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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밤에 백마강을 건너며 야도백마(夜渡白馬) 정사룡(鄭士龍) 別酒澆胸未散愁 野橋分路到江頭 城池坐失溫王險 圖籍曾聞漢將收 花委尙傳崖口缺 龍亡還認釣痕留 寒潮强學靈胥怒 亂送驚濤殷柁樓 『湖陰雜稿』 卷之四 해석 別酒澆胸未散愁 별주요흉미산수 이별주를 가슴에 부어도 근심은 사라지지 않고 野橋分路到江頭 야교분로도강두 들판의 다리 길을 나누면서 강어귀에 이르렀구나. 城池坐失溫王險 성지좌실온왕험 성의 해자는 앉은 채로 온조왕의 험고함을 잃어버려서 圖籍曾聞漢將收 도적증문한장수 지도와 호적을 일찍이 듣기론 중국 장수인 소정방이 수습했다지. 花委尙傳崖口缺 화위상전애구결 꽃이 떨어진 것(삼천궁녀)은 오히려 벼랑 입구의 틈에 전해지고, 龍亡還認釣痕留 룡망환인조흔류 용이 없어진 것은 도리어 낚시하던 흔적이 남아서 알 수 있다. 寒潮强學靈..
백마강을 보며 울분에 찬 정사룡 시 『소화시평』 권상 97번은 정사룡과 고경명은 시를 통해 백제 멸망의 스산함을 간직한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그 감회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를 통해 역사를 서술해나가는 것을 영사시(詠史詩)라고 하며 그 대표작으론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 있다. 나 또한 단재학교에 신입교사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겨울방학을 맞이했고 3명의 아이들과 부여여행을 떠났었다. 첫째 날엔 정림사지와 부여박물관을 돌아보며 백제의 역사를 곱씹었고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둘째 날엔 부소산성과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백제의 최후를 간접 경험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사룡의 시나 고경명의 시에서 느껴지는 가슴 절절한 아픔은 없었다. 우리에겐 이미 너무 머나먼, 그래서 ..
97. 백제의 멸망을 안타까워하는 시 湖陰「白馬江」詩: ‘別酒澆胸未散愁, 野橋分路到江頭. 城池坐失溫王險, 圖籍曾聞漢將收. 花萎尙傳崖口缺, 龍亡猶認釣痕留. 寒潮强學靈胥怒, 亂送驚濤殷柁樓.’ 霽峰詩: ‘病起因人作遠遊, 東風吹夢送歸舟. 山川鬱鬱前朝恨, 城郭蕭蕭半月愁. 當日落花餘翠壁, 至今巢燕繞紅樓. 傍人莫問溫家事, 弔古傷春易白頭.’ 湖陰詩雖極雄豪, 未若霽峰之淸新高邁. 雖以劉夢得「金陵懷古」方之, 霽峰不必多讓. 해석 湖陰「白馬江」詩: ‘別酒澆胸未散愁, 野橋分路到江頭. 城池坐失溫王險, 圖籍曾聞漢將收. 花萎尙傳崖口缺, 龍亡猶認釣痕留. 寒潮强學靈胥怒, 亂送驚濤殷柁樓.’ 호음 정사룡의 「백마강에서[白馬江] / 밤에 백마강을 건너며[夜渡白馬江]」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別酒澆胸未散愁 이별주를 가슴에 부어도 근심은 사라지지..
2. 정림사지와 금동대향로로 본 백제 정림사지는 사비로 수도를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지은 절이라고 한다. 그런 역사적 의미에 걸맞게 절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물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절터와 오층석탑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 경주의 황룡사에 비하면 뭘까 싶겠지만, 여기엔 백제의 마음이 스며 있다. 정림사지, 중흥의 찬가와 절망의 애가 박물관에 복원된 모형이 있었는데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정림사의 크기를 알만 했다. 무엇보다도 긴 회랑이 눈에 쏙 들어왔다. 백제의 절 건축술은 당대에 알아줬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호류사도 지어줬단다. 호류사는 지금도 볼 수 있으나, 정림사는 절터만 볼 수 있으니 씁쓸하다. ▲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소정방이 백제를 멸망시키고 새긴 글씨. 정림사라는 절 자체가 새 희망을 ..
목차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하나다 여행은 건빵을 춤추게 한다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공부하는 이에겐 여행도 부담이 되고 어떤 여행인지 몰라도, 여행은 즐겁다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내소사와 소정방 역사와 야사 역사가 재밌는 이유 4. 알면 쓸데없는 내소사 지식과 등산론 사찰로 들어가는 길은 행복이어라 대웅전 천정엔 문고리가 있다 이따금 가슴이 답답할 때면 오르다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계획도 없이 불안도 없..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버스는 달려간다. 김제평야를 지나서 가는데 진귀한 풍경이 보이더라. 꼭 가을인 것처럼 황금물결이 이는 곳도 있었고, 어느 곳은 이제 막 벼를 심었는지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노랗게 익은 곡식과 이제 막 자라는 푸른 여린 새싹의 대비가 아주 절묘했다. ▲ 노란색의 들판이 이채롭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그래서 교수님께 물어보니, 노랗게 익은 것은 보리라고 말씀해주시더라. 학생 때 이모작을 한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실질적인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셈이다. 보리를 키워 이 시기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다시 벼를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정몽주가 지은 「중양절에 익양 태수 이용이 새로 지은 명원루에서 쓰다重九日題益陽守李容明遠樓」라는 시에..
변산 소래사에서변산소래사(邊山蘇來寺) 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 天近斗牛聯可捫浮雲流水客到寺 紅葉蒼苔僧閉門秋風微凉吹落日 山月漸白啼淸猿奇哉尨眉一老衲 長年不夢人間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옛길 적막하여 소나무뿌리 얽혀 있고 天近斗牛聯可捫천근두우련가문하늘은 가까워 북두칠성을 멋대로 만질 수 있을 듯하네.浮雲流水客到寺부운류수객도사뜬 구름과 흐르는 물 따라 손님이 사찰에 이르면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붉은 잎사귀 푸른 이끼 낀 사찰의 스님은 문을 닫네.秋風微凉吹落日추풍미량취락일가을바람 미풍이고 스산한데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山月漸白啼淸猿산월점백제청원산의 달은 점점 밝아져 맑은 원숭이의 울음소리 들려오네. 奇哉尨眉一老衲기재방미일로납기이하구나! 눈썹 짙은 늙은 스님長年不夢人間喧장년불몽인간훤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