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의 이궁인 낙천정에 쓰다
제낙천정(題樂天亭)
변계량(卞季良)
樂天亭上又淸秋 地戴明君佳氣浮
踈雨白鷗麻浦曲 落霞孤鶩漢山頭
仁風浩蕩草從偃 聖澤瀰漫水共流
宵旰餘閒觀物象 人間仙境更何求 『春亭先生詩集』 卷之三
해석
樂天亭上又淸秋 낙천정상우청추 |
낙천정 위로 또 맑은 가을이 와 |
地戴明君佳氣浮 지대명군가기부 |
땅이 현명한 임금 이니 아름다운 기운이 떠오네. |
踈雨白鷗麻浦曲 소우백구마포곡 |
이슬비에 흰 갈매귀가 마포 돌고 |
落霞孤鶩漢山頭 락하고목한산두 |
지는 노을에 외로운 오리는 한산 위로 나네. |
仁風浩蕩草從偃 인풍호탕초종언 |
어진 풍속 호탕하여 풀이 따라서 눕고 |
聖澤瀰漫水共流 성택미만수공류 |
성스러운 은택이 넘실대 물이 함께 흐르네. |
宵旰餘閒觀物象 소간여한관물상 |
소의간식(宵衣旰食)으로 바쁜 여가에 사물의 모양을 감상하니 |
人間仙境更何求 인간선경갱하구 |
인간의 선경을 다시 어디서 구하리오. 『春亭先生詩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태종의 이궁(離宮)이자 한강의 명승지인 낙천정에 쓴 시로, 관각시인(觀閣詩人)답게 임금의 덕을 찬미(讚美)하고 있다.
낙천정에 다시 가을이 왔는데, 밝으신 임금님을 모시고 낙천정에 오르니 상서로운 기운이 피어오른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포 어귀에는 흰 갈매기가 날고, 저녁이 되어 노을이 지자 한 마리 오리는 북한산 위로 날아가는 한가롭고 태평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임금님의 인(仁)한 풍모가 호탕하니 풀인 백성들이 감화되어 쓰러지고, 성스러운 은택이 저 한강에 흐르는 강물만큼이나 가득하다. 임금께서 정치에 바쁘신 여가에 잠시 이곳 낙천정에 올라 풍광을 감상하고 있으니, 인간 세상에 이곳을 빼면 어디가 선경(仙境)이란 말인가?
권별(權鼈)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변계량의 문재(文才)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밀양(密陽)이고, 자는 거경(巨卿)이며, 호는 춘정(春亭)이다. 중량(仲良)의 아우이며 문장이 뛰어나게 묘하며 법칙에 알맞아 아담하다. 특히 시(詩)에 능숙한데 맑으면서 난삽하지 아니하고 담담하면서 천박하지 아니 하였다. 신우조(辛禑朝)에 나이 17세로 급제하였다. 태종(太宗)은 친구로서 이를 대했고 오랫동안 대제학을 맡아서 20여 년이나 되었으며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외교하는 문사(文詞)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관직은 대제학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숙(文肅)이다[密陽人 字巨卿 號春亭 仲良之弟 文辭高妙典雅 尤長於詩 淸而不苦 淡而不淺 辛耦朝 年十七登第 我太宗待以故舊 久典文衡 二十餘年 事大交隣詞命 皆出其手 官至大提學 謚文肅].”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8~2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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