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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을 읽는다 - 16. 『초정집』 서문 본문

책/한문(漢文)

연암을 읽는다 - 16. 『초정집』 서문

건방진방랑자 2020. 3. 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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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총평

 

 

1

연암은 문학론과 관련된 글을 여러 편 남겼는데, 이 글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연암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관건이 된다.

 

 

2

연암은 이 글을 서른두 살 때 썼으며, 4년 뒤에 개작하였다. 이를 통해 연암이 30대 초반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미학적 관점을 완성했음을 알 수 있다.

 

 

3

법고창신론은 문학 창작방법론으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창조에도 유용한 원리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그것은 하나의 포괄적 미학 원리다. 연암이 창안한 이 이론은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 ‘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그것은 한국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적 관점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4

법고창신론은 그 이론 수준이 아주 높으며, 문예 창작 방법론을 둘러싸고 16세기 이래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열띤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의미를 갖는다. 이 이론은 오늘날에도 한국학과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5

무술武術에 정법正法이란 게 있고 활법活法이란 게 있다. 정법은 정해져 있는 법식으로 자취가 있고, 활법은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법식으로 자취가 없다. 정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활법을 펼칠 수 없지만 정법을 배웠다고 해서 다 활법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에는 질적 비약이 존재한다. 연암이 말하는 법고창신이란 바로 이 활법에 가깝다. 이 경지는 결코 쉽지 않으며 고도의 수련과 내공이 필요하다.

 

 

6

연암은 서사敍事와 묘사에 뛰어날 뿐 아니라 의론문에도 아주 능했다. 논리의 날을 예리하게 세워 종횡무진 자신의 주장을 논증해 나가는 이 글을 통해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7

연암의 글이 고문인가 소품문인가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없지 않으나, 이 글에서 확인되듯 연암에게 있어 고문과 소품문은 딱히 구분되지 않으며, 연암 스스로는 그런 구분 자체를 넘어서 있다. 법고와 창신의 통일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양자를 구분해보려는 입장은 두 진영의 어느 한쪽에서 연암을 본 것이요, 연암 자신의 입장, 즉 법고창신론의 입장에서 연암을 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연암의 왜곡이다.

 

 

8

이재성은 이 글을 이렇게 평했다.

문장을 논한 정경正經(본보기가 되는 글)이다. 사람을 깨우쳐주는 것이 마치 구리 반지 위의 은성석銀星石(청흑색의 보석)을 어둠 속에서 더듬어 봐도 그 크고 작음을 분별해낼 수 있듯 환하다.” “이글에는 한쌍의 짝이 있으니, 하나는 깎아지른 벼랑이요, 하나는 유유히 흐르는 장강長江이다. 명나라 여러 문장가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며 합치된 견해에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은 가히 한마디 말로써 논쟁을 종식시켰다 이를 만하다.”

한편, 김택영은 이런 평을 남겼다.

죽은 글귀를 여기저기서 끌어와 온통 생기발랄하게 만들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기력氣力인가!”

 

 

더보기

창신만을 추구하는 제가에게 법고를 권하다

楚亭集序

 

글은 옛 것을 본떠야 써야 하나? 새로운 것을 써야 하나?

爲文章如之何? 論者曰: ‘必法古.’ 世遂有儗摹倣像而不之耻者. 王莽之周官, 足以制禮樂; 陽貨之貌類, 可爲萬世師耳. 法古寧可爲也.

然則刱新可乎? 世遂有恠誕淫僻而不知懼者. 三丈之木, 賢於關石; 延年之聲, 可登淸廟. 刱新寧可爲也. 夫然則如之何其可也? 吾將奈何無其已乎?

! 法古者, 病泥跡; 刱新者, 患不經. 苟能法古而知變, 刱新而能典, 今之文, 猶古之文也.

 

글은 옛 것에서 새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古之人有善讀書者, 公明宣是已; 古之人有善爲文者, 淮陰侯是已, 何者? 公明宣學於曾子, 三年不讀書. 曾子問之, 對曰: “見夫子之居庭, 見夫子之應賓客, 見夫子之居朝廷也, 學而未能, 安敢不學而處夫子之門乎?”

背水置陣, 不見於法, 諸將之不服固也. 淮陰侯則曰: “此在兵法, 顧諸君不察, 兵法不曰: ‘置之死地而後生?”

故不學以爲善學, 男子之獨居也; 增竈述於减竈, 虞升卿之知變也.

 

옛 글 속에서 새로운 글이 나온다

由是觀之, 天地雖久, 不斷生生; 日月雖久, 光輝日新; 載籍雖博, 旨意各殊. 故飛潛走躍, 或未著名; 山川草木, 必有秘靈. 朽壤蒸芝, 腐草化螢. 禮有訟, 樂有議. 書不盡言, 圖不盡意. 仁者見之謂之仁, 智者見之謂之智. 故俟百世聖人而不惑者, 前聖志也; 舜禹復起, 不易吾言, 後賢述也. 顔回其揆一也. 隘與不恭, 君子不由也.

 

제가야 옛 글을 더욱 더 배워 글로 녹여내렴

朴氏子齊雲年二十三, 能文章, 號曰楚亭, 從余學有年矣. 其爲文慕先, 兩漢之作, 而不泥於跡. 然陳言之務祛則或失于無稽, 立論之過高則或近乎不經. 此有諸家於法古刱新, 互相訾謷而俱不得其正, 同之並墮于季世之瑣屑, 無裨乎翼道而徒歸于病俗而傷化也, 吾是之懼焉. 與其刱新而巧也, 無寧法古而陋也.

吾今讀其楚亭集, 而並論公明宣男子之篤學, 以見夫淮陰虞詡之出奇, 無不學古之法而善變者也. 夜與楚亭言如此, 遂書其卷首而勉之. -燕巖集

 

 

 

 

 

인용

지도 / 목차 / 작가 / 비슷한 것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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