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不移堂記 (6)
건빵이랑 놀자
8-1. 총평 1연암은 문학론과 관련된 글을 여러 편 남겼는데, 이 글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연암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관건이 된다. 2연암은 이 글을 서른두 살 때 썼으며, 4년 뒤에 개작하였다. 이를 통해 연암이 30대 초반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미학적 관점을 완성했음을 알 수 있다. 3‘법고창신론’은 문학 창작방법론으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창조에도 유용한 원리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그것은 하나의 포괄적 미학 원리다. 연암이 창안한 이 이론은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 ‘고古’와 ‘신新’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그것은 한국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적 관점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4‘법고창신론’은 그 이론..
5-1. 총평 1이 글은 불교의 교리를 담고 있다. 연암은 불교와 관련된 글을 몇 편 남기고 있는데, 이 글은 그 중 하나다. 2연암은 동자승과 대사가 주고받는 문답을 그 곁에서 듣고 있고, 독자는 그것을 다시 엿듣는다. 3연암은 동자승과 대사의 문답을 통해 심오한 이치를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개성까지도 잘 묘파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어려운 이치를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은 여유롭고 생기가 넘친다. 4이 글은 퍽 파격적인 글이다. 기문記文으로 작성된 글임에도 글의 대부분은 엉뚱하게도 대사와 동자승의 문답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문답 속에 기문을 부탁한 사람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말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그 문답은 엉뚱한 것이 아니요, 주도면밀한 고려의 결과..
7-1. 총평 1이 글은 서간문이다. 전근대 시기에는 서간문도 엄연한 문학 작품이었다. 연암의 서간문은 문예성이 퍽 빼어나다. 이 글에서 그 점이 확인된다. 2이 편지는, 처음에 서울에 있는 친지들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 중간에 친구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끝에 백아의 고사에 빗대어 벗을 잃은 사람의 지극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단락이 보여주는, 백아의 심리적 추이에 대한 묘사는 연암의 대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이 글 중 가장 빼어난 부분이라 할 만하다. 3이 글은 연암이 안의 현감으로 있을 때인 1793년에 씌어진 것인바 연암 57세 때의 글이다. 노老 연암의 원숙미와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4 이 작품은 ‘법고창신’이란 게 구체적..
1. 파격적인 제문 살아 있는 석치石癡[각주:1]라면 함께 모여 곡도 하고, 함께 모여 조문도 하고, 함께 모여 욕지거리도 하고, 함께 모여 웃기도 하고, 몇 섬이나 되는 술을 마시기도 하고, 맨몸으로 서로 치고받고 하며 고주망태가 되도록 잔뜩 취해 서로 친한 사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인사불성이 되어, 마구 토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뒤집혀 어질어질하여 저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그만둘 터인데, 지금 석치는 진짜 죽었구나!生石癡, 可會哭可會吊, 可會罵可會笑. 可飮之數石酒, 相臝體敺擊, 酩酊大醉, 忘爾汝, 歐吐頭痛, 胃翻眩暈, 幾死乃已. 今石癡眞死矣. 제문祭文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로서, 흔히 제물祭物을 올려 축문祝文처럼 읽게 되어 있다. 그 형식은 보통 글의 서두에 ‘언제 누가 누구를 위해..
1. 형수의 아버지가 형수를 보러 자주 찾아오다 공인恭人[각주:1] 휘諱[각주:2] 모某[각주:3]는 완산完山[각주:4] 이동필李東馝[각주:5]의 따님으로 왕자 덕양군德陽君[각주:6] 후손이다. 열여섯에 반남潘南[각주:7] 박희원朴喜源[각주:8]에게 시집 와 아들 셋을 낳았는데 모두 일찍 죽었다. 형수님은 평소 몸이 여위고 약해 온갖 병에 시달렸다. 恭人諱某, 完山李東馝之女, 王子德陽君之後也. 十六, 歸潘南朴喜源, 生三男, 皆不育. 恭人素羸弱身, 嬰百疾. 희원의 할아버지[각주:9]는 당대에 이름난 고관高官이었는데, 선왕先王[각주:10]께서는 매양 한漢나라 탁무卓茂의 고사故事[각주:11]를 거론하며 그 벼슬을 올려 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관직에 계실 때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재산을 손톱만큼도 늘..
2-1. 총평 1이 글은 처음에 ‘백동수가 왜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려 하는가?’ 물은 다음, 물꼬를 바꾸어 연암협에서의 둘만의 은밀한 일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연암협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오지인 기린협으로 떠나가는 백동수를 보는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마지막 단락은 앞의 두 단락과 각각 호응하면서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은 하나의 가난이 또 다른 가난과 오버랩 되면서 생겨난다. 그 때문에 떠나보내는 사람의 슬픔이 곱절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이 글은 그 구성이 아주 정교하다. 소품이지만 물샐틈없이 삼엄해, 토씨 하나 바꿀 수 없고,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다. 2이 글이 감동적인 것은 연암의 진정眞情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