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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②
이 이야기를 소동파(蘇東坡)는 그의 「금시(琴詩)」에서 다시 이렇게 읊조린다.
若言琴上有琴聲 | 거문고에 소리가 있다 하면은 |
放在匣中何不鳴 | 갑 속에 두었을 젠 왜 안 울리나. |
若言聲在指頭上 | 그 소리 손가락 끝에 있다 하면은 |
何不於君指上聽 | 그대 손끝에선 왜 안 들리나. |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거문고와 손가락의 사이에서다. 거문고에 손가락이 닿아 소리로 울리는 이 미묘한 이치를 아는가? 소리는 그렇다면 어디에 숨어 있었더란 말인가? 깨달음은 어디에 있는가?
도연명(陶淵明) 「음주(飮酒)」시의 뒤 네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 산 기운 저녁이라 더욱 고운데 나는 새 짝을 지어 돌아가누나. |
此中有眞意 欲辨已忘言 |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으나 말을 하려 하나 이미 말을 잊었네. |
동쪽 울타리 께에서 국화를 캐다가 허리를 펴고 먼 산을 바라본다. 남산 너머론 노을이 불타고, 산빛은 빗기는 햇살을 받아 몽환적 색조를 띠고 있다. 그 사이로 새들은 아스라한 영상을 남기며 날아간다.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던 시인은 가슴으로 다가서는 느낌을 가졌다. 그러나 그 느낌은 무어라고 말하려는 순간 혀끝을 감돌다 사라지고 말았다. 언어가 힘을 잃고 사라진 자리. 남산과 시인의 사이에 아무런 간격도 없다. 내가 남산이 되고, 남산이 곧 내가 된다. 언어가 끼여들 틈이 없다. 그래서 시인은 ‘이미 말을 잊었다’고 한 것이다. 송의 시덕조(施德操)는 『남창적과록(北窗炙輠錄)』에서 이 시를 두고 “이때 달마는 아직 중국에 오지도 않았는데, 연명은 이미 선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곡을 통쾌하게 찌른다.
인용
1. 산은 산, 물은 물①
2. 산은 산, 물은 물②
3. 산은 산, 물은 물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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