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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과부에게 드리며진상부(進孀婦) 유몽인(柳夢寅) 七十老孀婦 端居守空壺칠십로상부 단거수공호傍人勸之嫁 善男顔如槿방인권지가 선남안여근慣誦女史詩 猪知妊姸訓관송녀사시 저지임연훈白首作春卷 寧不愧脂粉백수작춘권 녕불괴지분 『燃藜室記述』 해석七十老孀婦 端居守空壺70살의 늙은 과부가 단정히 규방을 지키네.傍人勸之嫁 善男顔如槿집사람이 개가하라 권하는데 좋은 사람인데 얼굴도 무궁화 같다고.慣誦女史詩 猪知妊姸訓“여사【여사(女史): 궁중(宮中)에서 글을 맡은 여관(女官)으로도 해석되고 어진 여자의 사적을 적은 글도 된다.】의 시를 많이 익혔고 임사【임사(妊姒): 임(妊)은 문왕(文王)의 어머니요, 사(姒)는 무왕(武王)의 어머니인데 덕있는 부인의 대표로 든다.】의 가르침을 조금은 알고 있어요.白首作春卷 寧不愧脂粉흰 머리로 젊은 자..
책을 보다가 책벌레가 낭자한 걸 보고서열서질견두어낭자(閱書帙見蠧魚狼藉) 유몽인(柳夢寅) 秦皇遺魄化爲魚 蝕盡當年未盡書等食須知當食字 私之一字食無餘 『於于集』 卷之二 해석秦皇遺魄化爲魚진황유백화위어진시왕의 남은 넋이 변하여 책벌레가 되었는지蝕盡當年未盡書식진당년미진서당년에 못 먹은 책을 죄다 먹어 치우네.等食須知當食字등식수지당식자똑같이 먹더라도 모름지기 마땅히 먹어야 할 글자를 알아야 하니,私之一字食無餘사지일자식무여한 권의 사(私)자를 남김없이 먹어 치우거라. 『於于集』 卷之二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소화시평 권하47감상하기
48. 인조반정을 비판하고자 지은 유몽인의 시 於于於獄中, 書進「孀婦詞」曰: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壼.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頗誦女史詩, 稍知妊姒訓. 白首作春容, 寧不愧脂粉.” 竟坐死. 論者稱於于之於簡易, 老熟雖不及,, 才調過之. 簡易固有依形而立者, 於于皆出自機軸, 變化無窮, 此最難處云. 於于平生所著述, 不止數十萬言, 而惜其被禍, 文集不行於世, 良可歎也. 해석 於于於獄中, 書進「孀婦詞」曰: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壼.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頗誦女史詩, 稍知妊姒訓. 白首作春容, 寧不愧脂粉.” 유몽인이 가막소에서 「과부의 노래[孀婦詞]」라는 글을 지어 바쳤으니 다음과 같다.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壺 70살의 늙은 과부가 단정히 규방을 지키네.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집사람이 개가하라 권하는데 좋은 사람인데 ..
인조반정과 임진왜란을 대처하는 유몽인의 방식 『소화시평』 권하 47번에서는 ‘좀벌레두[蠹]’라는 글자가 핵심적인 글자로 나오는데, 이 글자와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그게 벌써 12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2007년 다산연구소에서 기획하여 떠난 실학캠프에서 정여창 고택에 갔을 때 처음 알게 됐다. 정여창의 호가 바로 ‘일두(一蠹)’였고 그에 따라 여러 감상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당시엔 아래와 같은 감상을 담아놨다. 그의 호는 대단히 이색적이다. 보통 자신의 거주지나 추구하는 인생관을 호에 담기 마련이어서 호를 통해 그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의 자호는 일두(一蠹)이지 않은가. 바로 ‘한 마리의 좀벌레’라는 뜻이다. 왜 그런 자기비하에 가까운 호를 붙였는지, ..
47. 사익을 탐한 무리를 한시로 꾸짖은 유몽인 柳於于少時閱書籙, 見簡冊中有蠹魚狼藉, 遂作一絶曰: “秦王餘魄化爲蟫, 食盡當年未盡書. 等食須知當食字, 一篇私字食無餘.” 蓋有所激而云, 豈獨憎蠹魚也哉. 해석 柳於于少時閱書籙, 어우 유몽인이 젊을 적에 책을 보다가 見簡冊中有蠹魚狼藉, 책 가운데에 책벌레가 낭자한 걸 보고서 遂作一絶曰: “秦王餘魄化爲蟫, 食盡當年未盡書. 等食須知當食字, 一篇私字食無餘.” 마침내 「책을 보다가 책벌레가 낭자한 걸 보고서[閱書帙見蠧魚狼藉]」라는 절구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秦王餘魄化爲蟫 진시왕의 남은 넋이 변하여 책벌레가 되었는지 食盡當年未盡書 당년에 못 먹은 책을 죄다 먹어 치우네. 等食須知當食字 똑같이 먹더라도 모름지기 마땅히 먹어야 할 글자를 알아야 하니, 一篇私字食無餘 한 권..
임진왜란과 선조의 꽁무니 빼기 『소화시평』 권하 25번은 임진왜란의 참상을 담고 있다. 일본은 각 막부 중심으로 뿔뿔이 나누어져 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막부에 소속된 사무라이들이란 군사집단을 가지고 있었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화로 물꼬를 트기보다 사무라이란 힘을 통해서 무력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비견할 만한 일본의 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사분오열로 나누어진, 그래서 모든 걸 칼과 힘으로만 제압하려 하는 야만이 판치던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엎어 통일하게 만든 사람이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다. 그는 월등한 힘과 정략으로 일본 내의 통일을 이룩하긴 했지만 통일이 되면서 졸지에 애물단지가 된 사무라이들의 불만을 해결해줘야만 했었다. 만약..
스승 정철의 ‘將進酒辭’를 듣고서 마음 아파한 권필(過松江墓有感) 권필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당연히 「宮柳詩」다. 광해군의 외척인 柳希奮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보며 권필은 시를 지었다. 宮柳靑靑花亂飛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들이 임금님의 은혜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각주:1]? 『石洲集』 시가 사람을 죽이게 할 수도 있다 1구에 나오는 ‘柳’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임숙영을 생각했지만, 임숙영 자신은 그건 중전을 가리킨다고 말했고, 광해군도 이에 크게 화를 내며 신문을 하게 된다. 이때 권필은 “임숙영이 과거 시험 중 대책..
임무숙이 삭과됐다는 걸 듣고문임무숙삭과(聞任茂叔削科) 권필(權韠) 宮柳靑靑花亂飛 滿城冠蓋媚春暉朝家共賀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石洲集』 卷之七 해석宮柳靑靑花亂飛궁류청청화난비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관개(冠蓋): 높은 벼슬아치가 타는 수레.】들이 임금님의 은혜【춘휘(春暉): 봄철의 따뜻한 볕을 들어 부모의 은혜에 비유한 것.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에, “어느 뉘라 촌초(寸草)만한 정성으로 봄볕 같은 은혜를 갚는다 하리[誰言寸草心 報得三春暉].” 하였다.】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가공하승평악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광해군의 비(妃) 유씨(柳氏)..
권필(權韠)의 ‘궁유시(宮柳詩)’와 시화(詩禍) 宮柳靑靑花亂飛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들이 임금님의 은혜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 『石洲集』 이미 이 시에 대한 내용은 이안눌이 쓴 「용산의 달밤에 기녀가 故 인성 정철의 사미인곡을 부르는 걸 듣고 바로 읊어 조지세 형제에게 준 시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의 감상 부분에서 짧게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선 잠시 언급만 했기에, 이번엔 시가 재앙이 된다는 ‘詩禍’를 중심으로 다뤄보기로 하자. 거침없는 기상과 우락부락한 풍채를 지닌 권필 우선 권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