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전송하며
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
성석린(成石璘)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 일만이천봉의 높낮이가 절로 다르니, |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 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해석의 차이: 看日輪上(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 → 看初日出(그대 처음 해가 솟는 곳을 보시게, 어느 곳에 가장 먼저 붉어지나?)】. 『東文選』 卷之十九 |
해설
이 시는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하면서 지은 시로, 평이(平易)한 시어(詩語)로 금강산의 일출 장면을 회화적(繪畵的)으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금강산을 가 본 적이 없는 성석린이 금강산에 사는 스님에게 산의 승경(勝景)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역설적(逆說的)이라 볼 수 있으며, 금강산의 모습에 자신의 원대한 기상(氣象)을 투영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김종직(金宗直)은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서, “도를 터득함에 선후와 심천이 있으니, 사람의 성품이 높고 낮음에 달려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喩得道之有先後深淺, 由人性之有高下].”라 하여, 금강산으로 가는 승려가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으니, 득도(得道)에 매진(邁進)하여 가장 먼저 햇살을 받는 봉우리가 되라고 당부한 것이라 간주(看做)할 수도 있다.
『필원잡기(筆苑雜記)』에는 성석린에 관한 일화(逸話)가 실려 있는데,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문경공 성석린은 젊어서부터 뜻이 드높아 큰 절개가 있었다. …… 소년 시절 4~5명의 동료들과 더불어 정방(政房)에 있었는데, 신돈(辛旽)이 뒷짐을 지고 곁에서 보다가 문경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끝내 반드시 크게 현달할 것이니, 그 복덕은 제군들이 미칠 바 아니다’ 하였는데, 마침내 그 말과 같았으니, 늙은 역적 신돈도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갖추었다 하겠다. 공의 나이가 60이었을 적에 그 어머니는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병이 위독하여 눈을 감고 말을 못한 지가 며칠이 되었고, 약도 효험이 없어서 공이 향을 태우고 기도하며 슬피 부르짖다가 거의 기절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조금 뒤 어머니가 말하기를, ‘이게 무슨 소리냐?’ 하니, 모시고 있던 사람이 놀라고 기뻐하며 대답하기를, ‘기도하는 소립니다’ 하니, 어머니가 말하기를, ‘하늘이 사람을 보내어 안석과 지팡이를 주며 말하기를, <아들의 지극한 정성이 이와 같으니, 이것을 붙들고 일어나라.>고 하더라’ 하고는 병이 곧 나으니, 사람들이 문경공의 효성이 지극함을 감탄하였다[成文景公石磷少有倜儻奇節 嘗爲楊伯顏幕下禦倭 失律當刑 公假寐 有人告曰 公著蒿冠無憂也 公自解曰 蒿冠以蒿裹頭 不祥莫甚 竟貸死除名 後爲首相曰 吾夢蒿冠者高官也 早年與四五同僚在政房 辛旽負手傍觀 指文景曰 終必大顯 福德非諸君所及 卒如其言 老賊亦復具眼 公年六十 慈氏亦年踰七十 病革 瞑目不言者數日 藥餌無效 公焚香祈禱 哀號幾絶 俄而慈氏曰 是何聲也 侍者驚喜曰 祈禱聲也 慈氏曰 天遣人賜几杖曰 有子至誠如此 可扶而起 病尋愈 人皆嘆文景孝誠之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7~1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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