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좌지우지되는 썩은 세상에 대해
흑우설(黑牛說)
성현(成俔)
廟社用黑牲, 古也, 其中牲者鮮矣, 而純毛黑色者尤爲鮮. 朝廷設典牲署主之, 苟有納一牛者, 價給三馬. 由是人愛其理, 高價而買之, 爭趨權勢而請之, 契券雲集, 官門如市, 其得納者, 萬分中之一耳.
龍山里有一達官, 患無馬, 以布二十疋買一牛, 遍體如漆, 高又一丈. 求善畜者而傭寓之, 不計蒭葭之費, 勤飼三冬, 魁然肥腯. 示諸署人則署人稱美, 示諸署員則署員稱美, 達官欣然, 自爲得計.
一日, 署提調坐司擇牛, 有白衣少年呈簡附耳語, 退又持酒, 與典牛者相酬於牛囤中. 署員入謁, 先進達官之牛, 提調顧問典牛者, 典牛者曰: “牛雖大, 有病不可用.” 提調頷之而已. 少年持牛而進, 牛小且瘦, 典牛者曰: “牛雖小, 若養月餘則可用.” 提調笑而納之. 書于牛籍, 署員爭之, 不能得, 達官大悵, 欲還賣於人則皆曰: “牛以病而退, 旣不中於牲, 又不合於耕, 買之何用?” 遂累日不得售, 卒收半價而與人.
夫廟社之牲, 臣子所當留意者, 且提調與達官, 比肩同列, 共爲朝臣, 今聽細人之請, 而不從同列之語. 納所不當納, 退所不當退, 非徒長貪戾之風, 其慢神失敬, 亦已甚矣. 夫君子與小人訟也, 君子理直而多不伸, 小人理曲而卒得志, 以其有貨財也. 王孫賈曰: “與其媚奧, 寧媚於竈.” 孟獻子曰: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古人之言, 豈徒然歟? 『虛白堂集』 卷之十二 男世昌編輯
해석
廟社用黑牲, 古也, 其中牲者鮮矣, 而純毛黑色者尤爲鮮.
종묘사직은 검은 희생을 사용한 건 예로부터인데 희생에 맞는 건 드물고 순수하게 털이 검은색인 건 더욱 드물다.
朝廷設典牲署主之, 苟有納一牛者, 價給三馬.
조정에선 전생서(典牲署)【전생서(典牲署): 조선(朝鮮) 시대(時代) 때 궁중(宮中)의 제사(祭祀)에 쓸 양ㆍ돼지 따위를 기르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官廳).】를 설치하여 그걸 주관하는데 만약 한 마리 소를 들이는 자가 있다면 세 마리 말 가격을 줬다.
由是人愛其理, 高價而買之, 爭趨權勢而請之, 契券雲集, 官門如市, 其得納者, 萬分中之一耳.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이치를 좋아해 높은 가격으로 희생을 사서 권세가로 다투어 달려가 청탁했고 계약 문서가 구름처럼 모이고 관청의 문은 저자거리 같았지만 들일 수 있는 이는 만 분의 1일 뿐이었다.
龍山里有一達官, 患無馬, 以布二十疋買一牛, 遍體如漆, 高又一丈.
용산리(龍山里)에 어떤 한 명의 현달한 관리가 말이 없는 걸 걱정하다가 포 20필로 한 마리 소를 샀는데 몸 전체가 칠흙 같았고 키는 또한 한 길이였다.
求善畜者而傭寓之, 不計蒭葭之費, 勤飼三冬, 魁然肥腯.
잘 기르는 이를 구해 고용해 그를 살게 하며 여물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부지런히 세 번의 겨울동안 먹이니 울퉁불퉁 살이 쪘다.
示諸署人則署人稱美, 示諸署員則署員稱美, 達官欣然, 自爲得計.
전생서 사람에게 보여주면 전생서 사람은 좋다 감탄했고 전생서의 관원에게 보여주면 전생서의 관원은 좋다 감탄하니 현달한 관원은 기뻐하며 스스로 좋은 계책을 얻었다[得計]고 생각했다.
一日, 署提調坐司擇牛, 有白衣少年呈簡附耳語, 退又持酒, 與典牛者相酬於牛囤中.
하루는 전생서의 제조(提調)【제조(提調): 조선시대에 잡무와 기술계통 기관에 겸직으로 임명되었던 고위 관직.】가 관청에 앉아 소를 고를 적에 흰 옷의 소년이 편지를 드리고 귀를 대고 말하고 물러나 또한 술을 가져와 소를 전담하는 사람과 서로 소 우리 속에서 주고받았다.
署員入謁, 先進達官之牛, 提調顧問典牛者, 典牛者曰: “牛雖大, 有病不可用.” 提調頷之而已.
전생서의 관원이 들어가 뵙고 먼저 현달한 관원의 소를 들이게 했고 제조(提調)는 돌아보며 소를 담당하는 이에게 물으니 소를 담당하는 이가 “소가 비록 크지만 병이 있어 쓸 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고 제조(提調)는 턱만 끄덕일 뿐이었다.
少年持牛而進, 牛小且瘦, 典牛者曰: “牛雖小, 若養月餘則可用.” 提調笑而納之.
소년이 소를 데리고 나가는데 소는 작고도 야위었지만 소를 담당하는 이는 “소는 비록 작아도 대략 한 달여를 기른다면 쓸 만합니다.”라고 말하니 제조(提調)는 웃으며 들이게 했다.
書于牛籍, 署員爭之, 不能得, 達官大悵, 欲還賣於人則皆曰: “牛以病而退, 旣不中於牲, 又不合於耕, 買之何用?”
소 문서에 쓰니 전생서의 관원이 다투었지만 하는 수 없었고 현달한 관원은 매우 슬퍼하며 도리어 사람에게 팔려 하는데 다들 “소가 병 들어 떨어져 이미 희생에도 맞지 않고 또 밭갈이에도 합당치 않으니 사서 어디에 쓰겠소?”라고 말했다.
遂累日不得售, 卒收半價而與人.
마침내 여러 날동안 팔 수 없다가 마침내 반값을 받고 남에게 주었다.
夫廟社之牲, 臣子所當留意者, 且提調與達官, 比肩同列, 共爲朝臣, 今聽細人之請, 而不從同列之語.
대체로 종묘와 사직의 희생물은 신하【신자(臣子): 신하(臣下). 자(子)는 접미사.】는 마땅히 뜻을 머물러야 하는 것이고 또한 제조(提調)와 현달한 관리는 동열의 어깨를 견주는 이로 함께 조정의 신하가 되지만 지금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청탁은 들었지만 동렬의 말은 따르질 않았다.
納所不當納, 退所不當退, 非徒長貪戾之風, 其慢神失敬, 亦已甚矣.
들인 것은 들인 것에 합당치 않았고 떨어뜨린 것은 떨어뜨린 것에 합당치 않으니 욕심 많은[貪戾] 풍속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정신을 거만히 하고 공경함을 잃음이 또한 너무 심하다.
夫君子與小人訟也, 君子理直而多不伸, 小人理曲而卒得志, 以其有貨財也.
대체로 군자와 소인이 송사할 적에 군자는 이치는 곧지만 대게 펴지 못하고 소인의 이치는 굽었지만 마침내 뜻을 얻으니 재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王孫賈曰: “與其媚奧, 寧媚於竈.” 孟獻子曰: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왕손가(王孫賈)가 “아랫목 신에게 아첨하기보다 차라리 부뚜막 신에게 아첨하리.”라고 말했고 맹헌자는 “세금을 거두는 신하를 두기보단 차라리 내 재물을 도둑질 하는 신하를 두리.”라고 말했다.
古人之言, 豈徒然歟? 『虛白堂集』 卷之十二 男世昌編輯
옛 사람의 말이 어찌 쓸데 없는 것이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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