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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2018년 닫는 글 - 1. 중용을 들었더니 생긴 일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2018년 닫는 글 - 1. 중용을 들었더니 생긴 일

건방진방랑자 2021. 9. 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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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닫는 글.1 중용을 들었더니 생긴 일

 

 

최근에 후배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라고 말하거나, 자신이 최근에 문장을 보는 실력, 방법 등을 예전과 다르게 적용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곧잘 말한다.

 

 

 

9년 만에 중용을 볼 시간이 도래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언제라 말할 순 없지만, 그리고 설혹 그러한 변화가 나타났을 때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런 순간들이 있다. 그런 변화에 누구나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살다 보니’, ‘무언가 고민하다 보니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그 변화에 전과 후가 명확히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며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날카롭게 분석하려 한다.

 

65(), 그 날은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다. 그 날도 쾌청했고 마음엔 한껏 여유가 깃들어 행복이 마구 마구 샘솟고 있었다. 순대국밥을 먹고 오전에 작업한 걸 한바탕 올리고 한숨 잔 후 임고반으로 올라가려 할 때 2009년에 열심히 작업하여 책으로 만들어놓은 중용의 길, 나의 길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렵디 어려운 중용을 이 책을 통해 그나마 가까이 할 수 있었고 작예악(作禮樂)’ , 문화 창조자인 성인이 되기 위한 애씀과 성실함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그건 한 줄기 빛처럼 나를 감싸 안았고 아메바 같이 하잘 것 없는 나도 이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해줬다. 아마 이 순간 이 책이 다시 눈에 뜨인 까닭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불안, 두려움 등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임고반 자리엔 건빵재가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그간 하고 싶었던 작업들을 맘껏 하고 있다.  

 

 

 

9년 만에 다시 접한 도올의 중용책과 블로그의 콜라보

 

불현듯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단재학교에 다니는 게 어느덧 6년 차가 되면서 심드렁해졌다. 무지 편한 곳이고 나에게 시키는 것도 없었지만 일상의 반복, 무료함, 타성에 젖어들었고 심지어 여행조차도 귀찮다고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그냥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학교 나오는 것도 귀찮다 귀찮아.’라고 할 정도였는데, 막상 이 상황에 놓이고 보니 공부라는 불안감, 임용이라는 두려움, 결국 날 믿지 못하는 불신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더라. 그런 좋음과 싫음, 희망과 절망, 행복과 불행, 가능성과 막막함 사이에서 헤매다가 다시 2009년 당시에 저 중용을 읽으며 맛봤던 희망을 맛보고자 집어 들고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그땐 정말 몰랐다. 그 작은 몸부림이 낳게 될 파장을 말이다. 올라와서 읽다 보니 정말 갑자기 어떤 생각이 스쳤다. 어쨌든 중용도 공부할 생각이었으니, 이 책도 정리해서 블로그에 업로드를 하고 그 덕에 중용 원문도 함께 공부하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우리 한시를 읽다를 정리하여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김형술 교수와 수업한 소화시평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그로 인해 자연스레 생각의 변화가 수반되었다. 그건 블로그에 올릴 땐 그래도 의미 있고 누군가의 자료가 아닌 나만의 자료여야 한다는 생각의 틀이 있었던 것이다. , 좀 더 단순히 말하면 나만의 자료만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여전히 나에 대해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바라는 모양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두 작업을 하면서 블로그는 하나의 매체일 뿐이며 지금의 나에겐 하나의 공부장일 뿐이라고 정리하게 됐다. , 이상적인 것만을 심혈을 기울여 담아야 하는 게 아닌, 지금의 별 볼일 없더라도 지금의 내 모습, 초라할지라도 날 것 그대로를 담자고 말이다. 완벽한 이상으로서의 내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긍정할 수 있다면, 있는 나로서의 나를 담아내는 데에 주저할 이유가 없겠다 싶었다.

 

이런 생각의 변화로 블로그엔 지금의 어설픈 해석들도 곧잘 담기 시작했고 십팔사략도 그렇게 어영부영 끝을 내긴 했다. 이로써 또 하나의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우리 한시를 읽다]를 공부하고 정리하며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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