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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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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두 가지 이유 떠남은 언제나 현실을 낯설게 보게 한다. 어제도 그제도 다녔던 길이고 예전부터 만났던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 감각, 감정이 없다고 하면 섭섭할진 몰라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상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다. 떠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자주 갔던 장소, 자주 만나던 사람이라 해서 너무도 잘 안다고 착각하진 말자. 오히려 가장 가깝다고 느끼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곳엔 여행 다닐지언정 자신이 사는 곳은 구석구석 다녀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뿐 사실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할 때가 오면 그제야 잘 몰랐다는 사실을 알며 울고불고 할 지도 모른다. 전주를 떠..
목차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학교활동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 했던 이유 사라질 것들에 미련은 갖지 말되, 기록은 남기다 최민식이 전해준, 일상을 남긴다는 것의 소중함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트래킹 장소를 정하며 집단지성을 맛보다 못할 땐 하고 싶은 게 많고, 막상 할 수 있을 땐 없어진다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율동공원엔 최초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묻혀 있다 서현역에 단재 친구들 모여라 율동공원이란 쉼터에서 쉬다 인용 여행 사진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그렇게 어렴풋이 사라져 가던 꿈이 율동공원에서 이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운 좋게도 그곳엔 번지점프대가 있었고, 승환이는 그날따라 하고 싶다며 민석이까지 함께 하자고 꼬드겼으니 말이다. 결국 승환이는 나이가 걸려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외쳤음에도 하지 못했고, 민석이만 하게 됐다. 민석이는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후에 무사히 도착했다. 제법 무서웠을 텐데 당당히 해낸 걸 보니, 자랑스럽긴 하더라. ▲ 민석이의 번지점프. 겁이 났을 텐데, 정말 잘했다. 그리고 공중도보의 위용을 맘껏 보여줬다. 율동공원엔 최초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묻혀 있다 민석이가 잘 도착한 것을 보고 입구로 나가려던 그때, 승태쌤은 ..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아무래도 2년이 넘도록 ‘트래킹’이란 커리큘럼을 진행하다 보니, 웬만한 곳은 거의 가봤다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여럿 있다. 첫째 우리가 아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고, 둘째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셋째 등산과 같이 힘든 곳이 아닌 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갈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 13년엔 영화팀이 등산을 많이 갔었다. 그 절정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것인데, 트래킹이 생기며 하지 못했다. 트래킹 장소를 정하며 집단지성을 맛보다 그래서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각자 파트를 정해 한 팀은 2학기 전체여행의 세부계획, 한 팀은 요리메뉴를, 한 팀은 트래킹 장소를 정하게 ..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단재학교는 14학년도 1학기부터 매달 한 번씩 트래킹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된 트래킹이 16학년도 2학기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단재학교의 대표 커리큘럼이라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트래킹은 2014년 3월에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시작되었다. ▲ 첫 트래킹의 시작은 서울 둘레길 걷기였다. 어제 같던 이 시간이 벌써 2년이나 흘렀다. 학교활동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 했던 이유 지금까지는 학교활동을 대부분 사진 기록으로만 남길 뿐, 여행기를 쓰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던 것이 작년 5월부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올핸 3월에 떠난 통인시장 트래킹 여행기를 시작으로 검단산 여행기까지 총6편의 기록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도대체 작..
43. ⑤강: 박동섭은 모피어스다 처음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만 해도 넘치는 열정, 그리고 무언가 해보겠다는 결의로 신났었다. 그땐 의지가 굳셌고 기운이 왕성하여 어떤 강의내용일지라도 씹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포와 함께 전장을 달려 어떤 것에도 잡히지 않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적토마처럼 바람을 가르며 맘껏 강의시간을 누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3강도 채 끝나기도 전에, 가쁜 숨을 내쉬며 급속히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기진맥진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강의 내용을 천리마의 날렵함처럼 종횡무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저 조랑말의 아둔함에 불과하여 하나하나 써나가기도 버거웠다. ▲ 4월 18일 첫 강의가 있던 날의 모습. ..
36. ④강: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웬만하면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다.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당연함과 익숙함에 물들고 말았다. ▲ 생각하지 않는 동물에게 붙인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의 아이러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머니의 된장국’만은 아니고 생각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사 같은 비장함이 감돌지만, 사실 이 말은 김승희 시인이 쓴 시에서 따온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세계가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 (중략) 그러므로, ..
7. ①강: 일상에서 ‘ㄹ’ 빼게 하는 강의 그렇다면 동섭쌤 강의가 다른 강의와 방식만 다르고,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일까? ▲ 그는 이동연구소장이다. 이동하라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강의 내용은 김승희의 시다 동섭쌤 강의의 주요 내용은 일상을 이상하게 보도록 만들며, 당연함을 불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섭쌤의 강의는 김승희의 시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상략) 이란 낱말을 고요히 들여다보네 ㄹ은 언제나 꿇어앉아 있는 내 두 무릎의 형상을 닮았네 일상은 어쩌면 우리더러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를 섬기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네 무릎을 꿇고 상이 용사처럼 두 무릎을 꿇고 ㄹ로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으라고 그러면 만사 다 오케이라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