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보름 후 비오는 날에
시월망후우(十月望後雨)
최립(崔岦)
一年霖雨後西成 休說玄冥太不情
正叶朝家荒政晩 飢時料理死時行 『簡易文集』 卷之六
해석
一年霖雨後西成 일년림우후서성 | 한 해의 장마비가 추수【서성(西成): 가을 추수.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平秩西成.” 孔穎達疏:“秋位在西,於時萬物成熟.” *平秩: 고르게 다스리다. 『서경』 「堯典」에 나오는 平秩東作, 平秩南訛, 平秩西成 등을 가리킨다. 東作은 봄농사를 가리키고, 南訛란 여름에 만물이 장성하여 변화하는 일을 말하고, 西成은 가을의 추수를 말한다.】 뒤에 내렸지만 |
休說玄冥太不情 휴설현명태부정 | 물의 신【현명(玄冥): 1.神名. 水神. 『左傳‧昭公十八年』:“禳火於玄冥、回祿.” 杜預注:“玄冥,水神.” / 2. 겨울 귀신의 이름. 『예기』 「월령(月令)」에 “겨울철의 상제(上帝)는 전욱(顓頊)이요, 그 귀신은 현명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이 매우 무정하다 말하지 마라. |
正叶朝家荒政晩 정협조가황정만 | 바로 조정의 구황정책이 늦는 것과 같으니, |
飢時料理死時行 기시료리사시행 | 굶주릴 땐 재더니만 죽을 때에야 시행하는 구나. 『簡易文集』 卷之六 |
해설
이 시는 1587년 통진(通津)에 은거하던 때 시월 보름 뒤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지은 것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볼 수 있는 시이다.
초겨울인데 일 년 내내 장맛비가 내린 뒤에 가을이 와서,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하늘을 너무 무정하다 말하지 말라. 그것보다는 늑장만 부리는 조정의 구황(救荒) 정책으로 말미암아 굶주릴 때 처리할 일을 죽을 때 시행하여 수많은 백성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원망해야 한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4번에서, “최동고의 「십월우」시에, ……라고 했는데, 조정에서 정치를 도모하는 사람이 스스로 경계로 삼아야 한다[崔東皐岦「十月雨」詩曰: “一年霖雨後西成, 休說玄冥太不情. 正叶朝家荒政晩, 飢時料理死時行.” 訏謨廊廟者, 可以自警].”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6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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