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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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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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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시선일여(詩禪一如)의 인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시를 배우는 과정을 선()에 비유한 이선유시(以禪喩詩)의 생각도 활발하게 제출되었다.

 

學詩渾似學參禪 시 배움은 흡사 참선(參禪) 배움 같거니
竹榻蒲團不計年 대 걸상 부들자리에 해를 따지지 않네.
直待自家都了得 스스로 깨쳐 얻음을 얻게 되면
等閑拈出便超然 멋대로 읊조려도 문득 초연하리라.

 

북송(北宋)의 시인 오가(吳可)학시시(學詩詩)이다. 대나무 걸상 위에 부들자리를 깔고 좌선(坐禪)을 오래 했다 해서 선()의 화두(話頭)를 터득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연(自家)료득(了得)’이다. 증심(證心)하는 깨달음이 있고 보면 그저 심상히 읊조리는 말도 초연(超然)한 상승(上乘)의 경계가 된다. 오가(吳可)의 위 시가 널리 알려지자, 많은 시인들의 그 첫 구를 관주(貫珠)하여 비슷한 작품들을 여럿 남겼다. 명나라 때 도목(都穆)논시시(論詩詩)3수 같은 것이 그 좋은 예이다.

 

學詩渾似學參禪 시 배움은 흡사 참선(參禪) 배움 같거니
不悟眞乘枉百年 진제(眞諦)를 깨닫잖곤 백년이 부질없다.
切莫嘔心幷剔肺 심장 토하고 폐부 도려냄도 더할 나위 없겠지만
須知妙悟出天然 묘오(妙悟)는 천연(天然)에서 나옴을 알아야지.

 

깨달음 없는 참선(參禪)은 공연히 제 몸을 들볶는 것이나 같다. 살아 숨 쉬는 깨달음이 없는 시는 말장난일 뿐이다. 선승(禪僧) 신찬(神贊)은 일찍이 깨달음 없이 습관이 되어버린 참선(參禪)을 일러, “열린 문으로는 나가려 하지 않고, 창문을 두드리는 어리석음이여. 문종이를 백년을 두드려 본들, 언제나 나가볼 기약 있을꼬[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百年鑽古紙, 何日出頭期].”라 노래한 바 있다. 방 안으로 날아든 벌은 환히 열린 문은 마다하고 굳이 닫힌 창문만 두드린다. 자유의 문은 저기 저렇게 활짝 열려 있는데 집착을 놓지 못해 그걸 보지 못한다. 시인이 시의 묘리를 깨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심장을 토해내고 폐부를 도려내는 고심참담도 좋지만, 진정한 깨달음이란 원래 없는 것을 쥐어 짜내는 조탁과는 관계가 없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산은 산, 물은 물

2. 산은 산, 물은 물

3. 산은 산, 물은 물

4.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5. 선기(禪機)(詩趣)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8.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0.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1.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3.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4.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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