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게 있어 쓰다
감흥(感興)
변계량(卞季良)
肅肅風露凉 輝輝星月明
숙숙풍로량 휘휘성월명
悄然坐長夜 百感由中生
초연좌장야 백감유중생
男兒貴立身 出處諒難輕
남아귀립신 출처량난경
忘義决性命 碌碌徒求榮
망의결성명 록록도구영
子晉亦何爲 緱山獨吹笙
자진역하위 구산독취생
無可無不可 大聖初難名
무가무불가 대성초난명
吾聞神仙人 高步餐紫霞
오문신선인 고보찬자하
逍遙壺中天 流光任蹉跎
소요호중천 류광임차타
我生異於是 撫琹良歎嗟
아생이어시 무금량탄차
充膓用禾稼 煖身以絲麻
충장용화가 난신이사마
但願崇令德 壽夭心靡他
단원숭령덕 수요심미타
瑞蓮出衆卉 不染亦不靡
서련출중훼 불염역불미
結根非其地 生此東海涘
결근비기지 생차동해사
我行適見之 悲歎未能已
아행적견지 비탄미능이
世無濂溪翁 誰知是君子
세무렴계옹 수지시군자
政恐霜雪逼 紅芳難久恃
정공상설핍 홍방난구시
春蠶復秋蛾 歲月無停期
춘잠부추아 세월무정기
人生非金石 少年能幾時
인생비금석 소년능기시
馳名日拘束 靜言心傷悲
치명일구속 정언심상비
旣壯不努力 白首而無知
기장불노력 백수이무지
思之一長歎 庶幾來可追
사지일장탄 서기래가추
해석
肅肅風露凉 輝輝星月明 | 쓸쓸하고도 쓸쓸히 바람과 이슬은 서늘하고 반짝반짝 별과 달은 밝네. |
悄然坐長夜 百感由中生 | 고요히 긴 밤에 앉아 있으니 온 감정이 속으로부터 나오네. |
男兒貴立身 出處諒難輕 | 남자는 입신양명을 귀히 여기지만 출저는 참으로 경솔해선 안 되지. |
忘義决性命 碌碌徒求榮 | 의를 잊고 본성과 천명을 무너뜨린 채[决] 바삐 다만 영화로움만을 구하는데 |
子晉亦何爲 緱山獨吹笙 | 자진은 또한 어째서 구산에서 홀로 젓대 불었던가【자진은 왕자교(王子喬)인데 고대의 신선이다. 구산(緱山)은 산의 이름으로 하남(河南) 언사현(偃師縣)에 있는데 구령(緱嶺)이라고도 한다. 도가(道家)의 전설에 신선 왕자교(王子喬)가 환량(桓良)에게 말하기를, “7월 7일에 구씨산(緱氏山) 고개에서 만나자.”고 하였는데 바로 그 산이다. 『列仙傳』 「王子喬」】? |
無可無不可 大聖初難名 | 괜찮은 것도 안 괜찮은 것도 없으니 큰 성인은 애초에 이름 짓기 어렵다네. |
吾聞神仙人 高步餐紫霞 | 내가 듣기로 신선은 고상히 걷고 붉은 노을을 먹으며 |
逍遙壺中天 流光任蹉跎 | 호중천【호천(壺天): 호천은 동천(洞天)과 같은데 도가(道家)에서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술이기(述異記)』에 “인간의 36개 동천 가운데 이름을 알 수 있는 것은 10개이고 그 나머지 26개는 『구미지(九微誌)』에 나오기는 하나 세상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에서 소요하면서 세월[流光]에 어긋남을 맡긴다 하네. |
我生異於是 撫琹良歎嗟 | 나의 생은 이들과 달라 거문고 아루만지며 진실로 탄식만 하네. |
充膓用禾稼 煖身以絲麻 | 배를 채우려면 농사 지어야 하고 몸을 따뜻이 하려면 옷 입어야 하네. |
但願崇令德 壽夭心靡他 | 다만 원하기론 큰 덕을 숭상하는 것뿐 장수와 요절이 마음에 다르지 않다네. |
瑞蓮出衆卉 不染亦不靡 | 상서로운 연꽃이 뭇 꽃에서 나오니 물들지 않았고 또한 화려하지도 않네. |
結根非其地 生此東海涘 | 그 땅에서 뿌리 뻗지 않고 이 동해가에서 자랐구나. |
我行適見之 悲歎未能已 | 나는 가다가 다만 그걸 보고서 탄식하길 그치질 않네. |
世無濂溪翁 誰知是君子 | 세상에 염계 주돈이 노인 없으니 누가 이 군자를 알리오? |
政恐霜雪逼 紅芳難久恃 | 바로 걱정되는 건 서리와 눈에 닿아 붉은 꽃 오래 지니기 어려울까 하는 것이네. |
春蠶復秋蛾 歲月無停期 | 봄철 누에가 다시 가을에 나방이 되니 세월은 무출 기약 없네. |
人生非金石 少年能幾時 | 인생은 금과 돌이 아니니 어린 나이 얼마나 되련가? |
馳名日拘束 靜言心傷悲 | 명예를 쫓으려니 날마다 구속되고 말을 고요히 하려니 마음이 슬프다네. |
旣壯不努力 白首而無知 | 이미 장성하고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흰머리에도 무지하리니 |
思之一長歎 庶幾來可追 | 그걸 생각하고 한 번 길게 탄식하고서 쫓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라네. 『東文選』 卷之五 |
해설
기사(其四)는 입신(立身)의 어려움과 빠른 세월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에 대해 노래한 것이다.
봄에는 누에였던 것이 가을이 되면 어느새 나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세월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그러한 세월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쇠나 바위처럼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니, 젊은 시절이야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에 이름을 떨치려니 날마다 세속의 일에 얽매여야 하고, 가만히 지내자니 마음만 아플 뿐이다. 젊어서 학문에 정진하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게 되니, 젊은 시절에 학문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며 길게 탄식하니,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따라갈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자.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4~3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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