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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여는 글: 반복이 만든 여행, 반복이 만들 이야기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막막하다 막막하지만 반복해서 선이라도 그어봐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은 선이라도 긋고자 하는 마음이다 2. 스펙터클한 시작과 기대 여러 도전에 성공했다고, 새로운 도전이 긴장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걱정은 불안이 만든 신기루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애초 지킬 필요가 없는 무심함 늦는 이들이 항상 늦는 이유? 3. 시작부터 삐걱거리다 현세가 감쪽같이 사라지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제일 무섭다 4. 가까스로 달성군으로 출발하다 어그러진 상황이야말로 싱그러운 삶의 축복 특명: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실어라 5. 자전거 여행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다 현풍터미널이 종점이 아닌게벼 준영이 ..
50. 후회하지 않기 위해 빗길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 양평 →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 35.27km 쥐 죽은 듯 조용히 잠만 잤다. 오늘은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 짓는 역사적인 날이지만, 어제 저녁의 일로 기쁨보단 깊은 어색한 침묵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새벽 5시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서 가장 먼저 날씨가 어떤지가 궁금했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벌써 내리고 있는지, 라이딩 도중에 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모두 끝난 다음에 올 것인지 그 순간만큼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지막 라이딩을 준비하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기만 할 뿐 아직 비는 내리지 않더라. 그러니 ‘서둘러 출발한다면,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할 지도 모..
49. 감정이 팔팔 끓기에 사람이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한참 달리다 보니 작년 도보여행 때 ‘남한강 홍보영상’을 찍었던 이포보를 지나서 달린다. 이미 시간은 3시가 넘었지만 아직 점심은 먹지 않았다. 그쯤 되니 아이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진다. 점심을 먹고 가자니 펜션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펜션에 일찍 가서 저녁을 거하게 먹자니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 그래서 결국 양평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 것으로 정했다. ▲ 도보여행의 추억이 있는 이포보를 지나서 달린다. 재욱이와 현세가 감정으로 엉키다 양평읍내로 들어가 식당을 찾아 헤맸다. 조금 헤매니 김밥천국처럼 많은 메뉴를 시킬 수 있는 음식점이 보여 그리로 들어갔다. 이미 시간은 4시 30분이 되었다. 점심치고는 늦은 점심이지만..
48.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과 저주가 되는 순간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날씨가 정말 좋다. 청명한 가을 날씨는 왠지 나들이를 가고 싶게 하는데, 오늘이 정말 그랬다. 이런 날 맘껏 달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 완연한 가을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토요일 서울 하늘은 아침부터 흐림 그런데 여행 기간 중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분명히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날씨를 확인할 때만 해도 비 예보는 없었다. 그래서 안도하며 기뻐했던 것이다. 일기예보를 계속 확인한 이유는 비가 올 경우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었고, 하루 동안 달려야 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전체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규쌤이 계시는 지지학교는 8월에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태풍 고니로 많은 ..
42.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의 속뜻 ▲ 충주 → 여주 / 64.69km 민석이가 옆에서 바람을 넣어주며 달리니 그래도 꽤 오래 버틸 줄 알았다. 여러 군데 펑크가 나긴 했지만, 패치를 붙이긴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멈추더라. 그러자 민석이가 바로 펌프를 꺼내 바람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는데 갈수록 바람 빠지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처음엔 100m 정도 달렸는데, 80m, 50m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바람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되더라. ▲ 민석이가 바람을 넣어주며 가지만, 결국 들어가지 않더라. 정말 난감하다. 마지막 방법까지 해보았으나 실패!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월요일 저녁에 갈았던 튜브가 생각나더라. 아무래도 지금 튜브는 여기저기 펑..
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 충주 → 여주 / 64.69km 부론면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익숙한 길이다. 여긴 남한강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보여행 땐 아침 안개까지 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우린 꿈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 걸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 같은 길을 다닌다. 비포장도로에서 로드 자전거를 끌고 간 사내와 타고 간 사내의 이야기 작년엔 도로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서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새 공사가 완료되었더라. 그래서 우리는 포장까지 완벽하게 된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끝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심지어 콘크리트를 잘게 쪼갠 돌까지 쌓여 있었다. 준영이와 나는 바퀴가 ..
39.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충주 → 여주 / 64.69km 도보여행 때 편지미션을 했던 곳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서둘러야 할 이유도,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야 할 이유도 없어서 좋다. 자전거 여행 중 처음으로 완벽한 여유로움을 누려본다. ▲ 자전거 여행 촬영은 이렇게 캠코더를 연결하고 진행했다. 짐받이의 안부를 묻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던 거니?” 그때 민석이가 짐받이가 많이 풀어졌다며, 수리공구를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수리공구를 줬더니 아무리 조여도 조여지지 않는다며, 나를 찾는다. 가서 보니, 짐받이가 이상할 정도로 밑으로 많이 쏠려 있는 상태였다. 아래로 쏠린 상태에서 계속 달렸기 때문인지, 볼트가 조여지는 구멍의 홈들이 패여서 더 이상 조여지지 않더라..
38. 자전거 여행 중에 생명존중사상을 발휘하다 ▲ 충주 → 여주 / 64.69km 조금만 달리면 익숙한 길이 나올 거라 기대하며 달리는데 꽤 달렸음에도 낯선 길만 계속 나오고 있었다. 사마귀 한 마리에 멈춰선 네 명의 인간들 그제야 생각해보니, 작년 도보여행 땐 충주에 들어선 이후엔 남한강을 따라 걸어간 것이 아니라, 찜질방에 가기 위해 산척면으로 빠졌으며 거기서 충주댐까지는 531번 지방도를 타고 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지금 달리는 남한강 길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긴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평지를 달리는 기분으로 편하게 달리면 된다. 2시간 30분 동안 달렸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달리다가 사마귀를 밟을 뻔해서 멈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