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른여섯 살 무렵의 연암의 자화상이라 이를 만하다. 연암은 자신의 착잡한 심리 상태와 자의식을 기복起伏이 풍부한 필치로 솜씨 있게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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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힘겹게 버티며 저항하고, 또 힘겹게 버티고 저항하면서도 자신이 지치고 낙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응시하는 한 인간의 내면 풍경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슬프다. 연암의 산문 중 이 작품만큼 페이소스pathos가 그득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