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고한 고문경 판본
나는 동경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치열한 고증학의 방법을 배웠다. 나를 가르치신 선생님들의 대석학적 학식과 그 인품을 생각하면 항상 옷깃을 여미게 되고, 나도 후학들을 그렇게 가르쳐 주어야 할 텐데 하는 사명감이 가슴에 서리지만 이미 은퇴를 한 구각(軀殼)으로 어찌 할 바가 없다. 일본 근세석학들의 책을 보면 나는 내가 직접 배운 선생님들이거나, 그들의 사우관계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 향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 그들이 기여한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존숭의 염은 우리가 지닐 필요가 없겠지만, 그들의 학문의 정직성과 엄밀성은 우리가 본받고 또 본받아야 한다.
나는 중국고전에 있어서 금문과 고문의 전통을 편견없이 수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대체적으로 고문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효경』을 기준으로 삼는 데 있어서도 당연히 고문효경이 그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문『효경』이 『효경』의 본래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나는 『인치본고문효경(仁治本古文孝經)』을 본서의 텍스트로 삼았다. 인치본에 관한 해설은 하야시 히데이찌(林秀一)의 『효경학논집(孝經學論集)』 제3편을 참고해주면 한다. 그것도 엄청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 독자들의 피곤을 덜어줄 것이다. 인치본(닌지혼)을 수중에 구할 수가 없어, 인치본을 경문으로 사용한 다음의 두 책을 기준으로 하였다.
1. 하야시 히데이찌(林秀一), 『孝經』. 東京: 明德出版社, 1981.
2. 쿠리하라 케이스케(栗原圭介). 『孝經』. 東京: 明治書院, 2004.
그런데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텐메이(天明) 신축(辛丑, 1781)년 일본목판본(淸原宣條 校)이 키요하라 가문의 정본(淸家正本)이며, 인치본과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그 대장의 틀을 계승하고 있다. ‘청가정본’이라고는 하나 후대의 교정을 거친 매우 세련된 판본으로 인치본의 모습과는 많이 멀어져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중에 조선총독부고서 청구기호 ‘古古1-29-72’로 되어있는 공안국전 『고문효경(古文孝經)』이 서지정보 미상이지만 인치본(仁治本)에 가장 가깝게 가는 정본이다(일본연활자본日本鉛活字本으로 간행연도는 에도 후기일 것이나 인치본을 옮긴 고본이다). 관심있는 독자는 누구든지 국립중앙도서관의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여 이 두 자료를 직접 열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우수한 서비스 시스템에 나는 감복하였다. 관계자들의 노력을 치하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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