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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술회를 지지당에 올라 풀어내다 술회이절 상지지당(述懷二絶 上止止堂) 김굉필(金宏弼) 日邊揮翰玉堂春 靄靄靑雲鬧後塵 嶺外枕書茅屋夜 娟娟孤月屬斯人 해석 日邊揮翰玉堂春 일변휘한옥당춘 임금 곁에서 붓 휘두르던 홍문관【옥당(玉堂): 홍문관(弘文館)의 별칭으로 옥서(玉署)·영각(瀛閣)으로도 불림. 조선시대 궁중의 경서(經書)와 사적(史籍)의 관리와, 국가문서의 처리, 왕의 각종 자문에 응하는 일을 관장하던 관아다】의 봄 靄靄靑雲鬧後塵 애애청운료후진 자욱하게 낀 푸른 구름에 후진이 시끄럽네. 嶺外枕書茅屋夜 령외침서모옥야 고개 바깥에 책을 벤 초가집의 밤 娟娟孤月屬斯人 연연고월속사인 곱디 고운 외론 달이 이 사람에 속하네. 해설 이 시는 지지당에 올라 소회를 읊은 시로, 중앙관료로서의 삶과 지방 처사로서의 삶이 여실히 ..

직산현 성거산 원통암의 창벽에 쓰다 제성거산원통암창벽(題聖居山元通庵囱壁) 남효온(南孝溫) 東日出杲杲 木落神靈雨 동일출고고 목락신령우 開囱萬慮淸 病骨欲生羽 개창만려청 병골욕생우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東日出杲杲 木落神靈雨 동쪽의 해가 나와 밝아지고 나무에선 신령한 비인 듯 지네. 開囱萬慮淸 病骨欲生羽 창 여니 온갖 생각 맑아져 병든 몸임에도 날개 나려 하네.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성거산에 있는 원통암 창 벽에 쓴 시이다. 서늘한 가을 아침, 동쪽으로 맑은 해가 눈부시게 솟아오르고 있고, 신령스러운 비처럼 낙엽이 아침에 떨어지고 있다(힘없이 저녁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을 아침인데도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창문을 열자 온갖 근심들이 맑아져 병든 몸인데도 날개가 돋아 하늘을 날아갈 ..

한강 하류의 압도를 유람하며 유압도(遊鴨島) 남효온(南孝溫) 芳洲十里露潮痕 手自持鋤採艸根 野水汲來澆麥飯 擬將身世付江村 天陰斜日一川明 準擬歸舟軋櫓聲 遊子倦來江霧合 晩程歸馬看潮生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芳洲十里露潮痕 방주십리로조흔 꽃 모래톱 십리에 조수의 흔적 드러나 手自持鋤採艸根 수자지서채초근 손수 호미 가지고 풀 뿌리 캐네. 野水汲來澆麥飯 야수급래요맥반 들판 물이 급히 들어와 보리를 씻으니 擬將身世付江村 의장신세부강촌 헤아리건대 신세를 강촌에 더부살이할 만하네. 天陰斜日一川明 천음사일일천명 하늘 어두워지고 비낀 해에 한 냇물 밝아지고 準擬歸舟軋櫓聲 준의귀주알로성 배 돌리려 생각하는지 삐걱이는 노 소리 나네. 遊子倦來江霧合 유자권래강무합 나그네는 게을리 와서 강과 이슬에 합치되었다가 晩程歸馬看潮生 만..

영현암에서 어머니 꿈을 꾸며 영현암 몽자당(靈顯庵 夢慈堂) 남효온(南孝溫) 遠客辭親四浹旬 破衫蚤蝨長兒孫 裁書付僕重重語 魂先歸書到蓽門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遠客辭親四浹旬 원객사친사협순 먼 나그네 어버이께 사직인사한 지 40일이니 破衫蚤蝨長兒孫 파삼조슬장아손 해진 적삼엔 벼룩과 이의 새끼들까지 자랐네. 裁書付僕重重語 재서부복중중어 편지 써서 머슴에게 보내며 거듭 말하니 魂先歸書到蓽門 혼선귀서도필문 넋이 편지 돌아가기에 앞서 사립문에 당도했네.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그의 나이 29세 되던 해인 1482년에 지은 것으로, 영현암에서 어머니를 꿈꾸며 지은 것이다. 남효온은 소릉(昭陵) 추복이 좌절된 후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어머니의 걱정을 듣고 부근의 영현암에 들어가 친구와 함께 과거(科學..

간성의 공양왕릉【간성은 현재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이다. 고려 공양왕(恭讓王)의 능은 강원도 삼척과 경기도 고양에 있는데, 공양왕이 간성으로 추방되어 이곳에서 살해되어 묻혔다는 설이 있기에 간성릉이라 부른 듯하다.】을 지나다 저물어 방문할 수 없자 느꺼움이 있어 짓다 과간성릉 일모불극방 유회(過杆城陵 日暮不克訪 有懷) 남효온(南孝溫) 秦家不韋移神器 函谷山川付子嬰 虛器擁名纔四歲 百年神算詎能成 杆城無復萬機憂 落日陵含千古羞 包胥不能存楚社 微箕猶復盡宗周 房訓知天禪授明 九原猶得讓王名 千村煙火皆非舊 陵後陵前水自聲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秦家不韋移神器 진가불위이신기 진나라의 여불위는 옥새(玉璽)를 옮겨서 신돈을 말한다[謂辛旽也] 函谷山川付子嬰 함곡산천부자영 함곡의 산천이 자영【자영(子嬰): 진 시황의 손자】에게 ..
차김대유상필재선생운(次金大猷上畢齋先生韻) 夏蟲那可語寒氷 大聖猶謙一未能 欲識古人無犯隱 莫將牛馬說耕乘 人於處世戒淵氷 用舍行藏久鮮能 縱使幽蘭蓬艾混 芳香肯被臭蕕乘 藍出其靑水出氷 立言休道覓吹能 淸夷和惠俱先覺 進退中間時各乘 空山花落月如氷 蜀魄聲中哭未能 自是無心人世事 帝鄕何處白雲乘 道亦多岐似炭氷 身家日用世皆能 也知心性非空寂 頓悟何須效演乘『濯纓先生文集』 續上 이 시는 김굉필이 필재 선생에게 올린 시에 차운한 시이다. 텅 빈 산에 꽃이 지고 달도 얼음처럼 차가운데,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도 통곡할 수 없다(두견새 울음은 원통하게 죽은 端宗의 울음이요, 이 울음소리를 듣고도 통곡할 수 없다는 것은 당시의 허탈한 상실감을 의미함). 이로부터 세상사에 뜻이 없어져 현실을 등지고, 흰 구름을 타고 제향으로 가고 싶다(흰 구름을..

소쩍새야 두견(杜鵑) 정여창(鄭汝昌) 杜鵑何事淚山花 遺恨分明託古査 淸怨丹衷胡獨爾 忠臣志士矢靡他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杜鵑何事淚山花 두견하사루산화 소쩍새야 어떤 일로 산꽃에 눈물 뿌리니? 遺恨分明託古査 유한분명탁고사 남은 한은 분명히 오래된 나무등걸에 의탁했겠지. 淸怨丹衷胡獨爾 청원단충호독이 맑은 원한과 붉은 충심이 어찌 홀로 너뿐이겠니? 忠臣志士矢靡他 충신지사시미타 충신과 지사가 맹세컨대[矢] 너와 다를 게 없지.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두견새를 두고 노래한 것으로, 정여창의 「안령대풍(鞍嶺待風)」과 마찬가지고 절의(節義)가 잘 드러난 시이다. 두견새야, 무슨 일로 그렇게 슬피 울어 진달래에 눈물을 뿌리고 있는가? 나라가 망한 한(恨), 이제 옛일이 되었는데, 임을 향해 구슬프게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