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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④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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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바다 -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④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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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閱過行年六十七 더듬어 지나온 길 예순 일곱 해
及到今朝萬事畢 오늘 아침 이르러 모든 일 끝나도다.
故鄕歸路坦然平 고향 돌아가는 길 평탄도 한데
路頭分明曾未失 갈 길이 뚜렷하여 길 잃지 않겠구나.
手中纔有一枝笻 수중엔 겨우 지팡이 하나지만
且喜途中脚不倦 도중에 다리 품 덜어줌 기뻐하노라.

 

충지(沖止) 스님의 임종게(臨終偈)이다. 어떤 삶 끝에서 이렇듯 투명한 정신의 자락이 펼쳐지는가. 스님은 이 게송을 남기고 옷을 갈아입은 뒤 그대로 입적하였다. 생사(生死)의 바다를 훌쩍 건너 저승길을 마치 소풍 가듯 떠나가고 있다. 보우(普愚) 스님의 사세송(辭世頌)또한 생사(生死)의 바다를 단숨에 뛰어넘는 장엄함이 있다.

 

人生命若水泡空 인생은 물거품 부질없는 것
八十餘年春夢中 여든 몇 해 생애가 봄 꿈속이라.
臨終如今放皮袋 죽음 임해 가죽 자루 벗어던지니
一輪紅日下西峯 한 덩이 붉은 해 서산에 지네.

 

인생은 물거품이요 한바탕 봄꿈이다. 육신을 버리는 것은 가죽 부대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무엇이 남는가. 붉은 해가 서산에 진다. 내 육신은 가도 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붉은 불덩이로 되살아난다. 무엇이 슬프고 안타까울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런 시는 어떨까?

 

 

새벽에 일어나 큰 산에 절하고

저녁 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산에 머리 숙인다.

 

말없이 이렇게 하며 산다.

이러는 것은 아무 다른 뜻이 없다.

산 곁에서 오래 산을 바라보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

 

무슨 소리를 들었다 할 수도 없다.

 

산에게 무엇 하나 묻지도 않는다.

고요히 산을 향해 있다가 홀연

자신에게 돌아서는 일

 

이것이 산과 나의 유일한 문답법이다.

 

 

이성선의 시 산문답(山問答)이다. 앞선 선승들의 지취(旨趣)와 방불치 아니한가. 말 없는 가운데 마음을 흐르게 하는 일, ()은 시인(詩人)에게 이러한 심법(心法)을 일깨워 준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산은 산, 물은 물

2. 산은 산, 물은 물

3. 산은 산, 물은 물

4.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5. 선기(禪機)(詩趣)

6.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7. 선기(禪機)와 시취(詩趣)

8.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9.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0. 설선작시 본무차별(說禪作詩, 本無差別)

11.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2.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3.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14. 거문고의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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