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봉황대에 올라
봉황대(鳳凰臺)
차천로(車天輅)
千仞岡頭石骨分 迥臨無地出塵氛
江通碧海生潮汐 山近靑天合霧雲
不盡鳥飛平楚外 遙看日落大荒垠
蘊眞協遇堪留眼 笑撥人寰幾聚蚊 『五山先生續集』 卷之二
해석
千仞岡頭石骨分 천인강두석골분 |
천 길 산등성 바위가 나누어져 |
迥臨無地出塵氛 형림무지출진분 |
아득히 임해 땅도 없는 곳에서 먼지 일어나네. |
江通碧海生潮汐 강통벽해생조석 |
강은 푸른 바다로 통하며 조수를 일으키고 |
山近靑天合霧雲 산근청천합무운 |
산은 푸른 하늘에 가까워 안개구름에 합하네. |
不盡鳥飛平楚外 부진조비평초외 |
새는 평야 바깥으로 날아가 다하지 않고 |
遙看日落大荒垠 요간일락대황은 |
해는 큰 황야로 지며 아득히 보이네. |
蘊眞協遇堪留眼 온진협우감류안 |
온축된 참으로 어우러져 만남에 눈을 머무러두니 |
笑撥人寰幾聚蚊 소발인환기취문 |
웃기네. 사람 세상[人寰]에 얼마나 모기들 모이는지? 『五山先生續集』 卷之二 |
해설
이 시도 역시 「간성 영월루(杆城 詠月樓)」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경주에 있는 봉황대에 올라 지은 시이다.
봉황대는 천 길 봉우리에 단단한 바위가 나뉜 곳에 위치해, 저 멀리 아득히 임한 곳에 먼지가 일고 있다. 봉황대에 올라 앞을 내려다보니, 강은 푸른 바다와 통해 밀물과 썰물이 일고, 강 옆의 산은 푸른 하늘에 가까워 안개와 구름이 합쳐져 있다. 저 너른 평야 밖에는 끊임없이 새들이 날고 있고, 황혼녘이라 큰 황야 끝에는 멀리 해가 지고 있다. 참됨을 쌓아 어울린 모습 계속 바라보니, 속세에 모인 많은 모기떼가 우습기만 하다.
이 시도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웅장(雄壯)한 시어들을 사용하고 있으나, 『시평보유』의 평처럼 반복적인 시어(詩語)들을 사용하고 있어 정교(精巧)함에는 다소 흠이 있다 하겠다. 이것의 원인은 아마도 『기옹만필(畸翁漫筆)』에서,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는 제자백가서를 다 통하여 학식이 매우 풍부하여 비교할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유쾌한 기분으로 휘둘러 써두고는 고치지를 아니하고 끝내 어지럽게 쓴 초고를 광주리 속에 던져두고 다시 꺼내 보지도 않았다고 하니, 이것은 반드시 후세에 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車五山天輅 牢籠百家 贍給無比 而聞其乘快揮洒 殊欠點化 終以亂稿 投在箱篋 未嘗再閱 此必不以傳後爲意也].”라는 언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87~8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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