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醉踏雲從橋記 (6)
건빵이랑 놀자
6. 밤거릴 헤매야만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다시 수표교에 이르러 늘어 앉았자니, 다리 위 달은 바야흐로 서편에 기울어 덩달아 한창 붉고, 별빛은 더욱 흔들려 둥글고 큰 것이 얼굴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슬은 무거워 옷과 갓이 죄 젖었다. 흰 구름이 동편에서 일어나 가로로 끄을며 둥실둥실 북쪽으로 떠가자, 성 동편은 짙푸른 빛이 더욱 짙게 보였다. 개구리 소리는 마치도 멍청한 원님에게 어지러운 백성들이 몰려들어 송사하는 것만 같고, 매미 울음은 흡사 공부가 엄한 서당에서 강송講誦하는 날짜가 닥친듯 하며, 닭 울음 소리는 마치 한 선비가 똑바로 서서 간쟁함을 제 임무로 삼는 것만 같았다. 又至水標橋列坐, 橋上月方西, 隨正紅, 星光益搖搖, 圓大當面欲滴. 露重衣笠盡濕. 白雲東起, 橫曳冉冉北去, 城東蒼翠益重..
5. 호백이 같은 친구들아 무관懋官이 술에 취해 ‘호백豪伯’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잠시 후 있는 곳을 잃게 되자, 무관은 구슬프게 동쪽을 향해 서서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이 ‘호백아!’하고 이름을 부른 것이 세 차례였다.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고 떠들자, 거리의 뭇개들이 어지러이 내달리며 더욱 짖어댔다. 마침내 현현玄玄의 집에 들러 문을 두드려 더욱 마셔 크게 취하고는 운종교를 밟고서 다리 난간에 기대어 이야기 하였다. 懋官醉而字之曰豪伯. 須臾失其所在, 懋官悵然, 東向立, 字呼豪伯如知舊者三. 衆皆大笑鬨, 街群狗亂走益吠. 遂歷叩玄玄, 益飮大醉, 踏雲從橋, 倚闌干語. 술 취한 이덕무가 ‘호백胡白이’를 ‘호백豪伯이’라 부르며 어둠 속 왔던 곳으로 사라진 호백이를 반복해서 부르는 장면은 그래서 듣기에 더 슬..
4. 취기에 밤거릴 헤매다 만난 호백이 조금 술이 취하자 인하여 운종가雲從街로 나와 달빛을 밟으며 종각鍾閣 아래를 거닐었다. 이때 밤은 이미 삼경하고도 사점을 지났으되 달빛은 더욱 환하였다. 사람 그림자의 길이가 모두 열 길이나 되고 보니, 자기가 돌아보아도 흠칫하여 무서워 할 만하였다. 거리 위에선 뭇개들이 어지러이 짖어대고 있었다. 오견獒犬이 동쪽으로부터 왔는데 흰빛에다 비쩍 말라있었다. 여럿이 둘러싸 쓰다듬자,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이고서 한참을 서 있었다. 少醉, 因出雲從衢, 步月鍾閣下. 時夜鼓已下三更四點, 月益明. 人影長皆十丈, 自顧凜然可怖. 街上群狗亂嘷. 有獒東來, 白色而瘦. 衆環而撫之, 喜搖其尾, 俛首久立. 목마르던 끝에 급하게 마셔댄 술에 취기가 조금 오르자, 그들은 달빛을 밟으며..
3. 연암을 애타게 기다리던 친구들 7월 13일 밤, 성언聖彦 박제도朴齊道가 성위聖緯 이희경李喜經과, 아우 성흠聖欽 이희명李喜明, 약허若虛 원유진元有鎭, 여생과 정생, 그리고 동자 견룡이와 더불어 무관 이덕무에게 들러 그를 데리고 왔다. 그때 마침 참판 원덕元德 서유린徐有麟이 먼저 와서 자리에 있었다. 성언은 책상다리를 한채 팔꿈치를 기대고 앉아, 자주 밤이 깊었는가를 보면서 입으로는 가겠노라고 말하면서도 부러 오래 앉아 있었다. 좌우를 돌아봐도 선뜻 먼저 일어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원덕도 또한 애초에 갈 뜻이 없는지라, 성언은 마침내 여러 사람을 이끌고 함께 가버리고 말았다. 孟秋十三日夜, 朴聖彦與李聖緯弟聖欽元若虛呂生鄭生童子見龍, 歷携李懋官至. 時徐參判元德, 先至在座. 聖彦盤足橫肱坐, 數視夜, 口言辭去..
2. 거미줄 이야기에서 거문고 이야기로 매탕梅宕 이덕무李德懋가 한번은 처마 사이에서 늙은 거미가 거미줄 치는 것을 보다가 기뻐하며 내게 말하였다. “묘하구나! 때로 머뭇머뭇 할 때는 생각에 잠긴 것만 같고, 잽싸게 빨리 움직일 때는 득의함이 있는 듯하다. 발뒤꿈치로 질끈 밟아 보리 모종하는 것도 같고, 거문고 줄을 고르는 손가락 같기도 하구나.” 이제 담헌과 풍무가 서로 화답함을 보며 나도 거미가 거미줄 치던 느낌을 얻게 되었다. 梅宕嘗見簷間, 老蛛布網, 喜而謂余曰: “妙哉! 有時遲疑, 若其思也; 有時揮霍, 若有得也; 如蒔麥之踵, 如按琴之指.” 今湛軒與風舞相和也, 吾得老蛛之解矣. 그리고는 둘째 단락에 가서 이야기가 돌연 이덕무의 늙은 거미 이야기로 건너뛴다. 어떤 때 거미는 꼼짝도 않고서 마치 무슨 망설..
1. 무더운 여름밤 연주하고 춤추던 친구들 이번에 읽을 두 편 글은 연암과 그 벗들이 격의 없이 만나 예술을 논하고 인생을 논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들이다. 암울한 시대를 건너기가 답답해 가슴 터지기야 그들이 우리보다 덜하지 않았겠지만, 이런 풍류와 여유가 있었기에 그들은 발광發狂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윗글의 제목은 「하야연기夏夜讌記」이다. 22일, 국옹麯翁과 함께 걸어서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에게 갔다. 풍무風舞 김억金檍은 밤에야 도착하였다. 담헌이 슬瑟을 타자, 풍무는 금琴으로 화답하고, 국옹麯翁은 갓을 벗고 노래한다. 밤 깊어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들자 더운 기운이 잠시 가시고, 현絃의 소리는 더욱 맑아진다. 좌우에 있는 사람은 모두 고요히 묵묵하다. 마치 내단內丹 수련 하는 이가 내관장신內觀臟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