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를 통해 나를 외치다
經書集編跋
2월이 되면서 기획하고 편집하기 시작했던 책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이 뿌듯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을 어디에 비할까? 무엇이든 자기의 힘으로 완성해낸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시작이 주는 부담감에서부터 순간순간 닥쳐오는 ‘괜한 일에 시간 소모하는 건 아닐까?’하는 갈등까지 겹치면, 완성은커녕 도중하차하는 일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과 갈등을 극복해야지만 결국 ‘완성’이란 선물이 주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완성은 자기 극복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한문학 박사’의 꿈
‘나는 한문학 박사가 될 것이다.’를 꿈으로 정하고 이렇게 첫 책을 내기까지 ‘과연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나의 길이 맞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하지만 결국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한문을 공부하고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대학교에 와서 좋았던 건, 내가 하고 싶은 한문 공부만 실컷 할 수 있어서였다.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고 그걸 할 때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이런 나인데 어찌 다른 길을 생각해 볼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길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나의 길을 가는 과정 속에 첫 고비인 임용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이 책을 엮게 되었다.
선점해야할 경서의 길
경서(『대학』ㆍ『중용』ㆍ『논어』ㆍ『맹자』)는 한문 전공자의 필수 과목이다. 경서를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꼭 선점해야할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적의 거점을 확보하고 나면 그 다음은 탄탄대로(인천 상륙 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된 것만 봐도 거점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인 것처럼, 경서 공부는 한문 공부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러나 아무리 경서의 위치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는 싫다. 그건 꼭 ‘마지못해 살지’라는 말처럼 무기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맘껏 즐기며 그 안에 흠뻑 빠져서 공부할 것이다.
경서를 읽을 때는 옛날과 지금의 공통 코드를 발견할 것이고 한 선각자의 인간성에 대한 간절한 열변임을 인식하며 탐구할 것이다. 『고문진보』를 읽을 때는 소설을 읽듯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 나의 학문적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그렇게 즐기며 공부하다보면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라며 물아일체의 경지에 빠졌던 장자처럼, ‘한글이 한문인가? 한문이 한글인?’하는 문리가 터지는 경지에 들어갈 수 있겠지.
경서로 탄탄히
욕심내지 말고, 주위 사람의 시선에 신경 지 말자. 어차피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이니, 좀 늦더라도 후회할 것도 없이 나의 페이스에 맞춰 면 된다. 그냥 지금처럼 ‘미친 듯이 공부하고 싶다’라고 외치며 My Way를 가면 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나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길에 대한 확신과 열정, 그리고 세차게 부는 바람에도 꺾이지 않을 만한 굳센 의지가 필요하다.
나의 꿈인 한문학 박사가 되는 그 날까지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말길 바라며, 이 책이 나에게 환한 미래의 등불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7년 2월 20일
임고반에서 건빵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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