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어떻게 기록하여 전할 것인가?
전설(傳說)
이건창(李建昌)
有爲故宰相銘墓者, 盛言孝友睦婣.
或訾之曰: “大臣以體國爲重, 非天下所以治亂存亡者, 不足以傳, 奚爲是屑屑然哉?”
余聞之歎曰: “是非惟知大臣之體也, 亦知文章之體者也. 然又不特大臣而已, 古之以文傳人者, 皆未必傳於內行也. 傳人如畫人, 畫人者, 畫耳目鼻口不可闕, 然傳神之妙, 或不在於耳目鼻口, 而往往出於耳目鼻口之外, 如所謂眉稜頰毛者, 是也, 內行猶之, 耳目鼻口, 人所同也, 而若其風神之所在, 猶之眉稜頰毛己所獨也. 故善傳人者, 必於其人之風神而致意焉. 然又不特傳人而已, 人之所以爲人, 亦必有人所不盡然, 而己能獨然者, 然後可以有進於道. 不然而惟專於人之所同, 則往往不過爲善人而已, 此狂狷與鄕愿之分也.”
或又難之曰: “然則內行, 固不足備歟?”
曰: “內行不備, 則猶之耳目鼻口之不具也, 耳目鼻口不具, 謂之不成人, 而畫乎哉? 而傳乎哉?” 『明美堂集』 卷十二
해석
有爲故宰相銘墓者, 盛言孝友睦婣.
예전에 재상의 묘지명을 짓는 이는 효우목인(孝友睦婣)【목인(睦婣): 옛날 효(孝)ㆍ우(友)ㆍ목ㆍ인ㆍ임(任)ㆍ휼(恤) 등 6행(行) 중의 두 가지. 목(睦)은 구족(九族)과 화목하는 것이고, 인(婣)은 외척(外戚)과 화목하는 것임. 『周禮』 「地官大司徒」】을 크게 칭찬한다.
或訾之曰: “大臣以體國爲重, 非天下所以治亂存亡者, 不足以傳, 奚爲是屑屑然哉?”
혹자가 “대신(大臣)은 나라에 봉사함[體國]을 중요함으로 여기는데 천하가 치란존망(治亂存亡)한 까닭은 전하기에 부족했으니 어찌 가볍게 여긴 게 아닌가?”라고 헐뜯었다.
余聞之歎曰: “是非惟知大臣之體也, 亦知文章之體者也. 然又不特大臣而已, 古之以文傳人者, 皆未必傳於內行也.
내가 그걸 듣고 탄식했다. “이것은 대신(大臣)의 체통을 알 뿐만 아니라 또한 문장의 체제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대신일 뿐만이 아니라 옛적에 글로 사람을 전한 이들은 모두 반드시 내행(內行)【평상시 집안에서의 행동】을 전할 필욘 없었다.
傳人如畫人, 畫人者, 畫耳目鼻口不可闕, 然傳神之妙, 或不在於耳目鼻口, 而往往出於耳目鼻口之外, 如所謂眉稜頰毛者, 是也, 內行猶之,
사람을 전하는 건 사람을 그리는 것 같아 사람을 그리는 이는 이목구비를 빠뜨리지 않고 그리지만 전신(傳神)【전신(傳神): ‘전신사조’의 준말로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외형 묘사뿐 아니라 인격과 내면세계까지 표출해야 한다는 초상화론.】의 오묘함은 혹 이목구비에 있지 않고 이따금 이목구비 바깥에서 나오니 소위 눈썹이나 뺨의 털 같은 것이 이것이니 내행(內行)이 그것에 같은 것이다.
耳目鼻口, 人所同也, 而若其風神之所在, 猶之眉稜頰毛己所獨也. 故善傳人者, 必於其人之風神而致意焉.
이목구비는 사람의 공통된 것이지만 멋[風神]이 있는 것은 눈썹과 뺨의 털로 자기만의 독자적인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잘 사람을 전하는 이는 반드시 사람의 멋에 있어서 뜻을 다한다.
然又不特傳人而已, 人之所以爲人, 亦必有人所不盡然, 而己能獨然者, 然後可以有進於道.
또한 사람을 전달할 뿐만 아닌 것이니 사람이 사람 된 까닭은 또한 반드시 사람이 다 그러하지 않은 것이 있지만 자기만이 홀로 그러할 수 있은 후에야 도에 나갈 수 있다.
不然而惟專於人之所同, 則往往不過爲善人而已, 此狂狷與鄕愿之分也.”
그렇지 않고 오직 사람의 공통된 것만을 전념한다면 이따금 선인(善人)이 됨에 불과할 뿐이니 이것은 광자(狂者)ㆍ견자(狷者)와 향원(鄕愿)의 분별점이다.”
或又難之曰: “然則內行, 固不足備歟?”
혹자가 또 “그러하다면 내행(內行)은 진실로 구비할 게 없나?”라고 비난했다.
曰: “內行不備, 則猶之耳目鼻口之不具也, 耳目鼻口不具, 謂之不成人, 而畫乎哉? 而傳乎哉?” 『明美堂集』 卷十二
내가 “내행(內行)이 구비되지 않은 것은 이목구비가 구비되지 않은 것 같으니 이목구비가 구비되지 않는 것을 불성인(不成人=不具者)이라 하는데 그릴 게 있겠는가? 전할 게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體國 | 治亂存亡 | 耳目鼻口 |
內行 | 孝友睦婣 | 眉稜頰毛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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