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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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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던 함평을 거닐다 드디어 이튿날 여행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직 덜 마른 배낭이 걱정이 되고, 눅눅한 신발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게 어딘가. 내가 그림 속에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조금 걷다 보니 날씨는 서서히 개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찌푸려 있었지만 간혹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은 선명한 빛줄기를 대지에 흩뿌리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루앙 대성당』이란 작품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과 비슷한 감정을 자아냈다. 모네의 작품을 보다 보면 형태가 있어서 어떤 상황이든 그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 빛에 따라, 산포(散布)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채와 변..
15학년도 1학기를 마치며 목차 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자리 잡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기, 1~2년차 학교의 급격한 변화와 자리매김의 시기, 3년차 익숙함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경계하는 시기, 4년차 2. 전혀 다른 존재를 만나다 사람과 책을 만날 때 인생은 변한다? 너를 만나 오히려 혼란에 빠지다 3. 전혀 다른 존재와 소통하려 노력하길 익숙함으로 만나느냐, 불편함을 견디느냐 익숙함에 빠지지 않고 불편함을 견디는 2015학년 2학기이길 바라며 인용 목차
3. 전혀 다른 존재와 소통하려 노력하길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을 만나 우리 문화에선 아주 중요한 Must Have 아이템이었던 모자가 다른 문화에선 전혀 쓸모없는 짐에 불과할 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모자를 팔려던 송나라 상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14년 1월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까지 모여 감마워크숍을 진행하며 찍은 사진. 익숙함으로 만나느냐, 불편함을 견디느냐 이런 상황에서 송상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자가 팔릴 수 없는 문화’라고 멋대로 규정짓고 송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송나라의 문화로 규정지은 것이기에 선입견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방법은 타자를 만났으..
2. 전혀 다른 존재를 만나다 그렇다면 단재에서의 4년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걸까? 1학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한 번 정리를 하고 싶었다. ▲ 올해 4월 22일에 샤롯데에 드림걸즈라는 뮤지컬을 보러와서 사진을 찍다. 사람과 책을 만날 때 인생은 변한다?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어떤 꿈을 꾸며, 이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두 가지에서 영향 받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5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그 두 가지란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우리가 읽는 책이다. -찰스 존스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듣던 중, 위의 말을 듣는 순간 귀가 확 열리는 듯한 체험을 했다. 위의 얘기는 사람의 성장이 어떤 것들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단재학교에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젠 이곳에서의 생활이 몇 년 입어 늘어진 옷만큼이나 편하게만 느껴진다. ▲ 처음 들어섰던 이 문에서 단재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로 4년이나 훌쩍 흘렀다. 자리 잡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기, 1~2년차 1년 차엔 모든 게 낯설었기에 적응하기 위해, 전혀 다른 생명체였던 18명의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분주했다. 나란 인간이 원래 모난 인간이고, 붙임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인간인데다 나름 고집까지 있는 터라 많은 사람에게 뜻하지 않게(?) 생채기를 내며 배워가던 시기였다. 그 시간이 지나 2년 차에 접어드니 이젠 나름 지낼 만 해졌다. 교사라는 위치가, 그리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격 없이 지낼 수 있는 대안..
10. 떠나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흔히 듣는 말. 그게 뭐냐 하면,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다보면, 참 허무해질 때가 있다. ▲ 사람은 습관적으로 행복이나 희망은 지금의 현실이 아닌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 그렇게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왜 알지 못한 채 살았냐는 것이며, 그렇다면 늘 가까운 곳만 예의주시하면 된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자칫,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으니, 멀리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라는 말로 비약되어 ‘라푼젤’처럼 방안퉁수로 만들 소지도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행복한 시한부 인생」에서 했던 ‘자신을 바꾸고 싶은 자, 현실의 반복에 지겨움을 느끼는 자 미련 없이 떠나라.’라는 얘기로 결론을 맺어도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