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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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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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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白雲堆裡屋三間 흰 구름 쌓인 곳에 세 칸 초가집
坐臥經行得自閑 앉아 눕고 쏘다녀도 제 절로 한가롭네.
澗水冷冷談般若 시냇물은 졸졸졸 반야(般若)를 속삭이고
淸風和月遍身寒 맑은 바람 달빛에 온 몸이 서늘하다.

 

고려 말의 선승(禪僧) 혜근(慧勤)산거(山居)란 작품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곤하면 자는 생활이지만 무위도식과는 엄연이 다르다. 흰 구름 속 초가삼간에서도 일말의 누추를 찾을 길 없다. 시냇물은 졸졸졸 흘러가며 반야(般若)의 설법을 들려주고, 맑은 바람과 흰 달빛은 내 정신을 쇄락케 한다.

 

卷箔引山色 連筒分澗聲 구슬 발 걷어서 산 빛 들이고 대통 이어 시냇물 소릴 나누네.
終朝少人到 杜宇自呼名 아침내 아무도 오지를 않고 두견새 제 홀로 이름 부른다.

 

충지(沖止)한중잡록(閑中雜詠)가운데 한 수이다. 발을 걷어 산빛을 방안으로 끌어들이고, 대통을 이어서 시냇물소리를 뜰 안에서 듣는다. 산빛과 시냇물소리를 함께 하는 아침, 아무도 이 흥취(興趣)를 깨는 이 없다. 이따금 적막을 견디다 못한 두견새가 제 이름을 부르며 울 뿐이다.

 

다시 그의 거산시(居山詩)한 수를 보자.

 

日日看山看不足 날마다 산을 봐도 또 보고 싶고
時時聽水聽無厭 물소리 늘 들어도 싫증나잖네.
自然耳目皆淸快 저절로 귀와 눈 맑게 트이니
聲色中間好養恬 소리와 빛깔 속에 마음 기른다.

 

산은 언제나 거기 그렇게 서 있고, 나는 언제나 여기 이렇게 산을 바라본다. 물은 쉬임 없이 흘러가며 무상(無上)의 설법을 들려준다. 산 빛을 채워 해맑고, 물소리로 씻어 깨끗해진 눈과 귀를 안으로 돌려 고요 속에 마음을 기른다.

 

高臺獨坐不成眠 높은 누대 홀로 앉아 잠 못 이루니
寂寂孤燈壁裏懸 쓸쓸히 외론 등불 벽 위에 걸려있네.
時有好風吹戶外 창밖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却聞松子落庭前 뜰 앞에서 들리는 솔방울 지는 소리.

 

조선조 정관선사(靜觀禪師)가 금강대(金剛臺)에 올라지었다는 시다. 사바의 세계는 구름 아래 펼쳐져 있고, 그 위의 스님은 잠 못 이룬다. 속세에 두고 온 까닭 모를 근심이 있는 것도 아닐진대, 가물거리는 외로운 등불은 모두 잠들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보리(菩提)의 불빛이 아닐 것인가. 꺼지지 않는 등불과 오롯이 깨어있는 나는 등가의 심상으로 교감한다. 바로 그때 바람은 그 마음을 헤아렸다는 듯이 문풍지를 흔들고, 또 솔방울은 소리를 내며 뜨락으로 떨어진다.

 

 

김홍도,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 18세기, 20.8X28.7cm, 간송미술관

깡마른 정신 하나 들고 서방정토 향해 간다. 구름 위 연꽃 보좌에 앉았자니 눈앞이 환하다. 향기가 진동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산은 산, 물은 물

2. 산은 산, 물은 물

3. 산은 산, 물은 물

4.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5. 선기(禪機)(詩趣)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8.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0.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1.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3.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4.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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