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주 (6)
건빵이랑 놀자
26. 제주여행이 준 선물, ‘한 평생이란 시각’ 자전거점에 자전거를 반납하니 공항까지 태워다 주신다. 역시나 방학 기간 중 주말답게 공항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씨가 말했던 것처럼 70~80년대엔 신혼여행지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그저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긴 나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제주에 온 것이니, 제주는 이제 더 이상 머나 먼 유배지의 땅은 아니게 된 것이다. 나만큼 이들도 이곳저곳 다니며 2018년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겠지. ▲ 사람이 가득 찬 공항. 제주에 왔지만 집에 가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북새통을 이룬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전주 비행기는 공항을 벗어나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서 멈췄다. 이곳은 하나의 활주로를 ..
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김만덕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중섭미술관에선 이중섭을 만나 가슴 뭉클했었는데 여기서도 김만덕을 직접 만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만덕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사람이고 이중섭은 50년 전의 사람이지만, 기념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들 또한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팔팔 끓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겠더라. 이래서 맹자는 “옛 시를 읊고 옛 글을 읽었는데도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살던 때를 말할 수 있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옛 사람을 벗 삼는다(尙友)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그들을 통해 나도 그들과 벗이 되었으..
21. 제주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라 성산포항에 도착했으니 이젠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조금만 달릴 거면 김녕까지만 가면 되지만, 좀 더 욕심을 낼 거면 삼양동까지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그 근처에 머물 만한 모텔이 있느냐가 중요하지만 말이다. ▲ 거대한 거인처럼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연거푸 이틀에 걸쳐 두 번이나 스쳐 지나간 인연 그래서 먼저 삼양동 근처의 모텔을 검색해보니 거기엔 숙소가 거의 없고 시내 외곽 부근부터 많더라. 이런 경우 고민의 여지는 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에 오늘 좀 더 많이 달린다고 해도 괜찮으니 말이다. 그래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시내 근처의 모텔을 예약했다. 지금 시간은 12시 20분 정도이고 지도상으론 여기서 제주 외곽까지 2시간 40분이면 ..
10. 서귀포로 가는 아름다운 길을 달리다 어젠 그래도 간간히 햇살이 비치며 기온도 높아 꽤 덥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벌써부터 구름이 한가득 끼어 있어 서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고, 겨울용 외투로 중무장을 했다. ▲ 가까운 곳에 해장국집이 있어서 들어왔다. 배불리 먹고 이튿날의 일정을 시작해보련다. 해장국, 넌 나에게 치욕을 안겨줬어 아침은 호텔 근처에 있는 미향해장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해주는 곳인 줄은 알았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문을 열고 들어가 “해장국 하나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얼큰한 맛과 순한 맛 중 뭐로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보통 때였으면 당연히 순한 맛을 시켰을 거다. 누군가는 매운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난 매운맛은 질색이니..
5. 제주를 보니 열정이 샘솟는다 비행기는 1시간 정도를 날아 마침내 제주에 도착했다. 2011년에 제주에 처음 왔을 때의 그 설렘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 같은, 그리고 이곳이라면 무엇이든 관념에 갇히지 않고 맘껏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말이다. ▲ 비행기는 날아갈 때보다 떠오를 때와 내려앉을 때의 기분이 좋다. 제주를 마주치는 순간,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다 그런데 더 재밌는 점은 마침내 제주가 한 눈에 내려 보이는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별 다른 계획도, 별 다른 의미도 없이 갔다가 오자고만 생각했었는데, 제주도가 보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파고를 치며 무엇이든 ..
3. 우연처럼 두려움을 안고 제주행 비행기를 타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누군가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겠다며 동해로 서해로 종로로 또는 높은 산을 찾아 떠났겠지만, 난 내 방에 콕 틀어박힌 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다고 방안에서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맘 같아선 어딘가로 홀연히 떠나고 싶기도 했지만, 그땐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렇게 있었다. ▲ 보신각을 에워싼 사람들. 산으로, 바다로, 종로로 모인 사람들. 새 기분으로 새 해를 열려는 마음이 소중하다. 망상에 시달리던 새해 첫 날의 풍경 그랬더니 스멀스멀 여러 생각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방학이 됐는데도 왜 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늘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여행도 떠나고 하고 싶은 일도 하겠다고 하더니 뻥이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