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 박원종(朴元宗)의 8폭 병풍에 쓰다
제평성화병팔절(題平城畫屛八絶)
신용개(申用漑)
芳逕步携琴 剩知乘興處
방경보휴금 잉지승흥처
誰家別討春 背柳穿花去
수가별토춘 배류천화거 『二樂亭集』 卷之一
해석
芳逕步携琴 剩知乘興處 | 꽃길에 거문고 안고 걸으니 더군다나[剩] 흥 타는 곳 알겠네. |
誰家別討春 背柳穿花去 | 누구 집에서 봄을 이별하는가? 버들개지 등지고 꽃을 뚫고 가네. 『二樂亭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평성 박원종의 8폭 그림에 각각 시를 써 주었는데, 그중 첫 번째 시이다. 꽃이 가득한 길을 어느 선비가 거문고를 들고 걸어가고 있는 그림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용개는 강직한 선비로 『기묘록(己卯錄)』에 이에 관한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남곤이 예조 판서로 정국공신(靖國功臣)을 함부로 준 것을 삭제하자고 청하는 의논을 피하기 위하여 능헌관이 되기를 청하였다. 그 후 정암 조광조(趙光祖)가 들어가 시종하면서 아뢰기를, ‘근래 높은 품계에 있는 육경이 능헌관을 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하로서 몸을 아끼는 것이 이와 같으니 나머지는 볼 것도 없습니다.’ 하니, 남곤이 그때 같이 시종하면서 부끄럽고 황송하여 물러나와 정승 신용개의 집을 방문하였다. 신공이 마침 병으로 휴가 중이어서 누운 방으로 들어오라 하였다. 남곤이, ‘요즈음 논의는 심히 과격합니다.’ 하니, 신 공이 분연히 일어나, ‘공은 어찌 이런 말을 하오. 과격하다는 말은 소인이 군자를 모함하는 말이니 후한(後漢)이 그 때문에 망한 것이오.’ 하니, 남곤이 계면쩍어서 가 버렸다[南衮以禮曹判書 欲避請削靖國功臣濫授之議 求爲拜陵獻官 其後趙靜菴入侍啓曰 近有祟品六卿 求爲陵獻官 人臣愛身如此 餘無足觀衮方同侍 慙惶而退 遂詣申相用漑第 申公方呈病 引入臥內 南衮曰 近日論議甚激 申公奮然而起曰 公何以出此言 激之爲言 乃小人之陷君子 而亡後漢者也 衮厭然而去].”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63~16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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