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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수광 - 기몽 병서(記夢 幷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이수광 - 기몽 병서(記夢 幷序)

건방진방랑자 2020. 5. 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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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신선이 된 걸 기록하다

기몽 병서(記夢 幷序)

 

이수광(李睟光)

 

 

癸丑九月十七日夜, 夢入一宮, 室制極壯麗, 庭除甚寬敞. 有緇髡百千輩, 列立如簇, 見余歡喜, 引余至堂中, 相與攢手作禮, 極其敬尊.

仍進一器茶湯曰: “此般若湯也.” 余飮之, 香味甚好, 覺神精爽快異常. 庭前置一爐, 香氣馥郁滿堂. 醒後了了可記.

! 余名敎中人也. 所夢非其所想, 豈信道不專, 幻念猶在耶? 將宿緣未泯, 靈境斯現耶?

白樂天名在道山, 王安國夢爲仙子. 余非二子之比, 姑志其異.

 

紫宮半夜群仙會, 群仙色喜迎我拜. 坐我堂中七寶床, 怳然身入靑蓮界.

餉我一杯般若湯, 云是玉帝之瓊漿. 啜罷精神頓淸爽, 洗盡十年塵土腸.

庭前有爐煙細起, 令我了悟三生事. 瑤空笙鶴覺來失, 萬里煙霞迷夢裏.

海上蓬萊久無主, 樂天偶飽人間苦. 唯須作急理歸筇, 東風吹老三花樹.

後考寒山子集: “般若酒淸冷, 飮啄澄神思.” 與夢中事相合, 可怪. 芝峯先生集卷之七

 

 

 

장악(張渥), 요지선경(瑤池仙境), 14세기, 116.1X56.3cm, 중국 국립고궁박물원.

구름을 타고 서왕모가 내려온다. 머리 벗겨진 선인들이 두 손을 맞잡고 배례한다. 요지의 물은 찰랑대고, 밤새 잔치의 불빛이 환하겠구나.

 

 

 

해석

癸丑九月十七日夜, 夢入一宮,

계축(1613, 광해군 5)917일 밤, 꿈속에 하나의 궁궐에 들어가니

 

室制極壯麗, 庭除甚寬敞.

집의 제도는 매우 장엄하고 화려했으며 뜰과 섬돌은 매우 넉넉하고 넓었다.

 

有緇髡百千輩, 列立如簇,

스님치곤(緇髡): 승려 여러 사람이 나열하고 서 있으니 떨기가 모인 것 같았고

 

見余歡喜, 引余至堂中,

나를 보고 기뻐하면서 나를 끌고 집 속으로 이끌었으며

 

相與攢手作禮, 極其敬尊.

서로 함께 손을 모아 예를 행하길 극도로 공경스럽게 하였다.

 

仍進一器茶湯曰: “此般若湯也.”

이어서 한 그릇의 끓인 차를 주면서 이것은 반야탕입니다.”라고 말했다.

 

余飮之, 香味甚好,

내가 그걸 마셔보니 향과 맛이 매우 좋아

 

覺神精爽快異常.

정신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상쾌해짐을 깨닫게 됐다.

 

庭前置一爐, 香氣馥郁滿堂.

뜰 앞에 하나의 화로가 배치되었는데 향내가 향긋하게 집에 가득 찼다.

 

醒後了了可記.

꿈에서 깬 후에도 뚜렷하여 기억할 수 있었다.

 

! 余名敎中人也.

! 나는 유학명교(名敎): 인륜(人倫)의 명분(名分)을 밝히는 유교(儒敎)를 말하는 것인데, 곧 도덕의 교이다.하는 사람이다.

 

所夢非其所想, 豈信道不專,

꿈꾼 것이 상상한 것이 아니니 어쩌면 도를 믿음이 전일하지 못해

 

幻念猶在耶?

환상적인 생각이 아직도 있는 것인가?

 

將宿緣未泯, 靈境斯現耶?

아니면 묵은 인연이 사라지지 않아 영혼의 경계가 이에 현현된 것인가?

 

白樂天名在道山, 王安國夢爲仙子.

옛날의 백락천의 이름은 도사의 명부에 있었고백낙천: ()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자는 낙천,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ㆍ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만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여산(廬山)의 향로봉(香爐峯)에 초당을 짓고 은거하며 여만(如滿) 등의 시승(詩僧)과 함께 한적한 생활을 즐겼다. 舊唐書 卷170 白居易列傳도산(道山)’은 전설상의 선산(仙山)으로, 선계(仙界)를 뜻한다. 여기서는 백거이가 인간 세계에 우연히 내려온 적선(謫仙)으로, 본디 그의 이름이 선계의 명부(名簿)에 올라 있다는 말이다. 왕안국은 꿈속에서 신선이 되었다왕안국(王安國, 1028~1074)’은 북송(北宋) 때의 사람으로, 자는 평보(平甫)이다. 신법(新法)을 주창한 왕안석(王安石)의 아우이다. 당시에 문장으로 명성이 났다. 형 왕안석과 정견이 달라서 신법의 부당함을 왕안석에게 누차 간하였다. 宋史 卷327 王安國列傳그가 신선이 되는 꿈을 꾸었다는 것은 미상이다. 참고로 지봉의 선도(仙道)를 살펴보면, ()나라 왕세정(王世貞)이 지은 완위여편(宛委餘編)의 글을 인용하면서 예로부터 문장(文章)을 하는 선비는 사후에 신선이 되어 갔다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백거이(白居易)는 해산원(海山院) 주인이 되고, 한퇴지(韓退之)는 진관(眞官)이 되고, 소자첨(蘇子瞻)은 규수(奎宿)가 되고, 왕평보(王平甫)는 영지관 선관(靈芝館仙官)이 되었다고 하였다. 芝峯類說 卷18 外道部 仙道』 『弇州四部稿 卷172 宛委餘編17』】.

 

余非二子之比, 姑志其異.

나는 두 사람에 비할 사람이 아니지만 짐짓 기이함을 기록해둔다.

 

紫宮半夜群仙會

한밤 중 자궁자궁(紫宮) : 성좌(星座) 이름으로 자미궁(紫微宮)ㆍ자미원(紫薇垣)이라고도 하는데, 전설 속에 나오는 천제(天帝)가 사는 궁전을 말한다.에 여러 신선이 모여

群仙色喜迎我拜

여러 신선이 얼굴빛 기쁘게 나를 맞이하며 절하네.

坐我堂中七寶床

나를 집 속 칠보의 평상칠보(七寶) 걸상 : 칠보는 극락세계나 선계(仙界)에 있는 나무인데, 칠보로 장식한 걸상을 이른다.에 앉게 하니

怳然身入靑蓮界

황홀하게도 몸이 청련계청련계(靑蓮界) : 일반적으로 절을 이르는데, 여기에서는 정토(淨土) 혹은 선계(仙界)를 이른다.에 들어간 듯하네.

餉我一杯般若湯

나에게 한 잔의 반야탕을 주며

云是玉帝之瓊漿

이것은 옥황상제의 경장경장(瓊漿) : 신선들이 마시는 음료(飮料)를 이른다.이랍니다.”라고 말하네.

啜罷精神頓淸爽

마시길 그치니 정신이 갑자기 맑고도 상쾌해

洗盡十年塵土腸

10년 속세에 살던 창자 다 씻어줬네.

庭前有爐煙細起

뜰 앞엔 화로 있는데 연기가 스멀스멀 일어나

令我了悟三生事

나에게 삼생의 일을 이해하며 깨우치네삼생(三生): 불교 용어로, 즉 전생(前生)ㆍ금생(今生)ㆍ내생(來生)을 이른 말이다. 지봉이 자신의 전생은 선계에 노닐던 신선이었고, 내생에는 다시 신선이 되어 선계에 갈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한 것이다..

瑤空笙鶴覺來失

아름다운 하늘의 생학생학(笙鶴): 신선이 타는 선학(仙鶴)을 말한다. 유향(劉向)이 지은 열선전(列仙傳) 왕자교(王子喬)왕자교는 바로 주() 나라 영왕(靈王)의 태자 진()으로, 생황을 불기를 좋아하였는데, 봉새가 우는 소리가 났다. 이수(伊水)와 낙수(洛水) 사이에서 노닐었는데, 도사(道士) 부구공(浮丘公)과 함께 숭산(嵩山)에 올라갔다가 30여 년 뒤에 흰 학을 타고 와 구씨산(緱氏山) 꼭대기에 머물렀다.”라고 하였다. 꿈 깬 후에 잃어버려

萬里煙霞迷夢裏

만 리의 연하연하(煙霞): 신선 또는 선계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으로, 여기서는 선계를 가리킨다.인 꿈 속에서 헤맸네.

海上蓬萊久無主

바다 위 봉래산봉래산(蓬萊山): 전설 속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동해(東海) 가운데 있으며 신선이 산다고 하는 곳이다. 백거이(白居易)객유설(客有說)시에, “근래 어떤 이가 해상에서 돌아왔는데, 해산 깊은 곳에서 누대를 보았고, 누대 안의 선감엔 방 하나가 비었으니, 모두 낙천이 오길 기다린다고 하더라 하네.[近有人從海上廻, 海山深處見樓臺. 中有仙龕虛一室, 多傳此待樂天來.]”라고 하였는데, 해산(海山)은 봉래산을 가리킨다. 全唐詩 卷459 客有說여기에서는 지봉이 이 시에 의거하여 백거이는 동해상의 봉래산에 있는 누대의 주인으로 노닐던 신선으로, 우연히 봉래산을 비우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온갖 괴로움을 겪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은연중 자신의 처지를 백거이에 비하여 자신도 본디 적선(謫仙)한 신선으로 꿈속에서 보았던 선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뜻을 나타낸 것이다.엔 오래도록 주인이 없어

樂天偶飽人間苦

백락천은 우연히 인간 세상의 괴로움에 배불렀지.

唯須作急理歸筇

오직 반드시 급히 돌아갈 지팡이(): 비공(飛筇)의 준말로, 비석(飛錫)과 같은 말이다. 석장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뜻인데, 보통 승려가 사방으로 떠다니는 것을 비유한다. 석씨요람(釋氏要覽), “요즘 승려들이 유람하는 것을 좋게 말해서 비석이라 하는데, 이는 고승 은봉(隱峯)이 오대산을 유람하고 회서로 나갈 적에 석장을 공중에 날려 그것을 타고 갔기 때문이다. 서천(西天)의 득도한 고승들로 말하면 왕래할 적에 대부분 이 비석을 타고 다닌다.[今僧遊行, 嘉稱飛錫. 此因高僧隱峰, 遊五臺, 出淮西, 擲錫飛空而往也. 若西天得道僧, 往來多是飛錫.]”라고 하였다. 참고로 진()나라 손작(孫綽)유천태산부(游天台山賦), “왕교는 학을 타고 하늘에 솟아오르고, 응진은 석장을 날려 허공을 밟고 다닌다.[王喬控鶴以沖天, 應眞飛錫以躡虛.]”라고 하였다.를 만들어야 하리니,

東風吹老三花樹

동풍이 불어 삼화수삼화수(三花樹): 인도(印度)에서 나는 패다수(貝多樹)의 별칭으로 1년에 꽃이 세 번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여기에서는 선계 즉 봉래산에 있는 삼화수를 가리킨다.를 시들게 하니취로(吹老): 바람이 불어 나무를 시들게 하거나 혹은 꽃을 떨어뜨린다는 말로, ()나라 소식(蘇軾)과도창(過都昌)시에, “물길이 남산에 끊겨 사람이 못 건너고, 동풍이 불어와 벽도화를 시들게 하누나.[水隔南山人不渡, 東風吹老碧桃花.]”라고 하였다. 東坡全集 補遺 過都昌바야흐로 동풍이 불어와 봉래산에 있는 삼화수를 시들게 하고 있으니, 모름지기 서둘러 나는 석장을 마련하여 석장을 타고 봉래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後考寒山子集: “般若酒淸冷, 飮啄澄神思.”

후에 한산자집한산자집(寒山子集) : ()나라 때 시승(詩僧)으로 유명했던 한산자(寒山子)의 시집(詩集)을 이른다. 한산자는 절강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 한암(寒巖)에 거주하였기 때문에 한산자 또는 한산(寒山)으로 불렸다. 국청사(國清寺)의 승려 습득(拾得)과 친하였다. 시를 짓고 게송(偈頌)을 부르기 좋아하였다. 3백여 수를 남겼는데, 후세 사람이 그의 시를 모아서 한산자시집(寒山子詩集)3권을 편찬하였다.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般若酒淸冷 飮啄澄神思

반야주는 맑고도 차가우니 마시길 다하면 정신이 맑아지네.

 

與夢中事相合, 可怪. 芝峯先生集卷之七

꿈속의 일과 서로 맞아떨어지니 기괴하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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