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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계곡과 택당이 담지 못한 것을 담은 동명의 시 『소화시평』 권하 77번에서 ‘계곡ㆍ택당ㆍ동명 세 사람의 문학적 재능을 우열로 나누어볼 게 아니라 각자가 장점을 지니고 있다’라고 홍만종이 평가한 것에 대해서 저번 후기에서 그게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에 홍만종은 각자 시인들의 장점을 네 글자로 얘기한 다음에 그걸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어떤 느낌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곡 장유의 문장에 대해선 ‘혼후류창(渾厚流鬯)’하다고 평가했는데 그건 거대하고 거침이 없으며, 확 트였다는 뉘앙스다. 스케일 자체가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홍만종은 끝없는 호수에 바람이 불어봤자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과 같다고 비유했다. 택당 이식의 문장에 대해선 ‘정묘투철(精妙透徹)’하다고 평가했는..
신광한이 한시로 전해주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는 메시지 『소화시평』 권상 80번에 나온 신광한이 지은 금강산 시는 『우리 한시를 읽다』의 12번 챕터에서 읽었었다. 거기엔 금강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금강산을 면모를 엿보는데 매우 긴요했다. 최근에 남북엔 화해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더욱 평양의 냉면이랄지, 평양의 부벽루랄지, 금강산, 백두산 같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면 으레 남아 있는 명승지에 대한 감각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다 치더라도 머지않아 나의 두 발로 밟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어리기 때문이다. 그런 정감을 키워주는 데에 선조들이 써 놓은 한시가 아주 긴요하게 작용한다. 위의 시는 두 편 모두 하나의 주제를 얘기하고 있다. 삶에 치..
80.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申企齋送人金剛詩曰: ‘一萬峯巒又二千, 海雲開盡玉嬋姸. 少因多病今傷老, 孤負名山此百年.’ 柳月篷「福泉寺」詩曰: ‘落葉鳴廊夜雨懸, 佛燈明滅客無眠. 仙山一躡傷遲暮, 烏帽欺人二十年.’ 申詩傷其衰病, 柳詩歎其纏縛, 擺脫塵累, 致身名區, 若是之難乎! 兩詩格韻皆淸切, 而柳詩起語尤警. 해석 申企齋送人金剛詩曰: ‘一萬峯巒又二千, 海雲開盡玉嬋姸. 少因多病今傷老, 孤負名山此百年.’ 신기재가 금강산으로 사람을 전송하며 지은 시(「종질 원량 신잠이 영동군에 부임할 때 헤어지며 주다[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는 다음과 같다. 一萬峯巒又二千 일만 봉우리에 또 이천 봉우리. 海雲開盡玉嬋姸 바다구름 개자 옥 같은 봉우리들 선연해. 少因多病今傷老 어려선 병이 많았고 지금은 늙음을 슬퍼하니 孤..
24. 김만덕 이야기를 통해 사람평가에 대해 생각하다 김만덕이 갑인흉년에 제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줬다는 훈훈한 이야기는 굳이 소문내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입을 타고 금세 퍼졌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정조는 매우 흐뭇했으리라. 그래서 그녀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걸 거부한다. 어찌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자신은 상을 받기 위해, 기림을 얻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했는데 상을 받게 되면 자신의 진심이 훼손될 것을 알기에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 흉년에 제주민들에게 양곡을 구입하여 그대로 나누어준다. 만덕,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인물로 기려지다 그래서 상을 주는 대신 소원을 말하라고 하니 만덕은 “달리 원하..
탐라기생 만덕이 얻은 진신대부의 이별하며 준 시권에 씀제탐라기만덕소득진신대부증별시권(題耽羅妓萬德所得搢紳大夫贈別詩卷) 정약용(丁若鏞) 만덕에 대한 기본정보乙卯耽羅饑, 萬德捐振之. 詢其願, 金剛山也, 有聖旨令如願.丙辰秋, 耽羅妓萬德, 驛至京, 越明年春, 萬德回自金剛, 將還其鄕. 左丞相蔡公爲立小傳, 敍述頗詳, 余不贅. 만덕의 세 가지 기이함과 네 가지 희귀함余論萬德, 有三奇四稀. 妓籍守寡一奇也; 高貲樂施二奇也; 海居樂山, 三奇也. 女而重瞳子, 婢而被驛召, 妓而令僧肩輿, 絶島而受內殿寵錫, 四稀也. 嗟以一眇小女子, 負此三奇四稀, 又一大奇也.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十四卷○文集 해석 만덕에 대한 기본정보 乙卯耽羅饑, 萬德捐振之. 을묘년(1795)에 제주에 기근이 닥쳤고, 만덕은 의연금을 내어 구휼했다. 詢其願,..
종질 원량 신잠이 영동군에 부임할 때 헤어지며 주다증별당질원량잠지임영동군(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 신광한(申光漢) 楓岳東來嶺隔天 古城牢落海雲邊永郞遺跡丹書在 應結三千作地仙 一萬峯巒又二千 海雲開盡玉嬋姸 少時多病今傷老 終負名山此百年 追惟勝跡發長嗟 三十年來夢一過疏雨落霞鳴玉路 馬蹄曾踏海棠花 山齋寒夜燭熒熒 坐覺風來竹有聲一作天涯知己別 春光空入洛陽城 平居不作尋常會 頭白還悲送別筵落羽遠分驚到骨 政成唯待召歸年 『企齋別集』 卷之一 해석楓岳東來嶺隔天풍악동래령격천풍악에 동쪽으로부터 오는 산고개는 하늘과 동떨어져古城牢落海雲邊고성뢰락해운변옛 성은 바다 구름 곁에서 쓸쓸하네. 永郞遺跡丹書在영랑유적단서재영랑호의 유적엔 일편단심의 편지 있으니 應結三千作地仙응결삼천작지선응당 3000개가 맺어져 땅의 신선이 되었지.영동엔 예전에 3000명의..
스님이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전송하며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 성석린(成石璘)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일만이천봉의 높낮이가 절로 다르니,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해석의 차이: 看日輪上(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 → 看初日出(그대 처음 해가 솟는 곳을 보시게, 어느 곳에 가장 먼저 붉어지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하면서 지은 시로, 평이(平易)한 시어(詩語)로 금강산의 일출 장면을 회화적(繪畵的)으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금강산을 가 본 적이 없는 성석린이 금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