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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5.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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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5.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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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예전 선승들은 깨달음을 묻는 제자에게 봉()이나 할()을 안겨주거나, 아니면 아예 주먹질을 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그도 저도 안 될 때에는 시법게(示法偈)를 남겼는데, 그 깨달음의 세계란 것이 워낙에 미묘하고 알기 어려운 것이어서 구체적인 설명 대신에 앞서 본 것과 같은 해괴한 상징과 비유를 동원하여 그들의 오성(悟性)을 열어주려 하였다. 그밖에 도를 깨닫는 순간의 느낌을 노래하는 오도송(悟道頌) 같은 것도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비유와 상징의 화법으로 전달하려 하였다. ()의 사유와 시()의 방법은 이 지점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고려 때 선승 경한(景閑)조사선(祖師禪)이란 글에서 시와 선이 만나는 지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달마(達摩)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면, “아득히 강남 땅 2,3월을 생각자니,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 향기롭네[遙憶江南三二月, 澝嘑啼處百花香].”라고 대답한다. 또 스님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면, 대답하기를, “뉘엿한 해에 강과 산은 곱기도 하고,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롭구나[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라고 한다. 또 이르기를, “산꽃이 활짝 피자 비단만 같고, 시냇물은 쪽빛보다 더욱 푸르다[山花開似錦, 澗水碧於藍].”라고도 한다.

 

 

이것을 묻는데 저것을 대답한다. 도무지 요령부득의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그러면서도 성동격서(聲東擊西), 지상매회(指桑罵檜)의 통쾌함이 있다.

 

다음 선승(禪僧)들의 몇 편 시는 선기(禪機)와 시취(詩趣)가 한데 넘나, 시선일여(詩禪一如)의 높은 경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경우이다.

 

飢來喫飯飯尤美 배고파 밥 먹으니 밥맛이 좋고
睡起啜茶茶更甘 일어나 차 마시니 차맛이 달다.
地僻從無人扣戶 후진 곳 문 두드리는 사람도 없어
庵空喜有佛同龕 텅 빈 암자 부처님과 함께 함이 기쁘다.

 

충지(沖止)한중우서(閑中偶書)란 작품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깨어 목마르면 차를 마신다. 외진 곳에 자리한 빈 암자엔 아무도 찾는 이 없어 사립문은 늘 걸린 그대로이고, 그 속에 한 스님이 부처님과 함께 불당에 앉아 있다. 그는 기쁘다고 말한다.

 

 

윤두서, 탁족도(濯足圖), 18세기, 23.5X17.3cm, 개인소장

옷자락 걷고 발을 담근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가 보는가? 무얼 보는가? 이 소식을 알겠는가?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산은 산, 물은 물

2. 산은 산, 물은 물

3. 산은 산, 물은 물

4.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5. 선기(禪機)(詩趣)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8.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0.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1.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3.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4.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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