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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조혜란, 조선의 여협, 검녀 - 2. ‘무’와 ‘협’ 그리고 여성 인물들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조혜란, 조선의 여협, 검녀 - 2. ‘무’와 ‘협’ 그리고 여성 인물들

건방진방랑자 2019. 11. 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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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그리고 여성 인물들

 

 

검녀가 오늘날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는 이유는 그녀가 무공에 뛰어난 조선시대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 대한 정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사마천사기』 「유협열전에서 서술한 말이다. 그는 유협(游俠)에 대해 정의하여, ‘비록 그 행위가 정의에 합치되지는 않지만 그 말은 반드시 신의가 있고 또 행동은 과감하여 이미 허락한 일에는 성()을 다한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의 괴로움으로 달려가 생사존망의 사이를 넘나들면서도 그 재능을 뽐내지 않으며 그 덕을 자랑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니, 칭찬할 만한 것이 있다.’박희병, 조선후기 민간의 유협 숭상과 유협전의 성립한국고전인물전연구, 한길사, 1992, 277.고 하였다.

 

박지원도 협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는데 그는 힘으로 남을 구하는 것을 협()이라 하고, 재물로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을 고()라고 한다. 는 명사(名士)가 되고 은 전()으로 남는다. 협과 고를 겸하는 것을 의()라 한다.’김영호, 조선의 협객 백동수, 푸른역사2002, 64.고 하였다.

 

협객(俠客) 중 무술이 뛰어난 인물이 무협(武俠)인데, 협에 대한 위의 정의를 참고해 볼 때, ‘는 일종의 수단이고, ‘은 목적이 된다. 즉 무력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량셔우쭝, 김영수ㆍ안동준(),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김영사, 2004, 204..

 

검녀는 여성이면서 검술에 능했으며, 동시에 주인과의 의리 및 자신의 뜻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의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여협 이미지의 시원(始原)은 중국의 사서 오월춘추(吳越春秋)에 등장하는 월녀(越女)에서 찾을 수 있다. 흰 원숭이와 한판 대결을 벌여 승리를 거둔 그녀는 신묘한 검술로 칭찬을 받았다김용 월녀검(越女劍)..

 

그런데 검술에 능한 여협은, 월녀만이 아니었다. 중국 협의류(俠義類) 소설당대(唐代) 소설은 내용과 주제 면에서 크게 신괴(神怪), 애정(愛情), 협의(俠義)로 나누어진다. 정민영, 당대 협의소설속의 여협중국어문학지 12, 2002, 201.은 초기부터 손발을 주로 쓰는 무협(武俠)에는 남성이, 검술에 능한 검협(劍俠)에는 여성으로 편중되어 있다. 중국 초기 협의류 소설에서 검협을 대표하는 인물은 당나라 배형(裵鉶)이 쓴 전기소설 섭은낭(聶隱娘)에 등장하는 여성 섭은낭과 공공아(空空兒) 같은 여협이다. 여협이 검협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신체적 조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술과 관련된 서사가 낭만적으로 전개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조선의 검녀에서도 그녀의 무공 시범 장면은 매우 낭만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검녀가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후기에 유협전(遊俠傳)사나이다운 기질과 신의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대체로 협객(俠客)이나 검객(劍客) 등이 이 부류에 속함의 기록이 활발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조선 후기 유협전(遊俠傳)검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에 대한 관심이다.

 

조선 후기 유협전들을 보면, 대개 협기(俠氣)나 신의 또는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며, ‘가 강조되는 것은 미미한 편이다. 즉 조선 후기 유협전 서술자들의 관심은 자체보다는 에 놓여 있어서 등장인물들 중 무예를 갖춘 이들은 드물었다.

 

실제 인물인 백동수(白東脩: 17431816), 김체건(金體乾), 김택광(金光澤)과 같은 이들은 무를 겸비한 협객들인데, 이들의 무예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화되지 않은 반면, 기타 무력을 갖춘 인물들은 무뢰배로 그려지거나 혹은 이충백처럼 진정한 협이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이 협의 범주로 입전(立傳)되었다. 이 예로 미루어 볼 때, 조선 후기 유협전의 성행은 무협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에 대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유협전의 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검녀는 무예를 갖춘 협객이라는 점에서 인물의 개성이 돋보인다.

 

그런데 검녀 외에는 고전문학의 여성 인물 가운데 무협적 요소를 지닌 인물을 찾아볼 수 없는가? 무예를 지닌 여성인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장군형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고소설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장군들이다. 홍계월전의 홍계월(洪桂月)이나 옥루몽의 강남홍(江南紅傳) 같은 인물들은 장군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다. 그런데 여장군 유형에 속하는 인물들은 체제 순응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협객과는 그 인물 성격이 다르다.

 

박씨전의 계화는 무예를 갖춘 여종인데 그녀 역시 여전히 체제에 순응하는 존재이다. 다모전(茶母傳)의 다모와 같은 인물은 협기가 있는 여성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서사에서는 의 요소가 약하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자를 쓴 이옥(李鈺)협창기문(俠娼奇聞)에 등장하는 기생 역시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협기(俠氣)만 있을 뿐 ()’의 요소는 전무하다. 이에 비해 검녀는 완벽하게 무협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인물이다.

 

 

 

 

인용

목차 / 원문

1. 들어가며

2. 그리고 여성 인물들

3. 검녀의 여성 캐릭터 분석

4. 체제 밖의 삶을 선택한 조선시대 여성 인물

5.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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