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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첨 - 용심(慵甚)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이첨 - 용심(慵甚)

건방진방랑자 2021. 4. 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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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게을러져

용심(慵甚)

 

이첨(李詹)

 

 

平生志願已蹉𧿶 爭奈慵踈十倍多

午寢覺來花影轉 暫携稚子看新荷 東文選卷之二十二

 

 

 

 

 

 

해석

平生志願已蹉𧿶

평생지원이차이

평생 뜻으로 원하는 것이 이미 어긋나서

爭奈慵踈十倍多

쟁내용소십배다

게으르고 어설픔이 열 배나 많은 걸 어찌 하랴[爭奈]?

午寢覺來花影轉

오침각래화영전

낮잠 깨고 나니 꽃 그림자 옮겨 와서

暫携稚子看新荷

잠휴치자간신하

잠시 어린 아들 데리고 새 연꽃 본다네. 東文選卷之二十二

 

 

해설

인간이란 어른이 되어서도 마냥 무지개를 쫓는 어린이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침내 비틀거리는 발길로 실의(失意)의 언덕에 와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인제 여일(餘日)이 얼마 남지 않은 노경에 이르렀음을 자각함에서다.

 

만사휴재(萬事休哉)! 팽팽히 버텨오던 긴장이 실실이 풀려 버리고 나면, 남은 건 피로요, 느는 건 권태다. 꿈을 좇다 놓친 허망감과, 노쇠에서 녹아내리는 무력감은 십배다(十倍多)’의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깨어나 보니 꽃그늘은 해시계처럼 위치를 옮겨갔고, 사람은 볕에 노출된 채 자고 있었던’, 그 잠들기까지의 경위를 역으로 추적해 보라, 그런 경황에도 꽃이야 싫지 않아, 꽃나무 아래 앉았다가 부지중 스르르 자세가 무너지는 길로 비몽사몽 자기를 잃어 간 도입(導入)의 경위가, 그 생략된 공백 속에 녹화되어 있음을 보지 않는가? 또 거기에는 얼마나 곤하게 잤는가 하는 시간의 길이며 깊이마저 자동적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본다.

 

한편, 꽃과 노인의 역설적이고도 희화적(戱畫的)인 대조는, 다음 구의 내용들과 호응하여, 또한 인생을 생각케 함이 있으니, 보라. 어린 녀석 손을 이끌고, 갓 피어난 연꽃을 구경하면서, 연못 둘레를 거닐고 있는, 크고 작은 두 영상을! 늙은이와 어린이, 시들어가는 연꽃과 새로 피어나는 연꽃, 그것은 꽃과 노인’, 또는 옮아가 버린 꽃그늘과도 호응하여, 교체될 세대의 길목에서, 잠시 서로 손을 잡다 갈라설 숙명을 예시하고 있는 듯도 하지 않는가?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161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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