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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제12장 금문효경과 고문효경 - 판본학의 바탕 없는 고전학은 구름누각 본문

고전/논어

효경한글역주, 제12장 금문효경과 고문효경 - 판본학의 바탕 없는 고전학은 구름누각

건방진방랑자 2021. 5. 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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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본학의 바탕 없는 고전학은 구름누각

 

 

이상이 나 도올이 효경을 주해하기 위하여 독자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하는 사전정보이다. 나 도올은 본시 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사소한 고증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고증학의 실증이 없는 고전학은 사상누각이요, 판본학의 바탕이 없는 고전해독은 구름누각이요, 필로로지(philology, 문언학)의 공독이 없는 필로소피(philosophy, 철학)는 위선누각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오고 있는 중국고전이나 한국고전에 관한 논문들을 보면 너무도 터무니없이 빈곤하고 부정확한 정보들이 횡행하고 있다. 나 도올의 문학(問學) 이 아직도 미숙한데 그를 일일이 다 지적할 바가 아니나,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국사사전 하나가 없다고 말해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기초 공구서적이 부실하여 역사적 인물의 생몰연대 하나를 확실하게 인용키 힘들다. 더구나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고전의 문구해석의 임의성에만 치중하고 그 판본을 연구하거나 박학(樸學: 기초학문)적 분석을 가하는 치열한 노력들이 없다. 한마디로 개구라만 판을 치고, 엄밀한 과학적 학문방법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학문에 있어서 주관적 상상이나 이데올로기적 주장은 최후적ㆍ말엽적 사태이며 선행되어야 할 근본적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 기초학문이란 문자 그대로 고혈을 짜내는 노동이요. 시간싸움이다. 우리나라에는 웬일인지 이러한 기초학문에 뜻을 두는 자가 너무 없다. 꼼꼼한 바느질을 배우려는 자는 없고 허울좋은 디자인만 배우려는 세상이니, 학문 또한 그런 허울을 쓰고 구름 위를 활보할 뿐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명고(明皐) 서형수(徐瀅修, 1749~1824, 풍석 서유구의 작은 아버지)가 북학 사대가의 한 사람인 이덕무(李德懋, 1741~1793)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조선왕조 400년간의 문치의 융성함을 통해 인재는 왕성하게 배출하였고 찬란하게 기록할 건덕지는 좀 있겠으나 유독 선비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竊嘗以爲我東四百年文治之隆, 人才之盛, 非不郁郁可述, 而獨無一箇儒耳. 명고전집(明皐全集)』 「답이검서덕무(答李檢書德懋)

 

 

거침없이 내뿜은 독설의 소이연을 지금도 절실하게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 유림전(儒林傳)의 서문을 써달라는 이덕무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한 이야기인데 천인(天人) 성명(性命)의 리기설은 시골 서당 훈장의 서탁까지도 휘덮고 있지만 시경이나 서경, 춘추를 펼쳐 놓으면 연륜이 쌓인 선비나 명망이 높은 대석학이라 하는 자들도 모두 꿀벙어리가 되고 만다[天人性命之理, 塗在鄕塾講案, 而詩書春秋之說, 偏寂於老成宿德].’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는 선비라고 부를 수 있는 자가 너무도 료료(寥寥: 빈 허공에 샛별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희소)하다면서 편지를 끝맺고 있다. 그 절규를 지금도 한번 되새겨 볼 만하지 아니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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