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소래사에서
변산소래사(邊山蘇來寺)
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 天近斗牛聯可捫
浮雲流水客到寺 紅葉蒼苔僧閉門
秋風微凉吹落日 山月漸白啼淸猿
奇哉尨眉一老衲 長年不夢人間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
古徑寂寞縈松根 고경적막영송근 | 옛길 적막하여 소나무뿌리 얽혀 있고 |
天近斗牛聯可捫 천근두우련가문 | 하늘은 가까워 북두칠성을 멋대로 만질 수 있을 듯하네. |
浮雲流水客到寺 부운류수객도사 | 뜬 구름과 흐르는 물 따라 손님이 사찰에 이르면 |
紅葉蒼苔僧閉門 홍엽창태승폐문 | 붉은 잎사귀 푸른 이끼 낀 사찰의 스님은 문을 닫네. |
秋風微凉吹落日 추풍미량취락일 | 가을바람 미풍이고 스산한데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 |
山月漸白啼淸猿 산월점백제청원 | 산의 달은 점점 밝아져 맑은 원숭이의 울음소리 들려오네. |
奇哉尨眉一老衲 기재방미일로납 | 기이하구나! 눈썹 짙은 늙은 스님 |
長年不夢人間喧 장년불몽인간훤 | 긴 세월동안 인간세상의 시끄러움은 꿈조차 꾸질 않았다는 게. 『東文選』 卷之十二 |
해설
이 시는 정지상(鄭知常)이 왕명에 의해 충청도와 경상도 등지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귀로(歸路)에 변산반도에 있는 소래사를 찾아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솔뿌리가 얽혀 있을 정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하늘이 가까워 두수(斗宿)와 우수(牛宿)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나그네가 절에 이르렀는데, 붉은 단풍과 푸른 이끼로 뒤덮인 산에 문을 닫은 채로 스님이 살아가고 있다. 절에서 쉬자니, 해는 지고 이디선가 원숭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기이하게도 그곳에 사는 늙은 스님은 인간세상의 고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듯하다.
이 시는 이렇게 절의 승경(勝景)과 거기에 거주하는 늙은 스님의 삶을 기리고 있다.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는 이 시를 두고 “맑고 굳세어서 읊을 만하다[淸健可誦].”라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73~7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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