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최해의 반골기질이 드러난 일화와 시들
崔猊山瀣, 才奇志高, 放蕩不羣.
嘗登海雲臺, 見萬戶張瑄題詩松樹曰: “此樹何厄遭此惡詩.” 遂刮去塗以糞土. 瑄怒, 命將追獲傔從, 械立門外, 猊山遁還. 其恃才傲物如此, 然坐此蹭蹬.
嘗貶長沙監務, 有詩云: ‘高名千古長沙上, 却愧才非賈少年.’ 又云: “三年竄逐病相仍, 一室生涯轉似僧. 雪滿四山人不到, 海濤聲裏坐挑燈.” 又嘗有詩云: “我衣縕袍人輕裘, 人居華屋我圭竇. 天工賦與本不齊, 我不嫌人人我詬.”
讀其詩可見困頓氣象.
해석
崔猊山瀣, 才奇志高, 放蕩不羣.
예산 최해는 재주가 기이하고 뜻은 높았으며 방탕하여 어울리지 못했다.
嘗登海雲臺, 見萬戶張瑄題詩松樹曰:
일찍이 해운대에 올랐다가 만호【만호(萬戶): 고려·조선 시대 외침 방어를 목적으로 설치된 만호부의 관직.】 장선이 시를 써둔 소나무를 보고 말했다.
“此樹何厄遭此惡詩.”
“이 나무는 어떤 액운으로 이런 나쁜 시를 만나게 됐는가?”
遂刮去塗以糞土.
마침내 제거하고서 썩은 흙을 발라버렸다.
瑄怒, 命將追獲傔從,
장선은 화를 내고서 명하여 장차 최해의 하인【겸종(傔從): 예전에, 양반집의 수청방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잡일을 맡아보고 시중을 드는 사람을 이르던 말】을 쫓아 잡아오게 하고서
械立門外, 猊山遁還.
형틀을 채워 문 밖에 세워두자 예산은 달아났다.
其恃才傲物如此, 然坐此蹭蹬.
재주를 믿고 외물엔 거만하기가 이와 같았지만 죄에 빠져 이에 벼슬을 잃었다【층등(蹭蹬) : 실족하는 모양. 전하여 세력을 잃는 것.】.
嘗貶長沙監務, 有詩云: ‘高名千古長沙上, 却愧才非賈少年.’
일찍이 장사감무로 좌천되자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高名千古長沙上 | 천고에 높은 명성 있는 장사인데 |
只愧才非賈少年 | 다만 내 재주가 가소년이 아님이 부끄럽다네【가소년(賈少年) : 한(漢) 나라의 가의(賈誼). 그는 20여 세의 소년일 때 문제(文帝)가 그의 재주를 사랑하여 1년 동안에 갑자기 태중대부(太中大夫)의 벼슬에 승진시켰더니, 원로대신(元老大臣)들이 배척하므로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삼아 멀리 내보내었다. 여기서는 작자(作者)가 장사 감무(長沙監務)로 좌천되어 갔기 때문에 지명이 같으므로 가의의 일을 인용하였다.】. |
又云: “三年竄逐病相仍, 一室生涯轉似僧. 雪滿四山人不到, 海濤聲裏坐挑燈.”
또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三年竄逐病相仍 | 삼년 유배생활에 병마저 생겨 |
一室生涯轉似僧 | 한 방에서의 생애 뒤바뀌어 스님인 듯. |
雪滿四山人不到 | 눈 가득 내린 사방의 산엔 사람조차 이르질 않아 |
海濤聲裏坐挑燈 | 파도소리 속에 앉아 등불심지 돋우네. |
又嘗有詩云: “我衣縕袍人輕裘, 人居華屋我圭竇. 天工賦與本不齊, 我不嫌人人我詬.”
또한 일찍이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我衣縕袍人輕裘 | 나는 헌솜옷을 입었는데 남들은 가벼운 가죽옷 입었고 |
人居華屋我圭竇 | 남들은 화려한 집에 사는데 나는 다 허름한 집【규두(圭竇): 규두는 홀[圭] 모양으로 된 문 옆의 작은 문을 말한 것으로 가난하여 보잘것없는 집을 뜻한다.】에 사네. |
天翁賦與本不齊 | 하느님이 부여한 것이 본래 같지 않아 |
我不人嫌人我詬 | 나는 남을 싫어하지 않는데 남들은 나를 욕하네. |
讀其詩可見困頓氣象.
이 시들을 읽으면 노곤하고 좌절한 기상을 볼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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