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암에서 물고기 낚으며
문암조어(門巖釣魚)
황정욱(黃廷彧)
萬古通天一竅開 衆魚無數此沿洄
漁人擧釣爭相叫 碧海長鯨得掣來 『芝川集』 卷之一
해석
萬古通天一竅開 만고통천일규개 |
만고토록 하늘에 통하던 한 구멍이 열리니 |
衆魚無數此沿洄 중어무수차연회 |
뭇 물고기 무수히 이 물가에 돌고 도네. |
漁人擧釣爭相叫 어인거조쟁상규 |
어부가 낚시대 들고 다투며 서로 소리 치니 |
碧海長鯨得掣來 벽해장경득체래 |
푸른 바다의 긴 고래가 끌려 오네. 『芝川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길주의 경물(景物)을 노래한 8수 가운데 하나로, 문암에서 고기 잡는 광경을 노래하고 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의해 형성된 문암(門巖)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세찬 물결을 거슬러 모여들었다. 어부들은 낚싯대를 잡고 서로 소리치며 큰 고래 같은 물고기를 잡아 끌어가고 있다.
1593년 길주에 유배된 이후 황정욱은 경물시(景物詩)를 많이 지었는데, 박은(朴誾)ㆍ박상(朴祥)ㆍ노수신(盧守愼)으로 이어지는 경물시의 전통을 이었으며, 유배지의 기이한 경물을 체험하면서 진사도(陳師道)가 말한 ‘인난이기(因難而奇)’를 실천하여 기이하고 웅장한 미학을 창출하였던 것이다.
이 외에도 『성수시화(惺叟詩話)』 56번에는 노수신과 황정욱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소재(蘇齋) 노수신(盧守愼)ㆍ지천(芝川) 황정욱(黃廷彧)은 근대의 대가로서 둘 다 근체시(近體詩)에 솜씨가 뛰어나다. 노수신의 오언율시와 황정욱의 칠언율시는 모두 1천 년 이래의 절조이다. 그러나 장편시는 이만 못하니, 그 까닭을 알 수 없다[盧蘇齋ㆍ黃芝川, 近代大家, 俱工近體. 未知其故也. 盧之五律, 黃之七律, 俱千年以來絶調. 然大篇不及此, 未知其故也].”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천(芝川) 황정욱(黃廷彧)의 시는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 소재(蘇齋) 노수신(盧守愼)과 함께 유명하다. 세상에 전하는 근체시(近體詩)는 수백 편이 못 되는데, 기묘하고 뛰어나 이따금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이 있다. 문(文)은 더욱 적다. 하지만 도당(都堂)의 글에서 필력을 볼 수 있다. 계곡(谿谷) 장유(張維)가 서문에서 ‘한 점의 고기로 온 솥 안의 맛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였는데, 맞는 말이다[芝川詩 與湖陰ㆍ蘇齋齊名 近體之行于世者 未滿數百 而奇偉妙絶 往往有驚人語 文則尤尠 然如都堂一書 可見筆力 張谿谷序文中一臠足識全鼎云者 得之耳].”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89~39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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