정을 했다는 것을 알고 대성통곡(大聲痛哭)하며 이 시를 쓴 것이다.
어떻게 하면 혼인을 관장하는 월하노인(月下老人)을 데리고 저승에 가서 내세에는 부부가 서로 다른 처지인 자신은 부인으로, 아내는 남편으로 바꾸어 태어나 자신이 죽고 아내가 천 리 먼 제주도에 살아남아 아내를 잃은 자신의 이 슬픔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50~35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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