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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3. 산은 산, 물은 물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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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3. 산은 산, 물은 물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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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은 산, 물은 물

 

 

(曉峯) 스님의 다음 법어(法語)에서도 이러한 반상(反常)’은 계속된다.

 

若人欲越四相山 누구든 사상산(四相山)을 건너랴거든
也要須杖兎角杖 토끼 뿔 지팡이를 짚어야 하고,
若人欲渡生死海 생사(生死)의 바다를 건너려 하면
也要須駕無底船 밑 빠진 배를 타야 하리라.

 

토끼에게 무슨 뿔이 있으며, 설사 있다 한들 상아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지팡이로 만들 수 있으랴. 밑 빠진 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바다는 어떤 바다인가? 읽을수록 알쏭달쏭하고 들을수록 해괴하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사상산(四相山)과 생사해(生死海)를 건널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행간의 뜻은 찾을수록 첩첩산중이다.

 

斫來無影樹 燋盡水中漚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와서는 물속의 거품에다 태워 버린다.
可笑騎牛者 騎牛更覓牛 우습구나, 소를 타고 있는 이 소 타고서 다시금 소를 찾다니.

 

서산대사(西山大師)가 고제(高弟) 소요(逍遙) 태능선사(太能禪師)에게 내린 게송(偈頌) 가운데 한 수이다. 이번에는 그림자 없는 나무를 물속에서 태워 버린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그래도 34구는 좀 알아들을 법하다. 소를 타고 있는 이가 소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말이다. 불가에서 멱우(覓牛)’는 구도(求道)와 같다. ()의 실체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자꾸만 몸 밖에서 소를 찾는다는 말이다.

 

百千經卷如標指 온갖 경전의 말 표지와 같아
因指當觀月在天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야지.
月落指忘無一事 달 지고 손가락 잊어 아무 일 없거니
飢來喫飯困來眠 배고프면 밥 먹고 곤하면 자네.

 

소요(逍遙) 태능(太能)의 시이다. 온갖 경전에 쓰여진 불법(佛法)의 말씀들은 모두 깨달음의 바다로 이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경전 탐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으니 이 아니 안타까운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어늘 어디에서 티끌 생각이 일어난단 말인가. 달도 지고 손가락도 잊은 그곳, 분별하고 사량(思量)하는 마음조차 끊어진 그곳에서 하는 일이란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는 것뿐이다. 언어를 버려라. 생각을 버려라. 그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생각마저 버려라. 그때 깨달음의 세계가 통쾌하게 열리리라.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산은 산, 물은 물

2. 산은 산, 물은 물

3. 산은 산, 물은 물

4.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5. 선기(禪機)(詩趣)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8.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0.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1.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3.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4.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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