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우연히 짓다
우제(偶題)
기대승(奇大升)
庭前小草挾風薰 殘夢初醒午酒醺
深院落花春晝永 隔簾蜂蝶晩紛紛 『高峯先生文集』 卷第一
해석
庭前小草挾風薰 정전소초협풍훈 |
정원 앞의 작은 풀에 따뜻한 바람이 끼어들어 |
殘夢初醒午酒醺 잔몽초성오주훈 |
남은 꿈 막 깨어 낮술에 고주망태됐네. |
深院落花春晝永 심원락화춘주영 |
깊은 정원에 꽃 지고 봄의 낮은 기니 |
隔簾蜂蝶晩紛紛 격렴봉접만분분 |
발 너머에 벌과 나비 늦도록 어지러이 날아다니네. 『高峯先生文集』 卷第一 |
해설
이 시는 봄날 우연히 지은 것이다.
위의 시에 대해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서는 이황(李滉)ㆍ이이(李珥)ㆍ성혼(成渾)ㆍ정구(鄭逑)의 작품과 더불어 논하면서, “고봉 기대승은 행주 고씨로 부제학을 지냈다. 「우제」에 …… 이 여러 현인들의 시는 시어를 지은 것이 자연스럽고 각각 묘처를 다했다. 그 시에서 성정의 바름을 얻은 것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奇大升高峰 幸州人 副提學 偶題曰 …… 此等諸賢之詩 作語天然 各盡妙處 其性情之正得於詩者 於此可見矣].”라 평하고 있다.
기대승(奇大升)은 시인이기보다는 철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700여 편에 달하는 적지 않은 시를 남기고 있다. 『송계만록(松溪漫錄)』에서는 그의 기재(奇才)에 대해, “중국 사신 허국(許國)이 올 때, 학사(學士) 기대승(奇大升)이 종사관이 되었다. 백상루에 올라가니 공공의 40운(韻) 배율(排律)이 걸려 있었다. 공이 그 운에 따라 즉석에서 지으니, 마치 붓이 나는 듯하였다. 비록 이무기와 개미가 섞인 것을 면하지 못하였으나, 역시 한 기특한 재주였다[許天使之來也 奇學士大升爲從事官 登百祥樓 有龔公四十韵排律 公倚韵立就 筆翰如飛 縱未免蛟螻之雜 亦一奇才也].”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고봉 기대승은 호남의 인사 가운데서 걸출한 사람이다. 그는 학문이 고매하여 문순공(文純公) 이황(李滉)이 매우 칭찬하였다. 선조(宣祖)에게 지우(知遇)를 받았으나 제대로 쓰이기 전에 죽었는데, 공이 죽은 뒤로 호남 사람은 한 명도 조정에 등용된 자가 없었다. 공이 일찍이, ‘호남 선비들의 풍속과 기습이 점차 해이해지고 있으니, 만약 수십 년이 지나고 나면 과거에 합격하는 자도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였는데, 이에 이르러서 공의 말이 과연 증험된 것이다. 공은 아마 그 기미를 예견했던가 보다[奇高峯大升 湖南人 士之傑出者 其問學高邁 文純公極其推奬 受知於先王 未究其用而卒 自公之歿 湖南無一人用於朝者 公嘗言湖南士子風聲氣習 漸至陵夷 若過數十年 則幷與科第而不多出矣 至是公言果驗 抑先見其微耶].”라 하여, 기대승의 豫智力에 대한 재미있는 逸話를 싣고 있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은 호남의 인사 중에서 가장 걸출한 사람이다. 학문(學問)의 높은 조예와 문장(文章)의 탁월함과 절의(節義)의 정대함은 삼절(三絶)이라고 말할 만하다. 그의 문집 중에서 퇴계와 주고받은 사칠논쟁(四七論爭)의 편지는 동이(同異)를 변별하고 분석한 수많은 말들이 의논이 뛰어나서 바로 창을 들고 방 안에 뛰어들듯【『後漢書』 「鄭玄傳」에 보인다. 당시에 任城의 何休가 公羊學을 좋아하여 『公羊墨守』, 『左氏膏育』, 『穀梁廢疾』을 지었는데 정현이 「發墨守」, 「鍼膏盲」, 「起廢疾」을 지었다. 하휴가 보고 탄식하기를, ‘鄭康成은 내 방에 들어와서 내 창을 들고 나를 찌르려는가?’라고 하였다. 어원이 여기에서 시작되어 뒤에는 상대의 이론을 가지고 상대를 논박하는 말로 쓰임】 하였다. 그러므로 퇴계가 많은 부분에서 자기의 의견을 굽히고 그의 견해를 따르면서 ‘홀로 환하고 광대한 근원을 안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그의 호걸스런 기개와 탁월한 자품은 퇴계의 문인 중에서 제일의 인물로 꼽을 만하다[奇高峯湖南人士之最傑出者 其學問高詣 文章超邁 節義正大 可謂三絶 而其文集中與退溪往復四七書 辨析同異累數千言 議論發越 直欲操戈入室 退溪多屈己見以從之 稱其獨觀昭曠之原 其氣槩之豪俊 姿稟之卓偉 可爲退溪門人中第一人物矣].”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69~37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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