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1. 천하의 지성(至誠)만이 할 수 있는 것
唯天下至誠, 爲能經綸天下之大經, 立天下之大本, 知天地之化育. 夫焉有所倚? 천하의 지극한 성이라야, 천하의 대경을 경륜할 수 있고, 천하의 대본을 세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알 수 있으니, 어찌 그것을 딴 것에 의지할 수 있겠는가. 經ㆍ綸, 皆治絲之事. 經者, 理其緖而分之; 綸者, 比其類而合之也. 經, 常也. 大經者, 五品之人倫. 大本者, 所性之全體也. 惟聖人之德, 極誠無妄. 故於人倫各盡其當然之實, 而皆可以爲天下後世法, 所謂經綸之也. 其於所性之全體, 無一毫人欲之僞以雜之, 而天下之道千變萬化皆由此出, 所謂立之也. 其於天地之化育, 則亦其極誠無妄者有黙契焉, 非但聞見之知而已. 此皆至誠無妄自然之功用, 夫豈有所倚著於物而後能哉? 경(經)과 륜(綸)은 모두 실을 다루는 일이다. 경(經)은 실마리를 다스려 나누는 것이고, 륜(綸)은 종류를 견주어 합치는 것이다. 경(經)은 떳떳함이다. 대경(大經)은 오품(五品)의 인륜이다. 대본(大本)은 온전한 본체다. 오직 성인의 덕은 지극히 성(誠)하고 무망(無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륜에 각각 당연한 실제를 다하여 모두 천하 후세의 법이 되게 했으니 소위 천하를 다스리게 한다는 것이다. 성(性)의 온전한 본체에 대해 한 터럭 만큼도 인욕(人欲)의 거짓이 섞이지 않아 천하의 도의 천 번 변화하고 만 번 변화하는 것이 이로부터 나오니, 이른바 천하의 대본(大本)을 세웠다고 하는 것이다. 천지의 화육(化育)에 대해 또한 지극히 성실하여 무망(無妄)한 것이 저절로 맞아 떨어진다. 그러니 다만 듣고 보아 아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다 지성무망(至誠無妄)한 자연스러운 공용(功用)으로 어찌 사물에 의지하여 붙은 후에 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
‘유천하지성 위능경륜천하지대경(唯天下至誠 爲能經綸天下之大經)’
경륜(經綸)이라는 말은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말입니다. 주자 주를 보면, ‘경륜개치사지사(經綸皆治絲之事)’고 해서, 경륜(經綸)이란 게 실 만드는 과정의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 쓰던 실방아로 직접 옷을 짜 봐야 알 텐데 그냥은 잘 모르겠어요. 주자는, “경(經)이란 그 실마리를 다스려 나누는 것이요. 륜(綸)이란 그 비슷한 것들을 나란히 해서 합하는 것이다[經者理其緖而分之, 綸者比其類而合之也].”라고 경륜을 실 만드는 과정의 전문 용어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경(經)은 상(常)이다’라고 하고 있고, 계속해서 ‘대경자 오품지인륜(大經者 五品之人倫)’ 하는데, 여기서 5품의 인륜이란게 무엇일까요? 바로 지금 우리가 삼강오륜(三綱五倫)이라고 하는 것의 오륜(五倫: 君臣有義, 父子有親, 夫婦有別, 朋友有信, 長幼有序)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중용(中庸)의 저자가 그렇게 말했었는지는 별문제예요. 이건 주자의 이해니까요. 대경(大經)은 큰 벼리란 뜻이니까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천하의 대질서를 잘 질서 지워서 꼬아낸다’ 뜻입니다.
‘입천하지대본 지천지지화육(立天下之大本, 知天地之化育)’
주자 주에서는 대본(大本)을 “대본자 소성지전체야 유성인지덕 극성무망 고어인륜 각진기당연지실 이개가이위천하후세법(大本者, 所性之全體也. 惟聖人之德, 極誠無妄. 故於人倫, 各盡其當然之實, 而皆可以爲天下後世法, 본성의 전체이고, 천하와 후세의 법이 될 만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지천지지화육(知天地之化育)’ 이 부분은, 아까 말한 22장의 ‘능진물지성 즉가이찬천지지화육(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과 1장의 ‘중야자 천하지대본야 화야자 천하지달도야(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와 맥이 통하는 것입니다. 이제 거의 뒤로 오니까 앞부분의 내용과 맞춰 들어가고 있지요? 묘하게도 32장과 33장의 끝으로 가면서 1장을 다시 해설하는 형태로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32장에서는 대경(大經)ㆍ대본(大本)을 다루고, 33장으로 가면 신독(愼獨)의 문제를 다룹니다. 33장에서 다룰 신독은 1장의 ‘도야자 불가수유리야 가리비도야 시고군자 계신호기소불도 공구호기소불문 막현호은 막현호미 고군자신기독야(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 是故君子, 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라는 말과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겨주세요.
‘부언유소의(夫焉有所倚)’
주자 주의 끝 부분을 보면, “어찌 딴 물에 기댄 후에 능하겠는가[夫豈有所倚著於物而後能哉]!”라고 했지요? ‘지성무망(至誠無妄)’한 자연의 공용(功用)이 자기 자신의 몸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肫肫其仁! 淵淵其淵! 浩浩其天! 순순한 그 인(仁)이여, 연연(淵淵)한 그 못이여, 호호(浩浩)한 그 하늘이여! 肫肫, 懇至貌, 以經綸而言也. 淵淵, 靜深貌, 以立本而言也. 浩浩, 廣大貌, 以知化而言也. 其淵ㆍ其天, 則非特如之而已. 순순(肫肫)은 간절하고 지극한 모양으로 경륜(經綸)으로 말한 것이다. 연연(淵淵)은 고요하고 깊은 모양으로, 입본(立本)으로 말한 것이다. 호호(浩浩)는 광대한 모양으로 지화(知化)로 말한 것이다. ‘연못이다’, ‘하늘이다’라고 했으니, 특별히 ‘~와 같다’라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
아! 참 멋있습니다. 주자의 주를 봅시다. “순순은 간곡하고 지극한 모습이니, 그것은 경륜을 가지고 말한 것이고, 연연은 고요하고 깊은 모습이니 그 본을 세우는 것을 가지고 말한 것이고, 호호는 넓고 큰 모습이니 지화(知化)【知天地之化育의 知化】를 가지고 말한 것이다. 그 연못, 그 하늘이면 단지 이러한 언어로 그 뜻을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肫肫, 懇至貌, 以經綸而言也. 淵淵, 靜深貌, 以立本而言也. 浩浩, 廣大貌, 以知化而言也. 其淵其天, 則非特如之而已]!” 마지막 말은, “글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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