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암을 읽는다 (105)
건빵이랑 놀자
2-1. 총평 1 이 글은 처음에 ‘백동수가 왜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려 하는가?’ 물은 다음, 물꼬를 바꾸어 연암협에서의 둘만의 은밀한 일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연암협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오지인 기린협으로 떠나가는 백동수를 보는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마지막 단락은 앞의 두 단락과 각각 호응하면서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은 하나의 가난이 또 다른 가난과 오버랩 되면서 생겨난다. 그 때문에 떠나보내는 사람의 슬픔이 곱절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이 글은 그 구성이 아주 정교하다. 소품이지만 물샐틈없이 삼엄해, 토씨 하나 바꿀 수 없고,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다. 2 이 글이 감동적인 것은 연암의 진정眞情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떠나는 백동..
2-1. 총평 1 이 글은 연암 그룹의 예술 취향과 그 정신적 깊이를 썩 잘 보여준다. 그리하여 자유로움과 초속적超俗的 태도가 글 전편에 넘친다. 이 글은 길이는 짧되, 그 깊이는 아주 깊고, 그 운치는 한량없다. 2 이 글은 유춘오 악회를 기념해 쓴 글이라 할 만하다.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연암은 유춘오에서 있었던 두 건의 일을 두 개의 단락으로 병치해 구성하고 있다. 이 두 건의 일은 유춘오 악회의 수준과 분위기를 잘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연암이 유춘오 악회와 관련하여 쓴 글은 이것이 유일하다. 3 이 글은 이중二重의 교감과 소통을 보여준다. 하나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과 소통이요, 다른 하나는 인간 대 자연의 교감과 소통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연암의 예술철학이랄까 예술과 자연의 관..
5-1. 총평 1 이 글은 서른여섯 살 무렵의 연암의 자화상이라 이를 만하다. 연암은 자신의 착잡한 심리 상태와 자의식을 기복起伏이 풍부한 필치로 솜씨 있게 그려 내고 있다. 2 이 글은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힘겹게 버티며 저항하고, 또 힘겹게 버티고 저항하면서도 자신이 지치고 낙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응시하는 한 인간의 내면 풍경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슬프다. 연암의 산문 중 이 작품만큼 페이소스pathos가 그득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호기로움만은 젊은 시절 못지 않네 酬素玩亭夏夜訪友記 六月某日, 洛瑞夜訪不侫, 歸而有記. 云: “余訪燕巖丈人, 丈人不食三朝. 脫巾跣足, 加股房櫳而臥, 與廊曲賤隸相問答.” 所謂燕巖者, 卽不侫金川峽居, 而人因以號之也. 不侫眷屬, 時在廣..
6-1. 총평 1 이 글은 1773년(영조 49) 경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암의 나이 37세 때이다. 당시 연암은 과거科擧를 포기한 채 곤궁하게 살면서 문학과 사상을 한층 더 높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었다. 이 글은 이 시기 연암의 감정과 태도를 잘 보여준다. 2 이 글을 읽으며 우리는 어떤 대목에서는 빙그레 웃게 되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 글 속 인물들의 처지에 공감되어 슬픈 마음이 되기도 하며, 어떤 대목에서는 그 아름다운 묘사에 마음을 빼앗겨 황홀해지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흐뭇해지기도 하며, 어떤 대목에서는 정신이 각성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 글은 파란과 변화가 많아, 배를 타고 장강長江을 따라 내려가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강안江岸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감정에 잠기게 되는 것..
3-1. 총평 1 이 글은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빠져나오고 그런 연후에 다시 과거와 현재를 뒤섞는 등 굴곡과 변전變轉이 심한 글이다. 이런 글쓰기를 통해 연암은 의도적으로 기억과 현재의 풍경을 마주 세우고 있으며, 이 마주 세움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 글에서 기억이란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니요, 과거와 현재의 관계, 더 나아가 현재에 대해 발언하는 하나의 미적 방식이 되고 있다. 연암은 묘지명의 상투적인 형식이나 일반적인 격식을 무시하고 마음의 행로에 따라 글을 써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이 글은 형식적으로는 아주 파격적이되, 내용적으로는 더없이 진실하고 감동적인 글이 될 수 있었다. 2 이 글은 연암의 누이에 대한 글이고, 삽입된 에피소드도 연암과 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