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사에서
홍경사(弘慶寺)
백광훈(白光勳)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천년유류수 락일견귀운 『玉峯詩集』 上
해석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 가을 풀, 고려 때 절 그리고 부서진 비문에 담긴 학사들의 문장 |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 천년 동안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玉峯詩集』 上 |
해설
이 시는 가을에 홍경사에 올라 느낀 감회를 노래한 것으로, 인구(人口)에 많이 회자(膾炙)되었던 시이다.
여름에 화려했던 풀은 가을이 되자 시들어 가는데, 그 풀처럼 예전에 화려했을 홍경사가 지금은 퇴락한 채 예전 한림학사가 새긴 글만이 동강나 굴러다니는 비석에 남아 있다(그 글을 쓴 한림학사도 지금은 없다). 홍경사 앞에 흐르는 물은 천 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흘러갔으나 언제나 그 자리에서 흘러가고, 그 위로 흐르는 구름은 잠시도 그대로 지속하지 못하고 정처 없이 흘러간다(세상의 모든 것은 이처럼 흘러 흘러가도 결국은 다시 또 그대로인 것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108번에서 이 시에 대해, “옥봉 백광훈의 「홍경사」 시에, ……라 하는데, 매우 우아하여 옛 시에 아주 가깝다[白玉峯光勳, 「弘慶寺」詩曰: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雅絶逼古].”라 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최경창과 백광훈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최고죽(崔孤竹)의 시는 한경(悍勁)하며 백광훈(白光勳)의 시는 고담(枯淡)하다. 모두 당시(唐詩)의 노선을 잃지 않았으니 참으로 천 년의 드문 가락이다. 이익지(李益之)는 이들보다 조금 크다. 그러므로 최·백을 함께 뭉쳐 스스로 대가를 이루었다[崔詩悍勁 白詩枯淡 俱不失李唐跬逕 誠亦千年希調也 李益之較大 故苞崔孕白而自成大家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5~3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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