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우연히 읊다
추일우음(秋日偶吟)
성혼(成渾)
窮秋山日下西林 落葉蕭蕭行逕深
身世未應同宋玉 如何憀慄感人心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석
窮秋山日下西林 궁추산일하서림 |
늦가을 산의 해는 서쪽 숲으로 지고 |
落葉蕭蕭行逕深 락엽소소행경심 |
낙엽은 쓸쓸히 다니는 길을 덮었네. |
身世未應同宋玉 신세미응동송옥 |
신세가 응당 송옥과 같지 않은데도 |
如何憀慄感人心 여하료률감인심 |
어째서 쓸쓸하고 두려워 사람 마음을 느껍게 하는지? 『牛溪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늦가을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고 자신 또한 늙어 가는 속절없는 세월에 대한 소회(所懷)를 노래하고 있다.
김상헌(金尙憲)이 쓴 「우계선생신도비명(牛溪先生神道碑銘)」에 성혼(成渾)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선생은 천부적인 자품이 독실하고 민첩하여 저절로 도에 가까웠다. 거처하는 집을 묵암(默庵)이라고 이름 붙이고는 스스로를 경계하였다. 처음에 청송공께서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문하에 나아가 종유(從遊)하여 올바른 학문을 얻어들었는데, 선생은 가정에서 이를 배워 도를 들음이 매우 빨랐다. 일찍이 한 번 과거에 응시하여 초시(初試)에 입격하였으나, 병으로 인해 복시(覆試)에 응시하지 못하였다. 이로부터 마침내 과거 공부를 포기하고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는 데 전심전력하였다. 평소에 조정암과 이퇴계(李退溪)를 높이고 사모하였으며, 위로 거슬러 올라가 고정(考亭) 주자(朱子)를 표준으로 삼았다. 이때 문성공(文成公) 이율곡(李栗谷) 또한 도학(道學)으로 자임하였으므로 서로 함께 의리를 강명해 조예가 더욱 깊어졌다. 그러자 한 시대의 선비들이 모두 귀의하여 우계 선생이라고 칭하였다. 얼마 뒤에 도신(道臣)이 학행이 탁월하다는 내용으로 아뢰어 두 차례나 참봉(參奉)에 제수되었으며, 얼마 뒤에 다시 6품으로 뛰어올라 적성현감(積城縣監)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사방에서 배우러 와서 따르는 자들이 더욱 많아지자, 선생은 이들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서실의(書室儀)를 게시해서 제생(諸生)들로 하여금 따라 행할 바를 알게 하였다. 산서(散署)의 서장(署長)과 여러 사(寺)와 원(院)의 관료와 부장관, 공조의 좌랑과 정랑에 여러 차례 제수되었는데, 그 사이에 소명(召命)을 받들어 한 번 경성(京城)에 가서 숙배한 뒤 상소를 올리고 즉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사헌부의 관원에 제수된 건 지평(持平)으로 부른 것이 열 번 남짓이었고, 장령(掌令)으로 부른 것이 두 번이었으며, 편안한 수레로 길에 오르도록 명하기까지 하였으나, 모두 굳게 사양하였기 때문이고, 봉사(封事)를 올려 선(善)을 따르고 학문에 힘쓰는 방도를 아뢰었다. 선생은 성품이 겸손하고 신중하여 이렇게 관직에 제수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였으나 그 실제는 자연 엄폐할 수가 없으므로, 조정의 신하들 중 성상께 아뢰는 이가 많았던 것이다. 성상께서 이 문성공에게 묻기를, ‘성혼의 어짊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마는, 그의 재주는 어떠한가?’ 하니, 이 문성공이 답하기를, ‘홀로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직임을 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이 감히 알 수 없으나, 사람됨이 선을 좋아하니,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는 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다만 병이 많아 사무가 많은 부서를 맡기기가 어려우니, 한가로운 부서에 두고서 경연(經筵)에 입시(入侍)하게 하면 반드시 성상의 덕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天資惇敏 自然近道 號所居室默庵以自規 初 聽松遊趙靜菴之門 得聞正學 先生學于家庭 聞道甚早 嘗一赴公車 中選 以病不再試 自此遂棄擧子業 專心爲己之學 常尊慕靜菴 退溪 以上遡於考亭而爲之準則 時栗谷李文成公亦以道學自任 相與講明義理 造詣益深 一時士子 靡然歸向 稱爲牛溪先生 久之 道臣以學行卓異聞 再授參奉 尋超敍六品 除積城縣監不就 四方學子從之者益衆 先生訓誨不倦 揭書室儀 俾諸生知所遵行 歷除散署署長 諸寺院僚貳 工曹佐郞 正郞 間嘗承召 一至京城而拜疏卽歸 其爲臺官 則以持平召者十餘 掌令者再 至令安車就道 皆固辭 上封事 陳從善典學之道 蓋先生性謙愼不敢當 而其實自有不可掩者 朝臣多爲上言之 上問李文成 成某之賢 予已聞知 顧其才如何 文成對曰 謂之獨任經濟 臣不敢知 其爲人好善 好善優於天下 但善病難任劇 置之閑局 使入侍經筵 則必能裨益聖德].”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79~381쪽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정욱 - 문암조어(門巖釣魚) (0) | 2021.04.10 |
---|---|
황정욱 - 증거정주인구리김진(贈居停主人舊吏金珍) (0) | 2021.04.10 |
성혼 - 계변소작(溪邊小酌) (0) | 2021.04.10 |
기대승 - 우제(偶題) (0) | 2021.04.10 |
박순 - 감흥(感興) (0) | 2021.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