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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7. 제주의 바다를 보니 일주를 하고 싶어지다 사람 맘이 참으로 간사하다.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만 해도 ‘이번엔 절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전거를 빌려서 달리고 있으니 언제 그랬냐 싶게 절로 행복해진다. 언제였더라,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거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싶어 무작정 끌고 나왔던 적이 있다. 막상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기에 도로를 그냥 달렸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자전거는 나에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뫼베처럼 세상을 맘껏 누빌 수 있도록 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다. ▲ 자전거를 타고 제주 바다로 나간다. 기분 짱 좋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순간 여행을 할 때면 별 생각 없이 ‘도보여행’만을 생각했다. 첫 여행이 도보여행이었..
6. 1월에 자전거를 대여하다 검색해 보니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더라. 아마도 상호명이 같은 걸로 봐서는 이곳이 확장 이전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다시 가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에 내려 자전거 대여점에 들어갔다. ▲ 좀 헤매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게 헤매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하는 게 여행의 묘미이니. 자전거 대여점에 불쑥 들어온 황당한 손님? 가게에 쭈뼛쭈뼛 들어가니, 이곳은 대여점이라기보다 판매점에 훨씬 가까운 모양새더라. 바깥에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몇 대 보이긴 했지만, 안쪽에 팔기 위한 자전거가 더 많아 보였으니 말이다. 기억이 왜곡된 탓일 수도 있지만, 예전엔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더 많았다고 기억에 남아 있다. 가게 안엔 사람..
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 충주 → 여주 / 64.69km 부론면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익숙한 길이다. 여긴 남한강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보여행 땐 아침 안개까지 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우린 꿈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 걸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 같은 길을 다닌다. 비포장도로에서 로드 자전거를 끌고 간 사내와 타고 간 사내의 이야기 작년엔 도로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서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새 공사가 완료되었더라. 그래서 우리는 포장까지 완벽하게 된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끝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심지어 콘크리트를 잘게 쪼갠 돌까지 쌓여 있었다. 준영이와 나는 바퀴가 ..
28. 불안을 투사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드디어 남한강으로 건너가는 날이다. 민족의 젓줄인 낙동강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만든 남한강으로 들어서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런데 남한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 중 하나인 이화령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단디 먹고 출발했다. 문경온천, 낮과 밤의 분위기가 180도 다른 곳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이화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제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연출했던 문경온천 부근을 지나가야 한다. 어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환한 불빛이 비춰서 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침에 그곳을 지나니 전혀 다른 곳인 줄 알았다. 화려한 무대의 앞과 어둡고 초라한 뒤의 차이처럼 쇠락한 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27. 리더십에도 성실함이 필요하다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리더미션은 선배와 통화하며 갑자기 하게 되었는데, 이 미션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개인에게 전체를 이끌어야 할 임무를 주면서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미션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미션이지만, 이 미션만큼은 철저히 한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기에 당사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고, 팀원들도 노력할 수밖에 없다. ▲ 저 앞에 문경새재가 보인다. 황금들녘을 지나 산으로 간다. 리더 재욱이의 리더십, 생색내지 않는 자연스러움 어제의 리더는 재욱이였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리더를 해본 것이기에 완벽할 수도, 만족스러울 수도 없다. 그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점차 리더로서의..
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얼마나 달렸을까? 현세가 옆으로 오더니 말하더라. “건빵쌤 앞바퀴까지 펑크가 났어요” 다섯 번째 불행이다. 거기에 덧붙여 민석이도 옆에 오더니, “쌤 제 자전거도 서서히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데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조금 바람이 빠지긴 했지만 충분히 숙소까지는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현세 앞바퀴의 펑크를 때우기 위해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 멈춰야만 했다. 그쯤 되니 모두 넋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하여 어떻게든 때워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때 진짜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됐다. 바로 도로변에 있던..
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고, 그게 시작일 뿐이었다. 그저 현세 자전거 뒷바퀴의 펑크만 잘 때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옮기고 나니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너희들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라고 신이 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땐 되게 민감해져 있었고,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어느덧 해가 저물어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 전염된 펑크와 사라진 캠코더 분황1교 쪽에서 갓길로 내려와 일반도로에 진입하니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 그곳이라면 수리하기 편할..
14. 돌발 상황조차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넉넉함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한치 앞도 모르지만, 나아갈 때가 있다. 아마도 삶이란 바로 그런 걸 거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고 싶어 하고 예상하고 싶어 한다. 확률학을 발달시키고, 심리학을 발달시키는 기저에는 바로 미지未知의 영역을 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문명이란 것은 자연 상태로 있을 때보다 예측 가능하도록 바꾸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천재天災를 통제하고 인재人災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바로 문명 발달의 척도인 것이다. 여행은 모르는 상황 속을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을 확률에 의해 예측할 수 있고 대처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