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좋은 시는 귀신도 감동시킨다
金英憲之岱, 題義城舘樓詩曰: “聞韶公舘後園深, 中有危樓百餘尺. 香風十里捲珠簾, 明月一聲飛玉笛. 煙輕柳影細相連, 雨霽山光濃欲適. 龍黃折臂甲枝郞, 仍按憑闌尤可惜.” 爲一時膾炙.
後十年樓火於兵, 板隨以亡. 又後數十年, 一按部入縣, 索金詩甚急, 邑人無如之何. 時縣守吳君廸莊有一女, 曾與張相國鎰子庭賀, 約爲婚媾. 吳携女之任, 庭賀取他耦. 吳女發狂亂語, 忽詠出金詩, 邑人錄呈按部, 按部奇之.
世相傳以爲, ‘鬼物亦愛詩, 能護惜不失. 復傳於世.’ 予嘗以爲此說荒怪, 無足信者.
嘗觀杜詩註, 有病虐者, 誦少陵子‘章髑髏血模糊, 手提擲還崔大夫’之句, 病頓痊.
又『名臣言行錄』, 王榮老之任觀州, 渡江七日風作不涉. 人曰: “江神極靈. 舟中必有異物, 當獻得濟.” 榮老只有黃麈尾獻之, 風如故, 又以端硯獻之, 風愈作. 又獻宣包虎帳皆不驗. 夜臥念黃魯直草書扇子, 乃韋蘇州‘獨燐幽草澗邊生, 上有黃鸝深樹鳴. 春潮帶雨晩來急, 野渡無人舟自橫.’ 一絶句也. 取獻之. 香火未收南風吹, 便帆飽一瞥而濟.
僧洪覺範曰: “此必元祐遷客之鬼, 不然何嗜詩之深耶?” 然則詩能感鬼神.
古人亦已言之, 予何獨於於金詩也哉.
해석
金英憲之岱, 題義城舘樓詩曰: “聞韶公舘後園深, 中有危樓百餘尺. 香風十里捲珠簾, 明月一聲飛玉笛. 煙輕柳影細相連, 雨霽山光濃欲適. 龍黃折臂甲枝郞, 仍按憑闌尤可惜.”
영헌 김지대는 의성 객사의 누각에서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聞韶公舘後園深 | 문소 공관의 후원 깊은 곳 |
中有危樓百餘尺 | 가운데에 위태로운 듯 100여척 높이의 누각이 있다 하네. |
香風十里捲珠簾 | 향기로운 바람이 10리 불어와 주렴을 걷고 |
明月一聲飛玉笛 | 밝은 달 한 소리로 울려 옥 젓대 날리네. |
煙輕柳影細相連 | 안개가 가볍기에 버들개지 그림자 가늘게 서로 이어지고 |
雨霽山光濃欲滴 | 비 그쳤기에 산빛 무르익어 물방울지려 하지. |
龍荒折臂甲枝郞 | 흉노의 팔 꺾었던 장원 급제자라 |
仍按憑欄尤可怕 | 그래서 난간에 기대고 있으니 더욱 두려워할 만하구나. |
爲一時膾炙.
한 때에 회자 되었다.
後十年樓火於兵, 板隨以亡.
10년이 지나 누각이 전쟁으로 타버렸고 판각도 따라서 사라졌다.
又後數十年, 一按部入縣,
또한 10년이 흘러 안찰사【안부(按部): 군대(軍隊)의 진열(陣列)을 조정하는 일, 군대를 부서(部署)하는 일, 또는 각 부서를 안찰(按察)하는 일 등을 말한다.】가 현에 들어와
索金詩甚急, 邑人無如之何.
김지대의 시 찾기를 매우 급하게 했지만 읍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時縣守吳君廸莊有一女,
당시 현의 군수인 오적장에겐 한 명의 딸이 있어
曾與張相國鎰子庭賀, 約爲婚媾.
일찍이 상국 장일의 아들인 정하와 결혼하길 약속했다.
吳携女之任, 庭賀取他耦.
오적장이 딸을 데리고 임지로 갔는데 정하는 다른 짝과 결혼한 것이었다.
吳女發狂亂語, 忽詠出金詩,
오적장의 딸이 발광하고서 말을 마구 하는데 갑자기 김지대의 시를 읊어댔고
邑人錄呈按部, 按部奇之.
읍 사람들이 기록하여 안찰사에게 드리자 안찰사는 그걸 기이하게 여겼다.
世相傳以爲, ‘鬼物亦愛詩,
세상에선 서로 전했다. ‘귀신 또한 시를 아껴서
能護惜不失. 復傳於世.’
보호하고 아까워해 잃지 않도록 하여 다시 후대에 전하게 했다.’
予嘗以爲此說荒怪, 無足信者.
나는 일찍이 이 말이 황당하고 기괴하다고 여겨 믿을 수 없었다.
嘗觀杜詩註, 有病虐者,
일찍이 두보시의 주를 보다가 학질에 걸린 사람이 있었는데
誦少陵子‘章髑髏血模糊, 手提擲還崔大夫’之句,
두보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암송하자
子章髑髏血模糊 | 자장의 해골이 핏기운이 모호하니 |
手提擲還崔大夫 | 손수 들어 던져서 최대부에게 돌려주네. |
病頓痊.
병이 갑자기 나았다.
又『名臣言行錄』, 王榮老之任觀州,
또한 『명신언행록』【명신언행록(名臣言行錄): 중국 송나라의 명신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언행이나 일화 따위를 주희와 이유무가 열전 형식으로 엮은 책】에선 왕영로가 관주에 부임하려는데
渡江七日風作不涉.
강을 건너려는 7일 동안 바람이 불어 건너질 못했다.
人曰: “江神極靈.
사람들이 “강의 귀신은 극히 영험합니다.
舟中必有異物, 當獻得濟.”
배안엔 반드시 기이한 물건이 있을 것이니 마땅히 바쳐야만 건널 수 있습니다.”
榮老只有黃麈尾獻之, 風如故,
영로는 다만 노란 고라니 꼬리가 있어 바치니 바람이 예전처럼 잦아들었다가
又以端硯獻之, 風愈作.
또 단계석으로 만든 벼루를 바치니 바람이 더욱 거세졌으며
又獻宣包虎帳皆不驗.
또 진공한 호장까지 모두 바쳤음에도 모두 효험이 없었다.
夜臥念黃魯直草書扇子, 乃韋蘇州‘獨燐幽草澗邊生, 上有黃鸝深樹鳴. 春潮帶雨晩來急, 野渡無人舟自橫.’ 一絶句也.
밤에 눕자 황노직이 초서한 부채, 곧 소주 위응물의 다음과 같은 한 절구가 생각났다.
獨燐幽草澗邊生 | 외론 도깨비불은 깊은 풀 시냇가에서 생겨나니 |
上有黃鸝深樹鳴 | 위로는 노란 꾀꼬리가 있어 깊은 숲에서 우네. |
春潮帶雨晩來急 | 봄의 조수는 빗 기운 띠어 저물녘에 급히 오자 |
野渡無人舟自橫 | 들판 나루엔 사람 없는 배만이 절로 비끼어 있네. |
取獻之.
가져다가 바쳤다.
香火未收南風吹, 便帆飽一瞥而濟.
향이 타기도 전에 남풍이 부니 곧 돛이 한 순간에 빵빵해져 건너게 됐다.
僧洪覺範曰: “此必元祐遷客之鬼,
스님 홍각범이 “이는 반드시 원우【원우(元祐): 북송(北宋) 철종(哲宗)의 연호이다. 이 시기에 사마광(司馬光), 문언박(文彦博), 여문저(呂文著), 정이(程頤), 소식(蘇軾) 등 명현들이 당시의 문인, 학자 119명을 모아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다가 찬축되었다.】 시기에 좌천된 귀신들일 것이니,
不然何嗜詩之深耶?”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시를 즐김이 깊을 수 있겠습니까?”
然則詩能感鬼神.
그러하다면 시는 귀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古人亦已言之, 予何獨於於金詩也哉.
고인이 또한 이미 그걸 말했으니 내가 어찌 유독 김지대의 시에 대해서만 의심하리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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